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의 암 고통 극복한 화가의 이야기

in #kr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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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지인이 한 여성 화가분을 소개해주신다고 하셨습니다. 출장일로 3주 정도 지나서야 오늘 만남을 갖게 되었습니다.

위 사진의 자목련을 그리신 신 작가님이십니다.( 실제 이름과 사진은 나중에 허락을 해 주시면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약 1시간 가량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작가님은 60이 넘으신 나이이십니다.

그림을 그리게 된 계기에 대해서 여쭤보았고, 그 동안의 인생 이야기를 풀어놓으셨습니다.

작가님의 이야기를 정리 소개해 봅니다. .

"
저는 초등학교 교사였어요. 결혼 이후 어느 날 지인의 제안으로 의류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이상하게 그 때부터 몸이 아파오기 시작했어요. 암이었어요.

한 가지 암을 치료했더니, 이후에는 갑상선을 비롯해 여성에게 걸릴 수 있는 암이 한꺼번에 몰려왔어요.

병이 악화되는 동안 등 쪽이 너무 아팠는데 하반신이 불구가 되는 상황이 되었어요. 허리 병원에 가면 허리MRI를 찍고, 목쪽 MRI를 따로 찍고.. 그렇게 병원을 여러 곳 다녔는데 찾아내지를 못하는 거에요.
병원에 다니는데 원인은 찾아내지 못하고 몸은 너무 아프고.. 주변에서 이상하게 생각하기도 하고, '저러다 죽겠구나' 하는 이야기가 들려왔어요.

너무나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습니다.

남편이 아무리 차를 조심히 몰아도 주행 중에 올라오는 충격을 견디기가 어려웠던.. 그 고통스러웠던 세월이 10여년이에요

그러다 맥반석 치료하는 곳에 갔는데, 열로 인해 등에 화상이 오는데도 모를 정도로 상태가 안 좋았어요.

어느 날 사돈이 찾아왔어요. '돈이 얼마가 들더라도 살려야지요. 이게 뭐에요? 큰 병원에 갑시다.' 해서 바로 큰 병원에 가게 되었어요.

진료를 받는데 의사를 잘 만났어요. 의사가 이것 저것 물어보고, 진료해주고서 MRI를 찰영했는데, 찰영기사가 두 손을 들고 환호를 했어요. 찾았다고. '

척수 쪽에 신경을 짓누르고 있던 종양을 찾아낸 거에요.

수술로 제거하고 나서 조직들이 서서히 되살아나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3년 동안에 걸쳐 조금씩 걸어다닐 수 있게 되었죠.

남편은 제가 회복하는 것이 기뻐서. 3년 째 되던 해에 중국 장가계에 함께 여행을 다녀오자고 했어요. 온전하지는 않았지만 걸을 수 있는 힘이 많이 생겼어요. 자신감을 얻게 되었죠.

회복하는 동안에는 집에만 있었는데, 어느 날 집으로 모르는 사람이 만나자는 전화가 왔어요. 낯선 사람의 전화라 당연히 거절을 했죠.

그런데 전화를 끊고 나서
'아 누군가는 아직도 나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대로만 있어서는 안 되겠다 나가서 뭔가를 해야겠다' 해서 밖으로 나서게 되었어요.

그 때 한 문화센터에 갔더니 연필로 그리는 초상화를 배우게 되었어요. 남편 얼굴도 그려보고 오바마도 그려보았어요. 강사 분이 결혼을 하게 되어 다른 곳으로 가게 되어서, 구청 문화원에 가서 한국화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61세에 시작한 거에요. 그래서 61세에 다시 삶을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배우기 시작했어요..

그림을 배운 이후.. 이 그림이 없으면 내 삶이 없었어요. 그림도 그리고 상도 받고, 떠났던 친구들도 다시 만나게 되고..

아팠을 때에는 내가 아프니까 친구들을 만나지 않았어요.

저에게 있어서 50대는 병마와 싸우느라 잃어버린 시간이었는데 지금은 굉장히 활발해요. 하루하루가 기뻐요.

지금도 하루에 약을 한 보따리씩 먹어요. 갑상선, 관절염.. 어지러움 증 약 등..

그렇지만 그것은 개의치 않아요. 지금 삶이 즐거워요. 하루하루 이렇게 살아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것이 큰 기쁨이에요.

지금은 꽃을 주로 그려요. 사람들은 왜 제가 꽃을 그리는지 잘 모를거에요.

아이구.. 처음 만났는데.. 이런 이야기 나눠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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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고통의 순간을 어떻게 견디고 이겨 내셨는지..

그 오랜 아픔의 시간을 어떻게 그렇게 이겨내셨는지.. 존경하는 마음이 절로 들었습니다.
마음에 있는 이야기를 솔직하게 나누어 주신 작가님께 감사하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또 한번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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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나를 기다려주고 있었다는 것, 기다림에 화답하듯 묵묵히 그림을 그린다는 것이 절로 숙연해집니다.

네. 지금도 몸이 아플 때가 많으시지만. 기다려주는 사람들이 있음에 새로운 삶을 살고 계시네요.

늦게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신 작가분이네요
하루 하루 행복하셨으면 합니다:)

안녕하세요. 상도 받으시고 전시회도 하신다고 해서 처음에는 오래 전부터 미술을 하신 분인 줄 알았는데, 그리 오래되지 않으신 분이네요. 늦게 핀 꽃이 향기를 더 진하게 내는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작가님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담담하게 말씀해주셔서
뭉클하며 들었어요.. (읽었는데 들은 것 같은 기분)
마비 원인 찾아 건강히 걸으신다니 너무 기쁩니다~^^
자목련 꽃그림 또한 그 깊은 인생이 담겨서 그런지 정말 아름다워요.

안녕하세요. 경청해서 주셔서 감사합니다. ^^ 가급적 대화 나눌 때 느낌으로 전하려고 했는데, 분위기가 잘 전달된 것 같아 기쁩니다. 새로운 삶을 살고 계신 작가님과의 만남이 참 소중한 시간이었네요. ㅎ

저도 지금 암 환자 입니다. 내용이 공감이 가네요...근데 저도 수술 후 등이 아프기 시작했는데 혹시 모르니 병원을 가봐야겠네요..글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글에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조금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진료 잘 받으셔서 아픈 부분이 회복되기를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