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찻집 화가 story] 법학을 난도질한 화가

in #kr7 years ago

구스타프가 풀이 죽은 모습으로 신발을 직직 끌며 찻집 문을 열고 들어왔다.

황진이: 거 왜 고갱 쫓아보내고 나서 지래 풀 죽은 빈센트같은 꼴을 하고 오슈?
뭐 궂은 일 있어요?

구스타프: 교육부에서 나한테 주문이 들어왔는 이야기 했었지?
내 일생일대의 기회였소!

황진이: 아! 빈대학 강당에 [법학] [의학] [철학]을 상징하는 그림 주문 말이죠?
왜? 빠꾸 맞았어요? 어떻게 그렸길래?법학 부터 보여줘봐요!
이런 공무원개쉐이들이 도대체 눈알을 사치품으로 달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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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 보여달라니께요?

구스타프: 보면 모르겠소? 이게 법학이요!

황진이: 뭔 소리여 시방! 이건 플레이보이 잡지표지 아뇨? 여그 어디가 법이 있고 학문이 있다고~?

구스타프: 아...이런! ㅠㅠ 난 화가야! 화가는 그림으로 말할 뿐!
설명하는 사람이 아니요! 제발...진이 당신은 알아볼 줄 알았는데...

황진이: 쥔장! 이거 좀 쌤의 예리무쌍한 눈으로 분별 좀 해봐요.
구스타프 스스로도 표현을 못하거든요?

법학노인.jpg

쥔장: 문어에게 휘감겨 벌 받는 이 노인은 욕망에 끌려가 죄 짓고 마는 무력한 인간을 표현한거야.

황진이: 이 섹쉬한 세여인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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쥔장: 연민이지. 이건 구스타프의 마음이야. 우리가 뭘 잘못했기에?
왜 이토록 고통받아야 하는데...? 관능은 죄가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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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유혹이며 쾌락이지.

법학질투.jpg
이건 쾌락의 문을 감연히 연 사람들에 대한 질투의 시선이야.
저 작아진 동공을 좀 봐. 마음이 좁아진 상태를 몸이 말하는 것이지.
'니가 그렇게 쾌락을 맘껏 즐겨? 그러나 두고 봐! 반드시 후회하게 될껄?' 이런 표정 아냐?

황진이: 오...역시 쥔장!! 그런데 세 여인 다 왜 이리 말랐어요?
잘 보니 관능적이지도 못한데?

구스타프: 그건 내가 말하리다. 법은----생명의 풍요와는 거리가 멀게 진행되어 왔다는 뜻이요!

황진이: 그렇게 묘한 빈정거림이....그림 상단에 이 세 여인은 뭐유?

법학판사.jpg

구스타프: 법의 신이요! 내 여자 그림 중에 이토록 무미건조한 여인은 다신 없을거요.
쿠쿡!!! 우측여인이 들고 선 글씨 LEX 는 법 이란 뜻이고...
말하자면 검사역이고 좌측 여신은 이해하고싶은 변호사역할의 신이라오.

황진이: 구스타프-당신 정말....그 뜻을 다 알고나도 당신 그림 대학 강당에 걸어놓지 않을 것 같은데? 하여튼 대단한 세계야. 당신이라는 세계! 우리 뭐 좀 시켜먹을래요? 내가 위로주 한잔 살게요.

쥔장: 잠깐! 아직 풀지 않은게 남았는걸? 이 질투와 분노의 여인 바로 옆에 자그마한 군상들...이건 뭐지?

법학백성.jpg

구스타프: 무기력한 방관자들이요! 자유의 문을 활짝 열어젖히려는 나같은 사람을 공무원들-그 밥탱이같은 공무원들은 도무지 이해도 못해! 빠꾸나 놓을줄 알고...
그런데 사람들은 내 편을 들지도 않아. 저렇게 냉담한 표정으로 보고만 있단 말요!
가장 게으르고 더러운 종족들이라고 난 감히 말하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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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림트의 그림은 누구나 다 아는 유명한 몇몇 작품밖에 몰랐는데
이렇게 화린님의 포스팅으로 만나니 더 이해하기 쉽고,
재미도 있고, 그냥 너무너무 좋아요!

님의 말씀에 저도 공감합니다 ~~~

그림 속에 화가의 속내를 살피는게 아주 재미나요. 훨씬 깊이있게 감상하게 되죠.

흥미로운 문학작품을 읽는 느낌입니다! 저 역시 본능 특히 성욕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인간 군상들에 속해 있음을 절감합니다. 야성적 본능이 첨예해진 도덕과 윤리를 만났을 때, 둘 다 무척 난감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훌륭한 그림... 멋진 글....에 안계를 넓혔습니다! 고맙습니다.

오늘 이 마을에 오시어 오늘 우리 집에 들리셨다니 이건 굉장한 일이네요. 반가워요. 친구합니다.
여기는 이야기찻집이죠. 오며 가며 들리시어 차한잔 하시며 쉬어가세요.

멋진 님에게, 소박하지만 자연스러운, "미소가득 함박웃음"을 흠뻑 전해드릴께요! 굿 럭 !

아앗 몇일 바빠서 피드 확인을 못했더니 그새 이렇게 시리즈가 진행되어 있었군요!
덕분에 기다리지 않고 한번에 4편을 줄줄히 읽고 갑니다.
법학을 표현한 구스타프 그림은 처음봤어요! 역시 사람은 배워야 하는.. ㅋㅋ
작품도 작품이지만 쥔장님의 해석이 끝내주시네요. 오늘도 재미있게 보고 갑니다 ^^

싱키님~빼지않고 읽어주시는 그 마음 참 고맙습니다.

아!!!법학을 난도질한 화가답군요!!!
구스타프 입에서 술술 나오는 그림 해석을 듣고 보니 절로 수긍이 가네요
겉으로는 이성의 논리로 말하고 속으로는 추잡하게 행동하는 속물들에게 인간의 본능과 관능의 예술혼으로 한방 먹이는 것 같은데요 브라보!!!

맞습니다! 저 당시의 겉다르고 속다른 예술계 학계의 꼰대주의헤 원펀치 날린거죠.

이야 클림트의 대표작 말고도 여러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진이랑 더불어서 쉽게 써 주시고 계시군요 ^^ 잠시 앉았다 갑니다

누구나 알만한 작품만 선보이는건 지루하잖아요?^^ 신선한 작품을 보여드려야죠.

시대적 비유와 사유가 어마어마 하군요! ㅎㅎㅎㅎ 비꼼인가 ㅋ

경직된 전통과의 단절을 클림트는 도모하고 있었죠. 네! 비꼼이 있죠 ^^
그는 새 시대를 연 선지자의 의미가 있어요. 위대한 화가들이 그랬듯이-

사실 처음 그림만 봤을때 이게 무슨 법학이지 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이렇게 그림 요소를 하나하나 풀어주시니 이해가 가네요. 제가 그시대의 클라이언트였더라면 저라도 아름다운 풍자가 담긴 이 그림을 쉽게 내걸진 못했을것 같아요.

그렇죠? 그래서 화가는 너무 멀리 가지 않아야 먹고 살기 좋았어요.^^
고흐처럼 넘 멀리 가버리면 먹고 살기 퍽퍽하죠.,ㅎ
클림트는 그래도 초기에는 타협해서 돈 벌고 나중에 점점 자기 본연을 드러내기 시작했죠. 라나님의 그림은 얼마나 대중보다 앞서가며 창조되고 있는지....
너무 앞서지 마세요. 발이 땅에서 떨어지면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을지도 모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