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할매...

in #kr7 years ago

외근에서 돌아오는 길...

지친 심신을 위로하려 라디오를 틀었다.

누구의 사연인지 절절했다.. 보낸이가 아버지를 여의고, 난 뒤의 후회와 보고픔과 사랑을 말했다.

사연의 클라이막스........ 그 짠한 순간 머리속 한 귀퉁이에 있던 기억 한 조각이 슬며시 또 한번 돌이켜보게 했다.

나도 한번 말해보련다…

그건 기억의 한귀퉁에 몰래 있다....가끔식 찾아와 내 가슴을 애틋하게 한다…..

국민학교 시절… 정확하게 언제인진 모르겠다.. 봄이 었을것이다.. 전날 도시락 반찬에 대해 투정을 좀 했었다.

형편이 넉넉치 못했던 난 깍뚜기 참기름 무침에 깻잎이 반찬이 주 였던 나에겐 그것도 후한 한끼인지도 모르고, 항상 점심 시간 도시락 열때는 기대하지 않았던것 같다.

"할매~쪽팔리서 밥 못무깨따!”

“와~”

“아~들은 전부 쏘세지 반찬도 가꼬 오고, 밥 위에 계란 후라이도 하나 있고…….., 할매!! 나도 쏘세지 쫌 싸도..”칭얼거렸다.

“그래.. 내일 싸주께..!!”

다음 날

학교가기전 가방 챙기는 척 하면서, 내심 기대하고 있던, 할머니가 싸고 있는 도시락 반찬을 보았다.

어김없이…. 깻잎과 깍뚜기 무침… (그 당시엔 엄마가 일을 하셔서.. 할머니가 늘 도시락을 챙겨주셨다..)

“내 밥 안물끼다!!. 도시락 싸지마래이!! 무작정 툭 던져 버리고, 입이 한주먹 나온상태에서 도망나오듯 뛰쳐 나가 버렸다.

'딩동댕동~' 3교시 마침의 종이 울렸다.

쉬는 시간, 난 운동장에서 애들과 이리저리 놀고 있었다.

그러던중.. 반 아이 하나가 나에게 뛰어 오더니…

“핸주나!, 너거 할매 왔다. 니 델꼬 오라더라 문방구쪽에 저~ 쭈게 있다."

순간 머리속이 복잡해지고, 당황했다.

“에이씨~ 알아따..”

진짜 가기 싫었다. 친구들 시선을 피할 겸 해서, 할머니에게로 갈 수 밖에 없었다.

할머니를 보자 마자, 팔을 잡고 늘어지며, 앙칼지게 몰아부쳤다.

“왜 왔는데.. 빨리 가라!”

“배고파서 우짜노~. 할매가 너 좋아하는 국수 쌇아왔다 언능먹고 가라우!!”

할머니의 한손엔 조그만 주전자가 쥐어져 있었고, 다른손에 젓가락으로 보이는 것을 휴지로 돌돌 말아오셨다.

………;;;;;;;;;;

“아~씨.. 머꼬 그기… 내 안묵는다 빨리 가라 내 인자 들어가야 된다. 안물끄니깐.. 가꼬 가래이... 내 진~짜 안묵는다.. 그라고 학교 머때매 오는데.. 빨리 가라이~!!. 내 안묵는데이~!!”

버릇없이 앙칼지고 징징짜듯이 막 쏴댔다...

할머니가 주전자에 국수를 말아서 학교까지 왔던 모습을 생각하니 너무 친구들한테 부끄럽고 무작정 화가 난 것이다.

‘딩동댕~’..

수업시작 종이 울렸다.

“종칬따....내 갈끼다.. 가꼬 가래이~ 내 진짜 안물끄니깐 가꼬 가라이 알았제?~~!!”

할머니를 뒤로하고 도망치듯 난 뛰어갔다.

수업시간 내내 신경이 쓰였다.

“갔겠지…? 갔을끼다.. !! 아~안가믄 안되는데..! 시간이 금방 가버렸다.

‘딩동댕동~’

4교시가 끝나고 점심시간 종이 울렸다.. 애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일제히 가방안에 있던 도시락을 꺼내 책상위에 놓고… 몇몇은 매점으로 부랴부랴 뛰어가고.. 난 매점가서 국수나 먹을수 있으려나 주머니를 뒤져봤다.

달랑 50원….

‘에이 씨바~!!”

그 당시 매점에서 팔던 국수 흉내 내던 음식은 한 그릇에 70원이었다.

그냥 허기를 달래기 위해 매점에서 팔던 50원짜리 바나나맛 빵을 사먹으로 학교 후문앞에 있던, 매점으로 갔다.

"으...많다"…….. 매점 안 밖은 정신이 없었다. 바깥에서 애들은 국수 그릇을 들고 ‘후루룩’ 대고 있었고, 그 와중에 처음 출시된 컵라면을 먹던 놈은 대장노릇을 하며, 애들에게 라면 국물을 나눠주고 있었다.

“경수야 내 쫌 도~”

“기다리라 임마.. 내 쪼금바께 엄따..”

속이 허한 나는 배고픔 싶은 맘에 ……..뚫어져라... 눈길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현주나~”

낫익은 왠 목소리가 들렸다.

학교 후문 바깥쪽에 쪼그리고 앉아계시던 할머니가 날 보시고 힘겹게 일어나면서 손짓하고 계셨다..

순간 인상이 찌뿌려졌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날 보고 있었고.. 난 빨리 이 상황을 모면하고 싶었다.

짜증나는 목소리로

"잉~ 아씨~"

입에선 알수 없는 언어를 연발하고, 팔을 양쪽으로 짜증스럽게 휘둘루면서, 할머니에게 뛰어갔다.

팔을 잡고 언능 애들이 시선이 없는 곳으로 할머니를 끌고 갔다.

“머때매 안갔는데……..?"

“할~매, 내 쫌 미치게 쫌 하지마라. 쫌 빨리 가~라”

반 울음 섞인 목소리로 소리쳤다.

“먹고가라우… 언능 먹고 가라우..”

할머니도 내가 먹지 않으면 한발짝도 움직이지 않으실 것 같았다.

결국 한 10분간의 실강이가 배고픔과 허기짐으로 인해 난 지고 말았다..

"저~기 집에 가는길 산으로 가자우" 학교 뒷길 언덕에 할머니랑 올라갔다.

지금 생각해보면, 할머니가 애들 시선을 위해 나를 배려해주신것 같다.

우리는 한적한 수풀밭에 쭈그려 앉았다.

할머니는 은색 주전자 뚜껑을 열고, 한쪽 손에 계속 쥐고 계셨던 휴지말이를 푸셨다..

생각했던것 처럼 젓가락이었다….

“에그~ 국수가 뿔었겠네.. 아까 먹으면 됐을낀데….” 웃으면서 말씀하셨다..

“ㄴ ㅐ ㅈ ㅣ ㄸ ㅏ .... 하 매 ... 그 뜨 지 따"(내 진짜.. 할매 또오면… 그땐 진짜…)

한입에 국수 한뭉치를 구겨넣고는 억지로 또 한마디 내 뱉었다.

“우짜든간에 오지마래이~ 알았제? 진짜 오지마래이?”

난 계속 다짐을 받고자 연신 입은 먹고 있지만, 할머니를 보며 계속 웅얼댔다.

“알았다 이누마”

힘없이 웃으시면서 말씀하셨다.

정말 학교에서 파는 국수와는 비교도 안될만큼 많은 정성이 들어간 국수였다.. 계란과 김과 나름 맛나는 고명들이 한가득이었다..

“퉁퉁 뿔었을건데.. 먹을만 하나?”

“씨끄럽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버릇없는 놈이 었다....)

“으흠흠흠흠 이누무 새끼” 부드러운 웃음으로 답하셨다..

한 3인분만큼 되는 국수를 순식간에 들이키듯 먹어버린 나는.. 조금 쑤그러진 목소리로…

“간다.. 인자 오지마래이.. 알았제?” 또 되물었다.

“알았다. 이노무 자슥”

난 뒤도 안돌아보고 꿀꿀맞게 뛰어 내려갔다..

한 5분뒤,.........

난 모퉁이에 서서 집으로 돌아 가시는 할머니를 숨어서 보고 있었다. 꾸부정한 모습의 한 노인이 한손엔 주전자를 다른손엔 젓가락을 쥐고.. 뒷짐을 지고가는 엉기적거리며 가시는 모습이 쓸쓸하게 슬금슬금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지금 난 아직도 그 기억이 하나도 빠짐없이 머리속에 영화처럼 남아 있다.

죄송하고, 부끄럽고, 감사하고, 사랑한다.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수식어가 붙여도, 1%라도 내 마음에 들지 못한다.

내가 천만번 다시 태어나도 이 처럼 날 애지중지하실 우리 할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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