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흘러 그 학생에 대해 이야길 듣기 전까진 정신 쪽으로 전혀 생각하지 않다가...남들이 자신을 표절했다거나, 교수님이 어떻게 했다거나 하는 주장을 했단 얘길 듣고 그렇게 이해했었죠. 실제로 치료를 위해 학교를 떠나기도 했고...물론 정확한 병명이나 그런건 알 수 없지만요.
싫어하는 부분...은 저는 보통 '자신에게 있는 약점을 남에게서 발견할 때 싫어한다'는 설을 크게 받아들이지 않는 편이긴 합니다. 실제로 동질감을 느낄수록 좋아하는 편이고...물론 객관적으로 약점이라고 일컬어지는 것들도 제 특성이라면 아주 관대하게, 약점으로 안 보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일 그런 경우라고 가정한다면, 제가 평소에 배려나 도움을 받은 경험이 많다는 것도 사실은 사실이거든요. 뭔가 모자라거나 약한 점 때문이 아니라 그냥 묻지마 식으로...그러나 저는 그걸 뭔가 스스로 처세술이 좋아서, 등등으로 미화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편입니다(말료 표현하니 추하지만 어쩔 수 없;;)
그래서 누군가가 정말로 모자라거나 약한 점을 어필하며 별로 제 평소만큼의 노력(?)도 없이 저에게 기대려는 모습을 보면 짜증나는 것일 수 있겠죠...저도 딱히 별다른 노력을 하는 것은 아니기에 뭐라 하긴 그렇지만...어쩌면 난 되고 넌 안돼라는 심보도 아예 없다고는 못하겠군요. 물론 저는 남들에게 저런 민폐를 끼치지는 않고, 받는 배려들이라는 것도 그냥 없어도 그만인데 받는 것들이다 보니, 그리고 실제로 보답도 하는 성격이다 보니까...단순히 자신의 약점으로 인해 배려를 요하는 다른 이들에 대해서 야박한 것 같고요. 물론 그렇다보니 아주 다른 경우라고 생각하며, 적어도 '의식적인 차원에서 느낄 수 있는 동질감'에 의한 혐오는 아니겠죠.
근데 다 떠나서 그냥 좀 뒤쳐지는 사람을 싫어하긴 하는 것 같아요. 저는 실제로 그래본 적이 솔직히 없기에 왜 그렇게 답답해하는진 모르겠지만요...아, 형제에 대해 그렇게 느낀 적은 많네요. 자라면서...
맞아요 약점이란 게 의식적인 차원은 아닌 거 같아요.
자신이 인정하기 싫어하는 부분이란 게 사실 의식의 자각하에 있는 영역이라기보다 무의식적인 부분들이 많고, 그런데다 또 겹겹이 방어기제가 둘러쳐져 있어서 그게 정확히 뭔지, (Jung식으로 표현하면) 내 그림자가 뭔지, 개인상담을 지속적으로 받지 않는 이상 알아내기에 어려움이 있는 것 같아요.
직업적 윤리 차원에서 개인상담을 계속 받는 게 권고돼서 저는 다 합치면 1년 반에서 2년 정도 매주 1회기씩 자의반타의반으로 저를 들여다 볼 수밖에 없었고, 이에 사후적으로 insight가 오는 거죠. '아.. 저 사람들이 저렇게 통제적으로 구는 데 대한 반감이 심한 거 보면 나도 사실 굉장히 통제적인 면이 강하고 그게 침해 받았을 때 화가 나는구나..' 이런 식인 거죠.(t.m.i #2ㅎㅎ)
'부모 때문이다' '자라온 가정 환경' 때문이다 이런 두루뭉술하고 단정적인 표현을 싫어하지만, 사실 어릴 적에 어떤 부모 슬하에서 혹은 어떤 가정 환경하에서 자랐는지가 정말 중요하긴 해요. 부모와의 관계 패턴이라든지 형제자매와의 관계 패턴이라든지 이런 것들이 추후 대인관계에서 발생하는 역동의 많은 부분을 설명한다고 보거든요.
Jamie님도 시간 되고 돈 되시면 심리상담 한 번 받아보시면 좋아요.(갑자기 영업 모드 ㅋ) 쓰시는 글로 미루어보건대 지적 능력이나 reflection 능력은 뭐 탑오브탑이시겠지만, 상담자와 면대면으로 상담하면 아무래도 혼자 생각하는 것보다 더 깊이 세부적으로 들어갈 수 있거든요.(타국에서 살고 계신 것 같은데, 그 쪽 카운셀러들이 어떤 식으로 상담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뭐 한국이랑 대동소이하겠죠.)
좀 뒤처지는 것 같은 사람을 싫어하게 된 개인사적 맥락이 있을 거 같아요. 그거를 파고 들어가서 자기만의 그림자에 맞닿으면 아마 자기이해의 깊이가 달라질 거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상담이라는 것을 굳이 "문제있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받는 경우가 많아지긴 했죠! 말씀 들어보니 순전히 자신에 대한 탐구로 하는 사람들도 많겠군요.
그러고보니 제가 아니라 형제가 '뒤쳐지는 것'으로 인해 비판 받는 것을 보고 (같이 악의 없는 놀림 등으로 가세하기도 하고) 자란 경험도 중요하게 작용하긴 했겠네요ㅠㅠ 어떨땐 미안하고 어떨 때는... (어느 시점부터는 그에 대한 형제의 반발도 꽤나 크게 드러났기에) 아 왜 미안해야 되냐는 '분노'도 깊은 속에 갖고 있으니까요. 흥미로운 대화였습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