[의학, 연구윤리] 임상 연구에서 필요한 이익(Benefit)과 위험(Risk)의 평가

in #kr7 years ago (edited)


출처 Pixabay 및 저작권( CC0 Creative Commons)


안녕하세요, @doctorbme 입니다. 오늘은 저번 글 [Medicine, Ethics] Informed Consent (사전 동의, 알려 준 후의 동의) - (임상) 연구 혹은 진료에 있어서 필수 요건에 이은 연구 윤리 관련 글을 하나 더 적어볼까 합니다.

특히 이번에는, 의사 혹은 연구자의 입장에서, 사람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할 때에 고려해야할 이익(Benefit)과 위험(Risk)의 평가에 관련해 적어보고자 합니다.


임상 연구를 진행할 때에는 아래와 같은 단계를 통해, 피험자가 겪을 수 있는 위험과 이익에 관해서 평가를 해야합니다.

  1. 이 연구가 어떠한 사회적 가치가 있는지 살펴봄
  2. 피험자가 겪을 수 있는 위험(risks)에 대해 파악하고 최소화함.
  3. 피험자가 얻을 수 있는 잠재적인 이익(benefits)에 대해 파악하고 증진함.
  4. 잠재적인 이익이 피험자가 직면할 수 있는 순수 위험(net risk)을 정당화할 수 있는지 살펴봄
  5. 만약 4번에 해당하는 고찰에서 이익이 위험을 정당화 할 수 있을 경우, 연구는 받아들여질만 함
  6. 만약 4번에 해당하는 고찰이, 이익이 위험을 정당화할 수 없을 경우, 실제로 피험자가 겪는 위험이 과도해서는 안됨

1. 사회적 가치에 대한 고려

어떤 연구를 진행하는데에, 과연 이 연구가 어떤 사회적 가치를 가질 수 있을 것인가를 무조건 고려해야 합니다. 질병의 예방, 진단, 치료나, 건강의 증진 등을 추구해야하며, 중복 연구는 가급적이면 배제하는 것이 좋습니다.


2. 위험을 확인하고 최소화

위험을 확인할 때에는 연구 참여로 발생하는 물리적, 정신적, 사회적, 경제적 위험성을 모두 포함하여야 합니다.

  • 이 때 어떠한 정보를 사용할 수 있고 위험성 평가에 어떤 데이터를 쓸 지를 판단해야 합니다.
  • IRB를 통해 연구 시작 전에 어떠한 위험이 있는지 평가하여야 합니다.
  • 연구에 참여할 때/그렇지 않을 때를 고려하여, 연구 참여시 위험을 평가하기 위한 베이스라인(baseline)을 설정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연구 혹은 치료와 관계없는 불필요한 처치나 정보 수집은 시행하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혈관이 약해서 혈액을 채취할 때 여러번의 시도가 필요한 환자의 경우, 채취 관련한 프로토콜을 정하거나 환자 포함 요건 (inclusion criteria)에서 배제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혹은 혈액 채취 이외에 다른 대안적인 방법을 고려할 수도 있겠습니다.

베이스라인의 설정은 중요한데, 연구 참여로 인한 기본적인 이득이 연구 참여를 하지 않았을 때보다 좋게 설정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접하는 공기의 미세먼지 수치가 200이고, 연구에 참여하는 피험자의 경우 미세먼지 수치가 150과 100인 공간을 제공한다고 하면, 연구 참여로 최소한 50 (200-150) 정도의 미세먼지 수치가 감소된 환경을 접하게 됩니다. 물론 150도 높은 것이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연구 참여하지 않는 경우 200의 미세먼지가 포함된 공기를 마셔야하므로 참여하는 것이 이득입니다.


3. 잠재적인 이익/이득 고려

연구 참여를 하지 않을 때보다, 연구 참여를 할 때 어떠한 이득이 생기는지를 항상 고려해야 합니다.

  • 예를 들면 금전적인 이득을 고려해볼 수 있는데, 이 경우 연구 참여를 하는 전 과정에서 이득을 줄지, 아니면 연구 참여에서 생기는 어떤 부작용 (예를 들면 상처가 나거나 멍이 들거나)에 대해 보상을 할지를 판단해야 합니다.
  • 직접적인 금전적 이득 이외에 어떤 이득을 가질 수 있을지 고려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제2상이나 3상 임상시험이 들어간 유력한 치료 약물의 경우, 금전적으로 지불이 어려운 환자들에게 권하는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잘만 되면 저렴하게 최신의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게 되니까요.

4. 잠재적 이득과 위험 사이에서, 이득이 위험을 정당화시킬 수 있는지 고려

피험자가 마주하게 되는 위험보다 이득이 크거나, 이득이 이러한 위험을 정당화해야 합니다.
만약 피험자가 마주하는 위험이 잠재적 이득보다 큰 경우에는, 피험자가 겪게되는 순수 위험(net risk)를 고려해야 합니다.

순수 위험을 고려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위험이 과도한지를 고려해야하며, 이는 Informed Clinical Test를 통해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Informed Clinical Test 란, 어떤 처치 혹은 임상 시험의 과정에 대해서 임상 연구를 진행하는 의료인에게 "자신 스스로 혹은 당신의 가족에게 이러한 처치를 추천하는가/어떤 처치를 추천하는가"를 물어보아, 처치에 대한 답변의 차이가 없거나 괜찮다고 하는 경우에 순수 위험(net risk)의 가능성은 줄어들게 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순수 위험(net risk)을 고려해야한다는 테스트 입니다.


임상적 동등성(clinical equipoise) 의 고려

임상적 (혹은 의학) 연구 과정에서는 환자에 대한 치료적 개입이 일어나는 경우가 흔합니다. A약을 쓸 것인지 B약을 쓸 것인지 고려해야하고, 특히 이중 맹검 등으로 인하여 환자가 자신이 어떤 약을 받게 될지 모르는 경우, A약과 B약의 차이의 효과가 현격하게 난다면 문제가 생길수 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보통은 무작위 배정 시험의 경우에는, 어떤 치료가 다른 치료에 비해 모든 면에서 좋은지에 대해 임상 전문가들 사이에 논란이 있는 경우에, 치료의 무작위 배정이 정당화되곤 합니다. 최근에는 환자를 두 군으로 나누어 한 군은 A약을 일정기간 쓴뒤 B약을 일정기간 쓰고, 다른 한군은 B약을 먼저쓰고 A약을 일정기간 쓰는 방식으로, 무작위 배정에 대한 공평성(fairness) 논란을 줄이기도 합니다.


만약 순수 위험이 상당히 높은 경우, 임상적 필요성과 연구적 필요성을 모두 고려해야하며, 충분한 정보제공을
바탕으로 하는 피험자의 자발적인 동의가 필수적입니다.


Package-deal fallacy의 고려

필수적이지 않은 처치나 정보 수집을 전체 연구 과정 중에서 끼워팔기식으로 구성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치료/연구를 하면서, 관련이 없지만 위험한 검사를 추가적으로 시행하는 경우 입니다. 위험하지 않은 검사라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연구에 필수적이지 않고 위험한 검사를 추가적으로 시행하고, 이를 끼워팔기 식으로 연구의 전체 과정에 포함시킨다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항상 어떠한 처치나 치료, 정보 수집이 연구에 필수적인지를 고려해야 합니다.


사람과 관련된 어떠한 연구든, 이익/이득(benefit)과 위험(risk)의 경가는 선행되어야 합니다. 특히 사회적 가치와 피험자의 이득/위험 사이에서 연구는 항상 균형을 잡아야하고, 특히 피험자에 대한 Do No harm 원칙은 최대한 지켜져야할 것입니다.


참고문헌

[1] NIH, Ethical and Regulatory Aspects of Clinical Research
[2] 김옥주, 실험적 연구에서 생명윤리와 개인정보 보호, 한국역학회지, Vol 29, No 1. 2007
[3] http://www.yakup.com/news/index.html?nid=211540&mode=view
[4] Charles Weijer & Paul B Miller, "When are research risks reasonable in relation to anticipated benefits?", Nature Medicine 10, 570 - 573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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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50-60년대 것만 해도 '와 이런걸 어떻게 논문을 썼지..' 싶은 엽기적인게 많더라구요. 각종 시술을 처음 시도한 뭐 그런 논문들.. 실패 사례도 논문거리고..
그때보다는 윤리적 문제로 논문 쓰기가 정말 힘들어졌지만, 피험자를 보호하는 것은 정말 올바른 방향 같습니다 ^^

정말 50-60년대에는 기본적인 인권에 대한 개념이 희박할 때니까요, 아무래도 피험자의 보호보다는 인류의 지식에 기여한다는 측면이 훨씬 강조되었던 것 같습니다.

임상 선생님들께서는 항상 연구에 대한 딜레마를 가지게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와 질병을 연구하는 연구자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것이 종종 어려울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연구를 해야 질병의 병태 생리를 밝히고 더 나은 치료법을 설계할 수 있을 것인데, 또한 개개인의 환자분들에게 최적의 치료를 제안해야하기도 하니까요. 선생님께서 말씀주신대로 논문쓰기는 더 힘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급적 연구에 참여하시는 피험자 분들을 보호하는 것은 중요한 이슈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Patients Like Me와 같은 플랫폼이 앞으로 더 강조될지도 모르겠습니다. :)

음~ 선생님 잘 보고갑니다. 특히 고려해야할 부분이 저에게는 참 많이 와닿네요. "연구를 하려면 저런 부분들을 고려해야하는구나~ 공과대학도 크게 다를 건 없겠지" 라는 생각을 하고 갑니다. 즐거운 하루되세요!

특히 사람 대상으로 하는 연구들이 그렇습니다. 공학 분야에서도 어떠한 알고리즘이나 기계를 만드는 것 자체는 이러한 제한이 적겠지만, 사람이 결국 사용하게 되거나 특히 사람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는 부분이 존재한다면 연구의 설계와 시행에 대한 허가 조건이 엄격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안전성, 위험 이런 부분은 어떠한 연구든 신경써야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