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시작 7일이네요, 3일 전부터 보고 싶었던 드라마를 주구장창 봤습니다. 5개월 전 제가 간단 리뷰글을 남겼던 사마의 관련 중국드라마입니다. 총 2부로 나뉘어져있는데요. 1부 사마의 미완의 책사 이후 국내 방영을 손 꼽아기다렸기 때문에 쉬지 않고 봤습니다 ㅋㅋㅋㅋㅋ
삼국지 후반부의 주인공인 사마의는 명문가의 자녀입니다. 성은 사마, 이름은 의, 자는 중달입니다. '자'라고 하는 것은 본이름 외에 부르는 또다른 이름입니다. (별칭 혹은 애칭 느낌) 고로 사마의 혹은 중달이라고 부릅니다.
사마의는 청년시절부터 조조의 위나라대기업에서 일했으나 눈에 띄는 모습을 보이진 않았습니다. 그가 본격적으로 이야기에 나오는 것은 촉나라 제갈량(자 - 공명)이 북벌을 하면서 부터입니다. 삼국지를 읽어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공명과 중달의 싸움은 결국 사마의의 승리로 끝나는데요. 대부분 그 뒷 이야기들은 자세히 나오지 않습니다. 사실 저도 제갈량의 죽음 이후론 흥미가 급격하게 떨어져서 누가 어찌되든 크게 신경도 안 썼고 '그래서 누가 통일했는데?' 정도만 확인을 하고 책을 덮었습니다.
청년 사마의
사실 제가 이 드라마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딱 하나였습니다. 관점의 변화. 삼국지는촉나라가 착하고 위나라가 나쁜 나라라는 구도로 진행됩니다. 그리고 제갈량은 누구도 대적할 수 없는 지략가인데, 사마의가 운 좋게 명이 더 길어서 이긴 것처럼 나오곤 했죠. 어릴 땐 저도 그런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20대가 넘어서 다시 삼국지를 읽었을 때는 유비못지 않게 조조에 대한 관심도 커졌고, 새로운 시각의 삼국지를 읽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죠. 그러다가 우연히 유투브에서 사마의 미완의 책사 예고편을 보고 바로 꽂혀서 드라마를 보게 됐습니다.
무엇보다 사마의 2부 최후의 승자는 제갈공명 죽음 이후의 이야기도 다룹니다. 항상 제갈량 사후의 이야기는 대충 얼버무리고 끝났는데, 여기선 주인공이 사마의인지라 사마의가 어떻게 권력의 정점에 올라가는지가 나오죠. 그래서 더 관심이 갔습니다.(드라마 특성상 어느정도의 각색은 이해했습니다.)
1부 미완의 책사는 청년 사마의가 조조의 아들 조비의 밑으로 들어가 그를 보위에 앉히기까지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조씨 가문의 사람들과 자신을 견제하는 세력의 칼날을 피해가며 일을 차근차근 수행합니다. 결국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지만 모종의 사건으로 관직을 내놓고 고향으로 내려갑니다.
2부는 사마의가 다시 조정에 돌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먼저 불세출 영웅인 촉나라의 제갈량과의 싸움 그리고 끝없이 자신을 견제하는 조씨가문의 칼날을 피하는 과정을 다룹니다. 후반부에는 쌓이고 쌓였던 것이 폭발하면서 흑화하는 사마의의 모습을 보여주죠.
잠깐 이야기 하자면, 사마의 역을 맡은 오수파 분의 연기가 정말 기똥찹니다. 능청스런 모습이나 조곤조곤한 말투로 상대를 설득하는 모습, 부인 장춘화와 보여주는 달달한 모습까지 뭐 하나 빠지는 것이 없습니다.
제갈량
미완의 책사에서 사마의는 바둑돌에 불과했습니다. 그의 행동은 주군 조비를 위한 것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최후의 승자에선 다릅니다. 위나라에서 제갈량을 막을 인재가 유일하게 사마의라는 점 덕분에 그는 바둑돌에서 바둑기사로 변할 수 있었습니다. 적어도 전장에서 모든 것을 통제 할 수 있는 권한을 얻게 됐고, 그로 인해 자신의 능력을 맘껏 뽐냅니다.
사마의가 제갈량을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적과 나의 상황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마의는 자신의 능력이 제갈량에 못 미친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위나라 최고의 인재로 꼽히는 사마의인데 스스로 제갈량보다 아래라는 점을 인정하다니 참 대단합니다. 사람이란 사실이라도 자존심에 반하는 것이라면 쉽게 인정하지 못하는데 사마의는 그렇지 않은가 봅니다. 이런 냉철한 판단이 가능했기 때문에 사마의는 자신이 이길 수 있는 수를 찾아냅니다.
촉나라 군대의 약점은 식량보급입니다. 대군을 이끌고 먼 길을 왔기 때문에 식량보급이 제대로 안되면 알아서 자멸하는 상황이었죠. 정면 승부로 제갈량의 군대를 꺾을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사마의는 문을 걸어 잠근채 싸우지 않습니다. 초조해진 제갈량은 갖은 도발로 사마의를 전장으로 유인하지만 사마의는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태연하게 기다립니다. 사마의는 상상을 초월하는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고 또 기다렸습니다. 이것이 사마의가 가진 가장 큰 능력인데, 군량조달이 제대로 되지 않은 제갈량은 결국 군대를 철군시킵니다.
(중간에 죽을 뻔하지만 운 좋게 목숨을 부지한 것은 함정!)
사마의는 주도권을 상대방에게 넘기지 않았습니다.
다시 말해 내가 원하는 장소에서 내가 원하는 시점에 싸우는 상황이 아니라면 싸움을 피한 것입니다. 사마의가 모든 상대를 제갈량 상대하듯이 하진 않았습니다. 제갈량을 상대하기 전 위나라 변방에서 맹달이라는 자가 모반을 꾀한다는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사마의는 위나라 군주 조예의 명을 받아 군대를 이끌어 반란을 토벌하러 갑니다. 이때 사마의는 맹달에게 많은 시간을 주지 않기 위해 전광석화처럼 움직였습니다. 맹달의 예상보다 일찍 도착한 사마의는 제대로 방비가 되지 않은 맹달을 손쉽게 토벌당합니다. 상대에 따라 맞춤형으로 전략을 구사하고 승패의 키를 자신이 쥐고 있었습니다.
손자병법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가장 상책이라고 했는데 사마의는 이를 잘 지켰습니다. 싸움을 피하는 겁쟁이라고 손가락질 받았지만 아무도 이기지 못한 제갈량을 막아내며 결국 승자가 됐습니다. 건강관리를 하지 않고 무리하게 위나라를 침공하던 제갈량은 지병을 얻어 세상을 떠나고... 제갈량을 물리친 사마의는 엄청난 명성을 얻게 됐습니다.
사마의
드라마지만 저는 사마의가 가진 인내심을 본받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마의는(철저하게 을의 입장이라서 그런 것이기도 하지만) 항상 인내하고 또 인내합니다. 자신이 원하는 상황이 오도록 유도하면서도 끈기를 갖고 기다린 것인데요. 정말 철저하게 자신을 통제할 수 있었기 때문에 기다릴 수 있었던 것입니다. 한 예시를 들어보면, 서로 군을 대치한채 싸움을 하지 않자 제갈량은 사마의를 도발하기 위해 그에게 여자옷을 선물로 보냅니다. 그러면서 군을 이끌고 나와서 싸우지 않고 겁쟁이처럼 숨어있기만 하니 그대가 여인네와 다를 것이 무엇이오? 출전하지 않을 거면 내가 보낸 옷을 입고 나오라고 서신을 보냅니다. (오해 마세요, 드라마에서 저랬습니다.)
당시 시대상 배경을 생각하면 저 발언은 굉장히 치욕적인 발언입니다. 위나라 장수들은 격분을 하지만 사마의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옷을 입고 공명을 맞이하러 나갑니다. 사마의는 기계처럼 냉정했습니다. 이기기 위해선 자신의 자존심은 아무것도 아닌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이는 달리 보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필요 없는 패라고 여겨진다면 얼마든지 버리겠다는 것입니다. 이런 사람이 변심한다면 정말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죠.
여튼 끝내주는 인내심을 가진 것은 틀림없습니다.
사마의와 제갈량
추가로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제가 이 드라마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관점의 변화였죠. 중달이 꿈에서 공명을 만나 바둑을 두는 장면이 나옵니다. 제갈량이 말하길 자신은 한을 무너뜨린 역적 위나라를 물리치고 태평성대를 이루기 위해 전쟁을 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자신을 중용한 유비의 대업을 마무리 하려는 것이죠. 그러자 사마의는 격분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나도 태평성대를 원합니다, 하지만 당신이 전쟁을 일으킴으로써 우리 위나라 백성들이 도탄에 빠지는데 이건 태평성대를 위한 것입니까?”
사마의의 입장에서 제갈량이 하는 짓은 계란으로 바위치기보다 더 무모하고 승산 없는 싸움이지만 제갈량은 그 무모한 일을 성사시키려고 자신의 목숨을 불태웁니다.
맞는 말이죠, 위나라 입장에서 본다면 제갈량은 적입니다. 그리고 부질없는 싸움을 지속시켜 난세가 끝나지 않게 하는 주범인 것이죠. 한나라의 정통성과 자신의 주군에게 받은 은혜를 갚기위해라고 말하지만 그것은 제갈량의 관점일 뿐. 위나라 왕 조예는 6번이 넘게 전쟁을 일으킨 제갈량을 극도로 혐오합니다. 제가 조예였다고 해도 다르지 않았을 겁니다.
두 영웅의 싸움에서 최종 승자는 제갈량이 아닌 사마의입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은 승자인 사마의보다 제갈량을 더 높이 평가합니다. 게다가 사마의는 반역을 일으킨 인물로 역사에 기록되죠.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요?
위나라의 영웅이 된 사마의. 하지만 안심할 틈도 없이, 그의 목에 칼이 들어오고 있었으니...
다음 글에선 순수한 이상주의자 사마의가 어째서 반역자로 기억되는지에 대해 이야기 하려 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좋은 주말 보내세요!!
이미지는 티빙에서 사마의 2 최후의 승자 VOD를 시청하며 찍은 것입니다.
제갈량 덕에 쭈욱 평가 절하되어 온 인물이죠 사마의는..중국은 정말 스토리가 무궁무진합니다..이런게 정말 부러워요..땅덩러기가 크니깐 사건도 역사적 사건도 많고 인물도 많고
맞아요, 드라마로 쓸 소재가 많은게 넘 부러워요 ㅠㅠ
저는 요즘 신삼국지와 초한지를 쭈욱 보고 있는데, 역사가 스포일러임에도 역시나 재미집니다. 사마의도 사람들이 많이 추천하던데 항우 죽고나면 봐야겠습니다.
2부가 진짜배기입니다, 특히 후반부 중달의 흑화는 정말 ㅗㅜㅑ...
이런 관점의 이야기 참 좋네요~
관점의 변화는 항상 신선한 자극을 줘서 좋은 것 같아요! ㅎㅎㅎ
이걸보면서 느낀건데 이제 사극은 중국이 더 잘만든다고 느꼈습니다. 특히 조조의 최후가 참 멋있었죠.
맞아요!! 중국 사극 클라스가 옛날이랑 다르게 엄청 발전했더라구요 ㄷㄷ 보면서 깜작 놀랐습니다.
(jjangjjangman 태그 사용시 댓글을 남깁니다.)
호출에 감사드립니다! 즐거운 스티밋하세요!
고맙습니다 :)
자신의 처지와 상황을 깨닫고 인정하며
그 와중에서도 자신에게 유리한 고지와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기위해서
행하는 행보를 님의 글을 읽으면서 살펴보니;;;
다시보게 되는것도 어쩔수 없겠구나 싶네요..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