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 왔다. 이 집의 바닥은 평평하지 않아 체중계가 보여주는 수치를 믿을 수가 없다. 기계가 0.3cm만 움직여도 내 무게는 직전과 꽤 차이가 나게 표시되니 말이다. 집을 짓는 과정을 거의 다 지켜봤다고 생각했지만 집이 평평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 했다. 시멘트만 발라놨을 때 약간 울퉁불퉁 하다고 생각은 했지만 막연히 '완성된 집의 바닥은 평평하겠지'라는 전제를 하고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살 집을 짓는 과정은 번거롭고 고통스러웠다. 평당 400이라는 돈이 (내 입장에서)아깝지 않게 잘 쓰이고 있는지에 대한 의심도 컸지만 싱크대의 길이나 아일랜드 식탁의 유무, 창문의 높이나 크기, 전등을 달 배선을 기본 위치 외에 어디에 내야할지, 콘센트의 위치와 내가 원하는 색깔마저도 선택의 연속이었기에 늘 고민했다. 나는 먹고 자는 생활의 문제에서 디테일에 무딘 편이라 웬만한 것에 대한 판단을 건축책임자에게 맡길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그들의 선택이 언제나 내 기준을 전혀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것을 알기까지 얼마 걸리지 않았다.
그 와중에 할아버지의 상태는 점점 좋지 않아지셨다. 외로워 하셨고 자식들이 방문하는 빈도와 머무는 기간에 점점 만족하지 못 하셨으며 자주 넘어지셨고 외출을 하셨다가 본인이 어디에 있는지 잊기도 하셨다. 나는 할아버지의 신체와 정신이 위험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수록 방문의 빈도는 늘리고 그와 함께 있지 않은 시간동안 그와 관련된 생각을 의식적으로 줄였다. 우리는 점점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했고 아빠는 명예 퇴직을 신청 했으며 고모는 자신의 집보다 할아버지 댁에서 머물렀다. 나와 엄마는 최대한 자주 할아버지를 뵈러 갔고 큰아버지와 큰어머니는 할아버지 곁을 떠났다.
집의 보존등기를 내기까지 11월마저도 다 쓰였다. 집은 여전히 평평하지 않고 앞으로도 그렇겠지만 나는 현재 수치보다 그 추이에 관심이 있으므로 체중계는 움직이지 않는 곳에 고정을 해두면 될 것이다. 흔히 말하는 건축비용에 도시가스와 전기 시설의 인입비용, 휀스를 치는 돈, 마당에 나무와 잔디를 사다가 심고 화단의 경계석이나 돌을 몇 개 까는 비용은 들어가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았다. 내 방에 책상과 책장이 더 필요했고 기가인터넷을 설치해야 했으며 수납장과 쇼파, 행거는 집 안의 분위기와 맞추려고 신중히 구매하고 있다. 냉장고와 세탁기가 필요했고 인덕션용 그릇은 전부 다시 사야한다. 정수기와 비데도 설치해야 한다. 아직 전기와 가스비 고지서가 나오지 않아 첫 달에 얼마가 나올지 궁금하다.
할아버지는 10월 26일에 낙상으로 뇌출혈이 일어나셨고 그로부터 3주 후인 11월 16일에 돌아가셨다. 그리고 오늘은 그로부터 2주가 흘렀다. 나는 할아버지가 다치시고 돌아가시기까지의 3주만이라도 나에 대한 생각보다 할아버지에 대한 생각을 더 많이 했는지 잘 모르겠다. 그렇게 돌아가실 줄은 몰랐다. 알았다면, 알았기때문에 했을 행동과 정성이 있었겠지만 나는 몰랐을 때의 내가 한 일들만이 진심이나 진실이라고 생각한다. 내 근황은 여기까지이고 다시 스팀잇에 글을 쓰고싶다.
다시 오신 거 환영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평평하지 않다니 속상하시겠어요. 날씨도 추운데 잘 정리 되시기를 바랍니다.
좋은 곳으로 보내시느라 애쓰셨군요.
귀환을 환영합니다.
이제 자주 글을 써주세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떠나시고 나면 후회가 남네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하늘에서는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좋은 세상을 사시기를 바라겠습니다.
그 진심 하늘에도 가 닿을거에요.
돌아오셔서 반갑습니다 : )
여러가지 일들이 있었군요.
새 집에 대한 기대
할아버지와의 추억
그리고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가든님, 반갑습니다.
왜 안보이시나 했어요~
그 사이 슬픈일이 있었네요 ㅠ
가든님이 가장 잘 알고 있는 방법으로 할아버지가 늘 말 걸어 올 거예요. 가든님 글 늘 기다리고 있었어요!
이사를 하고... 할아버지가 돌아가셨구나... 그동안 궁금했단다. 너의 소식이... 아이폰의 터치기능이 순간 마비되서.. 이웃들 소식 보려는데 자꾸만 지갑으로 가서 이웃들 지갑만 들여다 보았다.ㅠㅠ 스팀잇은 늘 궁금한데, 아니 내가 사랑하는 이웃들의 소식이 궁금한데, 어느새 일상에 밀려 뒷전이 되어서 슬프다. 내가 다시 스팀잇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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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지으셨군요, 할아버지도 떠나셨구요
여러 모로 큰 사건들을 겪으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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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놀러가고 싶다!!
라고 쓰려고 했는데..... ㅠ 못 보던 새 할아버지가 돌아가셨구나..... 마음 아팠겠다.. 이제 괜찮아요?
놀러와!! 우리 여름쯤 만날까? 여름에 한국에 있어? 지금 어디야? 궁금한 게 많아! 이제 나는 많이 괜찮아. 보름 전에 글을 썻을 때와는 또 다르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