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들어주는 게 힘이 되는 세상-습관의 힘(#28)

in #kr7 years ago

먼저 듣기.jpg

오늘 저는 전북 진안 교육지원청에서 강의를 했습니다. 초등 학부모 대상입니다. 수강생이 열 명 남짓하니 가족적인 분위기입니다.

요렇게 작은 강의 때 제가 꼭 하는 순서가 있습니다. 제 소개를 먼저 하고, 이어서 참여한 분들마다 돌아가며 소개를 듣습니다. 그냥 뻔한 소개가 아니라 1분이라는 짧은 시간과 주제를 주고 임펙트 있게 하도록 주문을 합니다.

“오늘 주제가 생태, 생명 교육입니다. 주제와 관련하여 여러분을 소개해주세요. 물론 부담스러우신 분은 그냥 넘어가도 좋습니다.”

그랬더니 다 물 흐르듯이 잘 해주더군요. 몇 분 이야기를 간단히 옮겨봅니다.

-도시 살다가 시골로 내려온 지 5년째입니다. 마음가짐이 달라지네요. 도시 살 때는 벌레를 무서워하고 보이는 대로 다 죽였어요. 근데 시골 내려온 뒤로는 달라지네요. 한결 여유가 생겨서인지, 함께 사는 생명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저는 내려온 지 10년 차입니다. 아이 셋을 키우는 데 첫째가 어느새 대학생입니다. 학원 한번 보낸 적이 없는데...근데 그 아이가 가끔 시골을 그리워해요. 내려와 쉬었다 가곤 하거든요. 그럴 때면 시골서 아이 키우기를 잘 했다 싶습니다. 생태 교육을 따로 하지 않았지만 아이한테 영향을 많이 준 거 같아요. 근데 우리 막내는 시골 살지만 도시 아이인지 시골 아이인지 정체성이 헷갈릴 때가 있어요. 오늘 교육에서 영감을 많이 받고 싶습니다.

-소박하게 살려고 시골 왔는데 시골도 만만하지가 않네요.

처음에는 시골 빈집에서 소박하게 잘 살았는데 아이들이 학교에서 가끔 상처를 받나 봐요. 친구들이 “너네는 집도 없니?”라며 무시한데요. 그래서 집을 지으려고 하니까 돈이 적지 않게 들어요.

그래서 저희 부부는 맞벌이를 시작했거든요. 그러던 어느 날 아이가 그러더라고요.
“엄마, 돈 좀 덜 벌고, 집은 나중에 지어도 좋겠어요. 엄마가 집에 있는 게 더 좋겠어요.”
아이 말을 듣고 ‘사람이 먼저. 아이가 먼저, 가족이 먼저’라는 생각이 다시 들었어요. 그래서 지금은 일을 대폭 줄이고,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려고 해요. 시골 살지만 돈에서 자유롭기는 참 쉽지가 않네요.

이렇게 죽 듣다보니 다들 주옥같은 이야기를 쏟아냅니다. 소개 시간을 가지면 참가한 분들끼리 서로를 더 많이 알게 됩니다. 사실 강사야 한두 번 강의로 만나는 인연이지만 학부모끼리는 늘 자주 만나는 사이들입니다. 가까운 사람들을 더 깊이 아는 게 한결 좋은 거지요.

강의를 진행하는 강사 처지에서도 좋습니다. 제가 끌어갈 강의 분위기와 흐름을 잡는 데 도움이 많이 되거든요. 수강생의 현실적인 고민에서 이야기를 풀어갈 때 강의는 한결 더 생동감이 생깁니다. 강의 중간에 학부모님들이 해주신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끼워 넣습니다.

문제는 각자 1분 시간을 드렸는데 평균 3분을 하신 겁니다. 30분이 훌쩍 지났습니다. 그래서 제가 새삼 느낀 게 있습니다.

사람들은 남 이야기를 듣기보다 자기 이야기하기를 참 좋아하는구나.

그래서 잘 들어주는 능력이야말로 앞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데 큰 자산이 되지 싶습니다.

그건 이 곳 스팀잇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봐요. 대부분 열심히 각자의 이야기를 올립니다. 누군가 읽고 보팅을 해준다면 좋지만 그게 없더라도 글을 올립니다. 단 한 사람이라도 자신의 이야기를 읽어 주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그래서 우리는 이웃을 팔로우하고, 열심히 글을 읽고 공감을 나눕니다. 내 이야기를 하자면 남 이야기를 들어주어야 하니까요. ‘내 생각이 가치가 있다는 건 당신의 생각도 가치가 있다’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생각의 가치란 상대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남을 존중할 때 스스로도 존중 받는 것과도 같은 이치라 하겠습니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듭니다.

말하기와 듣기에서 어느 게 더 근본일까요?

어쩌면 듣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인류 진화로 보더라도 그럴 거 같습니다. 인간이 언어를 가진 건 그리 오래 되지 않았습니다. 허나 귀는 타고난 거잖아요. 늘 열려있습니다. 하지만 말은 배워야하고, 필요할 때만 입을 열게 됩니다.

그러니까 잘 듣는 게 생존을 위한 기본 바탕이라 하겠습니다. 스팀잇에서는 남 글을 잘 읽는 게 바탕이 되겠네요.

그리고 보니 스팀잇이 또 하나의 새로운 습관을 갖게 합니다.

‘먼저 잘 듣고, 먼저 잘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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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잘 듣고, 먼저 잘 읽기!!

스팀잇은 정말 신기한 플랫폼이네요 !!

올려주신 글 보니 우리가 살면서 남의 생각이나 글을 얼마나 귀를 기울였는지 생각하게 되네요

그런면에서 스팀잇은 여러모로 우리에게 좋고 유용한 기능을 제공해주는 것 같습니다

다들 자기 이야기하고 싶은 게 너무 많은 세상입니다.
그러다 보니 정작 남 이야기를 들을 여유가 없지요?^^
그나마 스팀잇이 조금 균형을 잡아주네요 ㅎ

네 그러게요
스팀잇은 정말 새로운 세상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고 서로협업하게하고

정말좋은 플랫폼인 것같습니다.

김강화?님도 하시는일 잘되시길 기원드려요

음..오늘따라 많은 생각을 하게 되네요..
감사합니다.^_^

잘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좋은 말씀이네요
남의말을 잘 들어준다는 것
생각만큼 쉽지가 않더라구요^^

맞아요. 그런 교육과 훈련을 거의 못 받고 자란 거 같아요.
그래도 지금 이 곳에서 새롭게 훈련을 하는 셈이겠지요^^

"잘 듣자" 그거 참 쉽지 않네요. 간담회에 "오늘은 조용히 후배들 애기 많이 들어야지" 각오하고 나가지만, 집에 올때는 항상 후회하게 되네요...

잘 듣는 게 쉽지 않습니다/
차츰 나아지겠지요^^

먼저 잘 듣고 잘 읽도록 하겠습니다.

공감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다른 사람이 포스팅한 걸 대충읽고 댓글 달고 팔로우 권유문자 남겼던 적이 있었네요.
그러다 포스팅을 올리면서 이렇게 글을 쓴다는 것이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라는 것을 깨달았네요.
다른 사람을 말과 글을 먼저 읽는 것이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소중한 댓글 고맙습니다.
잘 읽는 것도 어렵지만
이렇게 댓글로 의견 주시는 건 정말 쉽지 않습니다^^

잘 못하는 것 중 하나네요... ㅋㅋ 좀 더 잘 들어주자... 십년째 반성하고 아직도 잘 못하는 거 ㅠㅠ

대개 변호사들이 좀더 그런 경향이 있는 건 아닐까요? ㅎ

제 고등단짝 친구가 변호사인데
정말 하고 싶은 말이 많더라고요.
게다가 술이라도 들어가면 더 해요^^

귀는 두개이고 입은 하나인 이유가 있겠지요.. 잘 듣는다는게 말처럼 쉽진 않지만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는것은 분명한것 같습니다.

잘 들어주는 힘이 자산이 되는 세상입니다^^

짱짱맨 호출에 출동했습니다!!

짱짱맨 화이팅!!

먼저 잘 읽고 잘 듣기...마음을 잘 모아 집중하지 않으면 안들리더군요. 좋은 하루 되세요.

맞습니다. 마음을 먼저 열어야 귀도 열리지요^^

시골 생활이 부럽기는 합니다. 전원생활 같은 느낌에 대한 동경이겠지요. 저 사는 곳도 도시는 아니고 읍내인데 시골냄새는 별로 안나요.. 그래도 대도시 보다는 좋지만요.. 느릿하게 사는 법을 배우고 싶습니다.

요즘은 딱히 시골이 없는 거 같아요. 도시 변두리라고 할까.
느리게 사는 법, 어려워요.^^

먼저 잘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