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오래전에 쓴 제 소개글과 관련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빛을 강조하기 위해 평범한 것을 어둠으로 만들어버려야 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영웅문화'라고 불러도 될 거 같습니다.
(뜬금 없는 주제의 글 죄송합니다)
이국종 교수님의 대한 기사들을 보면 댓글에서 잘 나타납니다. 그런 곳에 있는 똑같은 말들을, 저도 살면서 많이 들어왔습니다. "나는 의사라는 사람들을 정말 싫어한다. 너만은 그것이 안됐으면 좋겠다.“, "의사 되서 아프리카 같은데 의료봉사 많이 안다니면 돈에만 미친 가짜의사다", "성형외과의사들은 다 돈만 보고 의사된 쓰레기들이다" 등등. 돈 때문에 진로를 선택한 것도 아니고 아프리카 가서 평생 봉사하며 살 생각도 없습니다. 아, 컴패션을 통해 두 아이를 후원중이기는 합니다만, 내 4만원이 거기 노동자 한달 월급이라고 들으니 그냥 하고싶어지더군요. 왜 특정 의사들은 그렇게 인간보다 못한 대접을 받아야하나요?
평범한 고등학생, 대학생이 도대체 왜 주위사람들에게 그런 말들을 들어야 했을까요? 지금까지 사치를 부리며 산 것도 아니고, 문제아처럼 산 것도 아니고, 가난해서 돈이 목적인 걸 티내며 악착같이 살아오지도 않았습니다.
대중이 모르는 이름을 가진 의사가 환자를 수술하다 환자가 죽게된다면 사람들은 의사를 욕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국종 교수님 같은 분이, 수술을 했으면 살았을거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국종 교수님이 수술을 하다 환자가 죽게 된다면 사람들은 그 사망한 환자를 "마지막까지 운좋은 사람"이라고 하더라고요. 정말 이국종 교수님의 실력은 대한민국 최고고, 다른 의사들의 실력은 그 분 반도 못하기 때문일까요? 이름 없는 의사는, 다 자격도 없는 돌팔이인걸까요?
그들도 밤을 새서 공부를 하고, 해부학실에서 카다버를 공부하고, 몸을 희생해가며 실습을 하고, 사람취급도 못 받으며 인턴, 레지던트 생활을 견디고, 수술을 잘하기 위해 수많은 돼지, 모형들로 바느질 연습을 한 사람들입니다. 더 열심히, 남들보다 오래 공부하고 인턴, 레지던트 때 돈도 못 벌다가 뒤늦게 돈을 버는 의사들입니다. (한국은 의대6년+인턴+레지던트+@네요. 미국 같은 경우는 고등학교 이후 바로 의대 가는 시스템이 없어서 대학4년+의과대학원4년+인턴+레지던트+@. 대학교 학비 왠만한 사립대학이면 총 2억원 이상, 의과대학원 학비만 총 2.5억원 이상. 와.. 그런데 한국 학비는 훨씬 싸네요). 빚이 있어야한다는 건 변함없습니다. 이런 현실에서, 왜 꼭 돈을 벌지 말아야만 (혹은 아주 적게 벌어야만), 참된 의사라고 사람들은 말하는 걸까요?
의대를 다닐때는, 첫 2년동안 엄청난 양의 공부를 합니다. 의대생의 뇌가 수많은 논문들의 실험대상이 되는 것도 이유가 있습니다 (사람의 뇌를 그렇게 많이 쓰면 변화가 일어납니다). 1학년때는 인간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있는 모든 시스템을 배웁니다 (신경계통, 피부계통, 호흡계통, 소화, 심장, 비뇨, 생식, 등등). 그리고 몸의 모든 뼈, 근육, 핏줄, 신경, 세포의 위치+하는일+이름+발달과정을 다 외워야합니다. 딱 이것만 1년동안 하면 참 좋겠습니다. 하지만, 이건 많은 수업들중 겨우 한 수업인 '해부학'입니다. 특히나 과학이 발달할수록 새로 발견되는 정보들도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배울 것들이 매년 많아지고요. 2년동안 유전학, 병리학 (왠만한 병에 관한 모든 정보들 다 외웁니다), 약학(이게 끝판왕입니다. 별 의미도 없이 지어낸 약 이름들, 효과, 부작용들 다 외우기), 정신학, 미생물학, 면역학, 생화학, 생리학 등 모두 공부하고 외웁니다. 의대의 나머지 2년은 병원에서 레지던트와 주치의들에게 노예부림을 당하며, 테크닉, 병, 환자 대하는 법들을 배우고요. 모두가 싫어하는 시험도 의대 졸업한 후에도 끝이나지 않습니다. 공부하느라 수없이 지샌 밤, 공부로 소비해버린 20대 꽃같은 청춘, 인간 대접도 못 받고 인간만큼 쉬며 살지도 못한 30대 초반의 인턴/레지던트. 오직 돈만 보고 이 길을 끝까지 걸을 수 있는 사람은 정말 드물겁니다. 사명감이 없이 시작을 하더라도, 공부를 하며, 환자들을 보며, 생명의 소중함을 보면서, 생기죠. 한국 같은 경우는 수능 점수가 제일 중요하지만, 미국 같은 경우는 정말 모든걸 까다롭게 보기 때문에 사명감 없으면 입학조차 못하도록 걸러집니다.
물론 나중에 나이가 먹고, 좀 더 정치적인 부분을 건드리기 시작했을 때 (병원 운영같이) 사람이 ’타락’할 수는 있겠습니다. 그리고 항상 예외들도 있을겁니다. 금수저에.. 부모 빽에.. 그래도 하는 공부는 똑같이 힘듭니다.
심지어 오직 돈만 보는 의사들이 있다해도, 좋은 능력을 사람 살리는데 기여하는데, 왜 욕을 먹어야 할까요? 그리고 진짜 돈은 법계, 금융계에 있는 거 같습니다. 제 대학동기들은 IT, 금융계가 많습니다. 대학 졸업 직후,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페이스북, 월스트리트 가서 잘 벌고 있습니다. 한 친구는 졸업 후 몇년 일하고, 뉴욕 맨하탄 어퍼이스트사이드에 펜트하우스를 샀네요 (서민정씨 부부는 같은 동네 아파트에 사시는 거 같던데). 그리고 금융계 사람들은 최근 몇년간 암호화폐 때문에 대박이 난 사람들도 많겠습니다. 아, 물론 저는 위에서 말씀드린 학비 빚을 지고 있으며 매일 이자가 쌓이는 상태에서, 의과대학원을 다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의사들이 30시간 수술 후 바닥에 쓰러져 있는 사진이 있었는데 이슈가 됐었죠. 물론 사람들이 "저게 진짜 의사다"라고 하면서요. 사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정말 위험한 행위입니다. 설령 피로로 인해 수술이 잘못 돼 환자가 죽기라도 하면 큰일 날 상황입니다. 의사는 최상의 컨디션에서 수술을 집도해야하죠. 의료계에선 질타를 받아야 할 사진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잘못된 영웅의 기준을 만든 후, 평범한 것을 매도시켜버립니다.
그리고, 실수를 하는 의사들은 악의를 가지고 사람에 해를 끼치기 위해 그러는 것일까요? 사람 목숨을 가볍게 여겨서 그러는 걸까요?
출처
미국에서는 작년에, 1년차 레지던트의 근무 시프트를 16시간에서 24시간으로 늘렸네요. 도대체 뭐죠??
그리고 2017년 자살 1위 직업이 의사네요.
그렇게 돈도 많이 버시고 '꿀'직업을 가지신 분들이 왜 그러셨을까요 (반어법입니다)
색안경을 벗고 주위를 둘러보면 정말 좋은 의사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제 세대 동료들을 봐보면 (한국 의대생들도) 사람을 살리겠다는 사명감이 확고한 사람들밖에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제가 이렇게 길게 글을 작성한 이유는, 같은 직종에 있지 않은 많은 사람들이 타인의 인생들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거 같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모든 걸 떠나, 누구도, 타인에게 희생을 강요할 자격은 없습니다.
긴 글 읽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스스로 홍보하는 프로젝트에서 나왔습니다.
오늘도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여러분들의 꾸준한 포스팅을 응원합니다.
왜 이렇게 누군가 비난할 사람을 찾아야 하는 분위기 만연하게 될까요 ㅠㅠ
의사도 사람인데, 의사는 직업인데
삶의 질을 보장받으며 “일”을 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간디.. 테레사 수녀님 같은 분들을 존경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그분들 처럼 살 수는 없기 때문에 존경하는 거라고, 그분들 처럼 살지 않는다고 손가락질 하고 욕하는 사회가 되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혹시라도 오늘 기분 나쁜일이 있었다면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는걸 알아주세요..
오늘 하루가 그런 게 아니라, 어릴 적 그런 시선들로 인해 참 고생을 많이 했었습니다
내 바로 옆에서 병을 진단하고, 낫게 해주는 의사는 너무 당연시 되어, 고마워하는 세상이 아니라, 언론에서 칭찬하는 특정인만 고마워하는 세상이 되어버렸네요.
감사합니다
생명을 다루는 직업+고학력지식인+높은 연봉(흔히 생각하기에)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그런거 같습니다. 셋 다 실수하면 욕 바가지로 먹는 위치 아닙니까..ㅋㅋ
그리고 언론에서는 거의 부정적인 부분만 보도하기도 하고요.
병원내 성범죄, 꼰대문화, 의료실수 덮은 것 등
잘못된 점을 꼬집는건 좋지만 의사들의 헌신, 노력, 겪고 있는 어려운점
이런건 보도횟수가 적죠..
의과대학원생이셨군요ㅎㅎ 힘드실텐데, 화이팅하시길
높은 연봉이라 해도, 사실 잘 버는 다른 직종들에 비해 그렇게 높은 것도 아니고, 학자금에 이자에, 돈도 못 벌며 보낸 10년+ 까지 따져서 생각해보면 평균적으로 전혀 많이 버는 것이 아니라 생각합니다. 대학 졸업하고 바로 돈 버는 사람들도 엄청 많은걸요.
항상 자극적인 것만 좋아하는 사람들의 심리는 참 어쩔 수 없는 거 같습니다 ㅎㅎ
네 맞습니다ㅎㅎ여러모로 왜곡된 부분, 가려진 부분이 많은 직업이라는 생각드네요
그게 어찌 의료에 국한된 것일까요. 물고 뜯는 건 개돼지들의 본성입니다. 그래서 내로남불 같은 거에서도 벗어나질 못하고 그렇게 살다가는 게 인생입니다. 스스로를 잘 성찰하시고 사랑이 만땅인 의사가 되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사실, 의사는 사람의 생명을 지키는 것으로 대가를 받지만,
자본주의 시대에서 대부분의 다른 직업들은, 그 뿌리를 파헤쳐보면 결국 남을 속이고 돈을 빼앗아서 버는 직업들이 아주 많은데 말입니다. 예를들어, 애플 제품들만 봐도 가격들이 다 뻥튀기 됐죠. 중국 공장들에서 값싼 인력으로 만들면서도 말입니다. 애플 본사 직원들 다 욕먹어야합니다!! 과자봉지에 질소만 80% 채워넣어 파는 과자 회사 직원들 모두도요!
의사들에 대해 더 알 수 있는 글이 되었습니다. 사실 의사들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은 없었는데 이 글을 읽고나니 더 대단해 보입니다. 의사가 될 정도로 머리 좋은 사람들이 돈 벌 목적이었으면 다른 분야로 진출을 해서도 충분히 잘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마다 그 정도가 다소 다르겠지만 말씀처럼 사명감이 있어 그런 직업을 택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
맞는 말 같습니다! 최소한 미국만 봐도 대학 직후에 회사 취직을 하면, 의사 초봉 80%를 버는 직업들도 아주 많습니다 (비슷한 학벌, 스펙 기준으로요). 그리고 년도를 채울수록 의사초봉 뛰어넘죠. 의사는 그 사람들에 비해 4년은 돈을 아예 못 버는 기간 + 4년 최저시급 받는 기간이 존재하죠. 그 후에 '초봉' 받습니다.
앞으로 적어주신 글을 명심하고 혹시라도 주변에서 의사들을 폄하하거나 하는 경우 한번쯤 재고할 수 있도록 이 글을 참고하여 보여주겠습니다. ^^
언론이 만들어낸 이미지가 한몫합니다. 드라마에서 만들어낸 의사 직업군에 대한 나쁜 이미지도 영향이 있겠습니다.
항상 드라마틱한 무언가가 있어야 존경 할수 있다고만 생각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마치, 옆에 있거나 소소한 것들에 대한 소중함을 모르는 것 같이요.
간호사인 친구를 통해서 들었는데 의사들 정말 고생 많이 하더라구요
잠도 쪽잠 자고... 케이스바 케이스겠지만
주변에 좋은 의사분들도 많은 것 같아요.
제 친구도 의사인데 요즘 의사에 대한 인식이나 수입 이런것들에 대한 하소연을 많이 하더군요. 안타깝습니다.
흠칫
ㅎㅎ 흠칫....
동감의 흠칫인가요?
의사신데 포스트에 의사 욕들이 난무해서 그러시는 거 아닐까요 ㅋㅋ
뭐든 한 면만 보면 안되는것이겠죠..
어디든 쉬운 직업은 없지요 저도 제 주변에 의사를 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알고는 있습니다 단지 돈을 언 정도 번다 =먼가 있다란 의식도 한 몫하고 간간히 터져나오는 의사관련 뉴스가 크게 작용한다고 생각해요 안타깝습니다
의전원을 생각했었으나 공부량도 자신없고...
같이 일하던 레지, 인턴쌤들 일하던게 생각나 그 생각 고이 접었네요.
잘봤습니다. 이제 시작인데 슬프네요 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