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유경제 리포트] 육아 특화 공유주거, 어떻게 생각하세요?

in #kr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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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둘째, ‘조이’는 여섯 살입니다. 인생 좌우명은 ‘노는 게 젤 좋아’. 아침부터 밤까지 실컷 놀고도 재우려고 하면 “아직 다 못 놀았단 말야, 엉엉” 합니다. 맞벌이 가정의 조이는 유치원을 다녀온 뒤에는 외갓집에서 지냅니다. 저는 퇴근길에 아이들 데리러 친정에 먼저 들릅니다(우리 집과 친정이 도보 2분 거리예요).


@layra2kr

조이, 만 4세 5개월

그런데 요즘 조이 보기가 힘들어요. “엄마, 조이는?” 하면, “옆집 갔다” 혹은 “먼집 갔다” 하십니다. ‘옆집’은 5살, 6살 형제가 사는 진짜 옆집이고, ‘먼집’은 6살, 7살 형제가 사는, 서너 집 건너 집입니다. 바로 가까이에 또래 친구들이 있으니, 요 녀석들의 오후 일과는 이 집 저 집 들락날락하며 몰려다니며 노는 것이에요.

요즘 엄마들은 사생활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문지방 넘나드는 것에 보수적입니다. 그런데 세 집 모두 엄마들은 회사 가고, 할머니가 아이를 돌본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인지 문턱이 대단히 낮습니다. 할머니들은 아이들이 들락날락하는 것을 기꺼이 받아들여주시고, 밥 때가 되면 놀러온 아이 밥까지 차려내주십니다. 혹은 “각자 밥 먹고 다시 만나자”고 합니다.

며칠 전에는 제가 골목길에 나타나자, 조이를 포함한 꼬맹이 전원이 우르르 도망가 버렸습니다. 제가 조이를 집으로 데리고 가니까, 더 놀고 싶은 마음에 숨어버린 거죠. 보통 워킹맘 자녀는 엄마를 엄청 기다릴 것 같죠? 그런 날도 있지만, 안 그런 날도 많습니다. 친구들과 실컷 노는 날엔 엄마 따윈 안중에도 없어 보입니다.


@pixabay

하루 휴가를 낸 날, 옆집 형제를 저희 집에 초대했습니다. 같이 놀다가 같이 저녁 먹고 간식 먹고 더 놀았습니다. 무려 저녁 9시 30분까지요. 조이의 형까지 사내아이 넷. 제가 힘들었을까요? 전혀요. 저는 조신한 며느리 모드로 밥 차려드리고, 우유 따라드리고, 다 먹은 과일 접시를 치워드리기만 했습니다. 그리고 부엌 식탁에 앉아 스마트폰으로 조용히 미드를 봤어요. “엄마 놀아줘” “엄마 공룡 토너먼트 하자” “엄마 내가 퀴즈 낼게 맞춰봐” “엄마 만화 더 볼래애애애” “엄마 형아가 때렸어” “엄마 헬리 다리가 없어졌어. 찾아줘어어어어”에서 해방돼, 아이가 즐겁게 노는 모습을 감상하며, 제 취미 생활을 하는 아름다운 저녁이었습니다.


@www.welive.com

위워크(WeWork). 세계 최대 공유오피스 업체가 최근 개시한 새로운 사업이 공유주거 서비스, 위리브(WeLive)입니다. 현재 뉴욕과 워싱턴DC 두 군데서 위리브를 운영하고 있어요. 국내에도 공유주거가 점차 늘고 있습니다. 사회초년병이나 대학생을 위한 쉐어하우스에서부터 특정 분야 종사자들의 공유형 주거공간 등이 속속 생기고 있습니다.

예전에 위워크코리아 분들을 만났을 때 “놀이방을 공유하는 공유주거 서비스가 있다면 저 입주할래요!” 했었습니다. 저는 아이 키우는 집만큼 ‘주거 공유’ 니즈가 큰 집단은 없다고 봅니다. 아이를 키우려면 참으로 많은 것이 필요합니다. 유모차, 범보의자, 유축기, 모빌(흑백·칼라 각각), 각 연령병 동화책, 그리고 숱한 장난감…. 단기간 필요한 것들도 많아 유아용품 중고거래가 활성화돼 있긴 하지만, 공유주거로 이 모든 것을 편리하게 공유한다면 어떨까요?

장점은 또 있습니다. 집에 항상 친구가 있습니다! 입주민들이 공유하는 라운지에 아이들만을 위한 공간이 있고(편의상 ‘놀이방’이라 해봅니다), 놀이방에서 같이 놀 친구를 항상 만날 수 있다면 아이도 부모도 더 즐겁지 않을까요? 놀이방이 외부인은 접근할 수 없게 잘 관리되고, 부모도 쉽게 아이가 안전하게 잘 놀고 있는지 CCTV 등을 통해 볼 수 있다면 아이를 놀이방에 맘 놓고 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입주민끼리 소통하는 앱에 다른 입주민 엄마가 “오늘 갑자기 일이 생겨 야근해야 하네요 ㅠㅠ” 하면, 칼퇴하는 제가 “걱정 마세요. 오늘 제가 아이들 저녁 같이 먹일게요” 하는 거죠. 상부상조. 공동육아. 육아공유. “아이 하나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죠. 공유주거로 이를 새롭게 실현해보는 것, 불가능한 일일까요?

이런 상상을 하며, 저는 조이를 잡으러(?) 갑니다. 비가 오는 날엔 친구랑 못 논다고 시무룩한데, 육아 특화 공유주거 시설에선 비 내리는 날도 괜찮겠군요!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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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 주거라ᆢᆢ

참 좋은데 사생활이 없을듯

맞아요. 사생활 보장이 안 되는 점이 공유주거의 단점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설계 나름 아닐까 셒기도 해요. 사생활을 보호하면서 공유의 장점을 키우는 서비스가 결국 각광 받겠지요.

부동산 가치상승이 주거선택의 1순위가 되어버린 우리나라에서 다소 시간이 걸릴수도 있을거 같습니다. 부동산 가치가 안정화되면 급물살을 탈수도 있다고 생각되네요. 전 꼭 입주하고 싶습니다~~ 위리브라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맞아요. 아직은 부동산이 곧 재산이라서 공유주거 개념은 실현 어려울 수 있어요. 앞으로 인구 줄고, 주택이 남아돌면 이러저러한 형태로 공유주거가 가능하지 않을까...생각해봅니다.

육아 공유 주거, 저도 무척 시도해 보고 싶습니다. 요즘 제가 읽고 있는 소설이 있는데 '실험공동주택시설'에 모여든 가족들의 이야기입니다. 가상 체험을 하는 기분으로 읽고 있습니다. ㅎㅎ

오. 저도 한번 찾아 읽어보겠습니다. 실험공동주택시설...!

제가 사는 성미산 마을은 이미 공동 육아, 공공주택이 자리잡았어요.^^

성미산 마을은 언론을 통해서만 간헐적으로 접해봤는데...만약 공동육아 지향 공유주거 사업을 하려는 사람들이 나타난다면 성미산 마을은 꼭 답사해봐야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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