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_ 11. 사랑은 타이밍(6)

in #kr7 years ago (edited)

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kims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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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 말고 후문 쪽으로 오세요.
후문 쪽으로 쭉 들어오시면 기숙사랑 가까워요."
"그래. 도착하면 다시 연락할게."
"네."

전화를 끊고
몸을 일으켰다.
'드디어 오시는구만!'


11.
사랑은 타이밍(6)

기다림과 굶주림에 지쳐
가라앉았던 기분이 다시 들뜨기 시작했다.
심장이
콩닥콩닥
뛰었다.
거울을 보며
입술을 빨갛게 칠했다.
재돌샘과
오랜만에 만나
무슨 얘기를 할까 생각하니
심장이 더 빨리 뛰었다.
커플링을 네 번째 손가락에 꼈다.
연락조차 오지 않는 남자친구지만
그래도 나는
남자친구가 있는거니까.
빼두고 나갈까 생각했다가도
다른 남자와 밥 먹으러 나가는
내가 미안해서
반지를 꼈다.

손에 꼬옥 쥐고 있었던
폰에 진동이 느껴졌다.
"후문 쪽으로 왔어.
여기가 맞는지 모르겠지만. 도착했으니까 내려와."
"네. 내려가요~"

코트도 걸치고
핸드백을 챙겼다.
평소에는 전혀 신지 않는,
데이트 할 때도 신지 않는
또각거리는 검은색 구두도 꺼내 신었다.
선생님 차가
기다리는 곳까지
걸어가면서
또각거리는 구두 소리가 기분 좋게 들렸다.
발 아픈지도 모르고
신명나게 한 발씩 내딛었다.
'신난다!
밤 공기가 신선한 걸?'

길가에 서 있는 차가
재돌샘 차가 맞다.
흰색!
내가 고등학교 때
중학교 주차장을 훑으며
이 흰색 차가 있는지 없는지
그렇게 확인했었던
그 차가 맞았다.

조수석에 타야할지
뒷자리에 타야할지
0.01초 고민하고
조수석 쪽 창문을 똑똑 거렸다.
잠긴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반사적으로 조수석 문을 열었다.
그리고 재돌샘을 보고
멈춰섰다.

새침한 표정으로 재돌샘과 눈맞춤을 한 뒤
활짝 웃어보였다.
"쌤! 안녕하세요!"
"그래. 얼른 타라~"
"저 뒷자리 탈까요?"
앞자리는
어쩌면 재돌샘의 여자친구 자리일지도 몰라서
예의상 물어봤다.
"아니. 여기 타도 돼. 뭘 뒷자리를 타."
"네~"
나는 싱긋생긋 웃으며
조수석에 앉았다.
그리고 벨트를 하기 전에 또 선생님을 바라 보았다.
선생님이랑 눈이 마주쳤다.
내가 히~ 하고 웃었다.
"안녕하세요. 진짜 오랜만이네요. 우리."
선생님도 웃어보였다.
"그러게 말이다~
출발하자. 벨트하고."

"뭐 맛있는거 사주실 거예요?"
"칼질이나 하러갈까."
"진짜요? 스테이크 사 주시게요?"
"너 옷 입고 온 게 꼭 그래야 할 것 같은데?
선보러 가는 것 같이 입고 왔어."
"선생님 만나러 나오는 거니까 그렇죠~
제가 4시간 전부터 머리 고데기 했어요!
얼마나 기다린 줄 아세요?
진짜...
쌤이 까먹고 연락 안 오는 줄 알았어요.(힝)"
"약속했는데 연락 안 하겠어~
암튼 기다리게 해서 미안.
대신 진짜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잖아~^^"

나는 선생님을 한 번 더 쳐다봤다.
내 옆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선생님이 신기했다.

"와 맛있겠다!"

그리고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꼭 내가 고등학생이 된 느낌.

예전처럼
선생님이랑 웃고
이야기했던
그 때로 돌아간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나한테는 남자친구도 없었고

재돌샘의 여자친구가 B반 여자 수학선생님이라는 사실을 몰랐던 그 때로.

그 때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재돌샘을 보면
가슴이 두근거렸고
얼굴이 빨개지던
그 때의
시간이 흐르고 있는 것만 같았다.
재돌샘은
어제도 봤던 사람처럼
편안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나는 약간 걱정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스테이크 썰어 본 적 없는데...
가본 적은 있어도
주문해 본 적도 없는데...
촌년 같이 보이면 어쩌지.'
옷은 다 차려 입고
스테이크 앞에서 장단을 못 맞출까봐,
재돌샘 앞에서 그런 모습을 보이게 될까봐
긴장됐다.
일단 배가 엄청 고팠다.

그러는 사이
패밀리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학교와 꽤 멀어서
대학교와서 이 지역에 있는
패밀리 레스토랑을 처음 와봤다.
일요일 저녁이지만
제법 한산했다.

메뉴를 골라야 하는데
진땀이 났다.
재돌샘이 나에게 먼저 물었다.
"어떤 거 먹을래?"
"아... 저는 쌤이랑 똑같은 걸로 시켜주세요.
뭘 시켜야 될지 모르겠어요."
최선의 답이었다.
거기서 끝날 줄 알았는데
주문 받으러 온 뒤에
질문이 하나 더 있었다.
"레어, 미디엄, 웰던 중에 어떤 거?"
"어....네?"
내가 이럴 줄 알았다.

"음... 익힌 정도 말이야. 익힌 게 좋냐구, 안 익힌 게 좋냐구."
"아....전 익힌 거 먹을래요."
"....아? 그래? 좀 질길텐데?"
"전 익은 게 좋아요. 웰던 할래요."

재돌샘과 대화를 듣던
알바생이
"미디엄 웰던, 웰던 중에 어떤 걸 하시겠어요?"
"...."
말문이 막혔다.
그 때 재돌샘이 말을 이었다.
"웰던보다는 미디엄 웰던이 나을거야.
미디엄 웰던 하나랑 미디엄 레어로 하나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샐러드바는 바로 이용 가능하십니다."
뻘쭘한 순간을 넘기고
나는 아무 말 없이 어색한 미소만 짓고 있었다.

"자. 일단 가자. 배고프다."
"넵."

샐러드바는 경험해봤는데
접시 위에 뭘 담을지 또 걱정이 됐다.
'기름진 것만 담으면 쌤이 이상하게 생각하시겠지?'
라는 생각으로
첫 접시는 샐러드만 담았다.
그리고 재돌샘 앞에 앉아
맛있게 샐러드를 먹었다.
그리고
주문하던 모습을 만회하기 위한 내 얘기를 좀 했다.
"고모 집에 놀러 갔을 때 두어 번 가본 적 있는데
고모가 스테이크 하나 시키고 샐바를 따로 시켜줘서
스테이크 시킬 줄을 몰라요. 헤헤."
"아, 그렇구나. 먹고 싶은 거 많이 먹어."

나는 그제서야 한시름 놨다고 생각했다.
재돌샘이 두 번째 접시를 뜨러 갔을 때
나도 같이 일어섰다.
나는 이번에도 샐러드를 담았다.
피자 두 조각이랑.
자리로 돌아와서
조곤조곤 샐러드를 씹었다.
도저히
평소 먹던대로 먹을 수가 없었다.
재돌샘 앞에서
여성스러운 모습으로 음식을 먹고 싶었다.
깨작거리고 싶었다.
재돌샘이 기왕 밥을 사주는 거
먹고 싶은 것을 잔뜩 쌓아서 먹어버릴까 하다가
더럽게 입에 묻히면서 먹기도 싫고
먹는 것도 예쁘게 보이고 싶었다.
내가 생각해도 내숭 떤다 싶었다.

재돌샘은
나랑
고등학교 급식소에서
밥 같이 먹을 때도 그러더니
그 날도 왠지 진지한 질문들을 던졌다.
"내 인상이 그렇게 험악하니?"
너무 진지한 표정으로 그렇게 물어보는데
나는 어이가 없어서
일단 웃음이 났다.
"...네?"

"그냥. 다른 사람들이 날 보기에 어떤가 싶어서."
"쌤 첫인상은 진짜 무서워보이죠.
쌤 입학식 날 처음 봤을 때
완전 각목들고 다닐 것 같았어요."
"정말? 내가 그렇게 무섭게 생겼어?"
"아니 뭐....처음에 그랬다구요.
보면 볼수록 귀여우신 것 같기도하고.
약간 곰 같잖아요. 쌤 체격도 그렇고."
"아...곰? 곰인가..."
그 날 재돌샘은 어쩐지 인상이 별로 안 좋아 보였다.
차 안에서 볼 때는
어두워서 못 느꼈는데
마주보고 앉은 재돌샘 얼굴이
예전같이 환해보이지 않았다.

"기분 나쁘신 건 아니죠?"
"응...뭐... 요즘 생각이 좀 많아졌어.
나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해보는 중이야."
"아... 쌤은
좋은 사람이잖아요.
쌤 좋아하는 애들도 얼마나 많았는데요!
아름이도 쌤 완전 좋아했었잖아요!"
"아름이가? 나를?
그랬던가? 기억이 안 나는 걸..."
재돌샘 입꼬리는 좀처럼 올라가지 않았다.
"쌤 수업 잘 한다고 A반 애들이 맨날 칭찬했었어요.
전 쌤 수업 한 번도 못 들어 본 게 한이지만요."
"그러게 말이다. 좀 잘하라니까."
"...어려운 걸 어떡해요~"
마주보고 앉은 사람이 웃질 않으니
그냥 내가 더 실실거렸다.

스테이크가 나오고
조그만하게 썰어서
입도 작게 벌려서
입 속에 넣었다.
재돌샘 말대로
스테이크가 제법 질겨서
꼭꼭 씹었다.
"질기지?"
"....(끄덕끄덕)"
"그거 봐. 내꺼 먹어봐."
재돌샘은 미디엄 레어로 익힌 스테이크를
조금 잘라서 내 접시 위에 올려주었다.
씹어보니 확실히 부드러웠다.

"아..."
"어때?"
"이상한데요?ㅋㅋㅋ 이거 생 거 잖아요."
그렇게 말하는 내가 이상한건가 싶어서
내가 먼저 웃었다.
"뭐가 이상해. 스테이크는 원래 이렇게 먹는거야."
재돌샘은 스테이크를 입에 오물거리며
맛있다고
인상을 썼다.
난 그게
귀여워보이기도 하고
재밌었다.
"정말 맛있다. 오랜만에 진짜 맛있는 거 먹는 것 같아."
재돌샘은 그렇게 이야기하면서
싱긋 웃었다.

근데 아무리 다시봐도
재돌샘 얼굴은 어두웠다.
웃고 모습도 잠깐이고
금세 시무룩한 얼굴이었다.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이럴 때는 그냥
내가 더 힘든 이야기를 해버려야 겠다 싶었다.

"저 고민있어요. 쌤한테 고민 상담해도 되죠?"
"뭔데? 남자친구랑 잘 안돼?"
"헐? 어떻게 알았어요?
수능 끝났는데도 남자친구가 연락이 안 와요."
"그렇구나. 시험 잘 못 쳤나보지.
그래도 반지 끼고 있는 거 보고 괜찮은가 싶었더니."
나는 반지를 쳐다보고 있다가
손가락에서 반지를 빼냈다.
그리고 식탁 위에 놓았다.
"기다리는 중이에요. 연락 올 때까지 기다려보려구요."
"기다린다고? 뭐하러?"
"돌아올까 싶어서요."
재돌샘이 꽤 적극적으로 내 고민에
관심을 가져주었다.
그리고 재돌샘은
생각에 빠진 표정을 지었다.
침묵이 길어지기 전에 내가 말을 꺼냈다.

"쌤은 여자친구랑 잘 되가요?"
"나 그런거 없는데."

_내일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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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패밀리 레스토랑이었군요!!
샐러드바만 아니고 스테이크 시켰으니
재돌샘 일단 점수 좀 드리고요..
추가 점수는 다음 대사 듣고 결정할게요!!
히힛^-^

히힛 ㅋㅋ 점수 매겨주시나요~ 오늘 몇 점이 나올까요?!ㅋㅋㅋ 늘 감사합니다^^

잼있어요~
낼이 기다려집니다 ^^

읽어주셔서 늘 감사합니다!^ ^

헐랭!! B반 수학샘이랑 헤어졌구만요??!

그랬구만요?!?! 헐랭!ㅋㅋㅋㅋㅋ

이쯤이면 이런 화면과 함께...
카페베네.jpg

키킼키키킼키킼 엔딩씬ㅋㅋㅋㅋㅋㅋ

아 어서 내일이되라앗!!ㅋㅋㅋㅋ

자 내일이 되었습니다^^!

오예!!!!! ㅋㅋ

그럴줄 알았어요...ㅋㅋ
제 촉으로는 재돌쌤은 아예 사귀지도 안았던거 같은데요..^^

과연...그랬을까요?!^^

"쌤은 여자친구랑 잘 되가요?"
"나 그런거 없는데."


왜 이렇게 설렐까용??

오잇 ㅋㅋㅋ 읽으시는 분들마다 해석이 다른 것 같아요~
설렘을 의도한 건 아니지만 왜 설레셨는지 알 것 같기도 해요ㅎㅎ

짱짱맨 태그 사용에 감사드립니다^^
짱짱 레포트가 나왔어요^^
https://steemit.com/kr/@gudrn6677/3zzexa-and

짱짱맨 늘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잘 읽었어요
다음편 기다릴께요^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편 올라왔어욥^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