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3시. 엄마가 다급하게 날 깨운다. 순간 아침인가 했지만 직감적으로 무슨일인지 알아차린다. 우리집에는 약 한달 전부터 할머니께서 와 계셨다. 할머니는 시골에서 올라와 자식들의 집을 돌아다니며, 잠시 동안 머무르는 일을 반복하고 계셨다. 할머니의 연세는 이미 96세다. 이 시간에 나를 깨운다면 분명 할머니에게 문제가 생긴 것이다.
방으로 달려가니 96세의 노인은 이불을 덮고, 사지를 떨고 있었다. 입에서는 정체 모를 하얀 것이 흘러 나오고 있었다. 입에서 나오니 구토라고 하지만, 속에 먹은 것이 올라오는 것이 아니라 하얀 것이었다. 눈만 껌뻑껌뻑 감았다가 떳다가를 반복하고 있었다. 아 큰일 났구나.
엄마는 손을 덜덜 떨고 있었다. 한 시간 전쯤 방에서 쿵소리가 나는 것을 듣고 급히 방으로 가니 할머니가 바닥에 주저 앉으셨다고 한다. 다시 일으켜 세우니 금새 주저 앉아 버리셨다. 다음날 출근할 가족들 깨우지 않으려, 가벼운 몸으로 또 다른 가벼운 몸뚱이를 침대로 밀어 올렸다고 하더라.
보자마자 119에 전화를 걸었다. 구급차가 아니면, 할머니를 이송할 방법이 없었다. 구급차가 와서 할머니를 이송하려고 보니, 할머니의 다리에 문제가 생긴 것 같다. 다리를 만지기만 해도, 너무 고통스러워 한다. 몸을 압박한 후에 병원으로 이송시켰다. 구급차에는 보호자가 한명 뿐 대동 가능하다고 하여 엄마가 따라가고, 나는 뒤따라 갔다.
병원은 인천에서 꽤나 큰 병원이다. 과거에는 응급환자들에 대한 처우가 그리 좋지 못하다는 소문이 자자했던 곳이다. 점차 경쟁 병원들이 늘어나고, 의사 수가 늘어나면서 그들도 전략을 바꾼듯 하다. 돈이란게 사람의 목숨 앞에서 얼마든지 전략을 만들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할머니는 일어서면서 뼈가 부러졌다고 한다. 떨어져서 생긴 골절이 아니라, 일어서면서 생긴 골절이었다. 100세 가까운 노인에게는 흔한 일이라고 했다. 할머니는 여전히 사지를 덜덜 떨고 있었고, 나에게 왜 자꾸 떨리는지 물어봤지만, 내가 알 길이 없어 이불만 덮어드렸다.
집안 어른들과 대화 후 할머니를 집으로 모시고 왔다. 다른 병원으로 입원시켜 수술이 가능할 지 판단해보자 이야기 되었다. 문제는 할머니가 하체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감이 없어졌다. 대소변이 줄줄 아래로 흘렀고, 그것을 몹시 부끄러워 했다. 나이가 어리나 많으나 참 부끄럽고, 치욕적인 순간일 것이다.
오전에 간단한 식사를 하시고, 누우시고, 기도하시고, 주무시고, 다시 식사 하시고를 반복했다. 참 재밌는 것은 할머니가 오후 해질 무렵이 되자 가끔은 혼자 앉아계시다 누으셨다 하신다. 앉아서, 허리를 꽂꽂하게 세우시고, 기도를 하신다. 참 사람의 숨이 질기다.
이 이야기들은 1주일 전의 이야기다. 3일 전 할머니는 수술을 하셨고, 오늘 할머니를 뵙고 왔다. 나오는 길에 할머니 손을 붙잡고, 기도를 해 드렸고, 할머니는 눈물을 흘리셨다. 그것이 삶의 희망에 대한 눈물인지, 죽지 못한 아쉬움의 눈물일지 내가 알 길은 없으나 유추해 볼 수는 있었다.
벌써 15년 전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한 달 전, 외할머니는 할아버지께 질문했다.
“살고 싶소?”
기력이 다한 노인은 아무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고 한다.
숨이 붙어있는 생명에게 삶에 대한 의지란 본능적인 것일텐데, 100세 가깝게 살아온 노인에게 삶에 대한 의지는 어쩌면 당연한 것이리라. 그러한 삶의 의지 없이 지금껏 버텨오지 못했으리라.
어떤 아이는 생후 4년 만에 죽음을 맞는다. 어느 노인은 생후 96세가 되어도, 살아갈 의지를 가지고 살아간다. 이것이 누군가는 우연이라 표현하고, 누군가는 운명이라 말하며, 할머니는 하나님의 인도하심이라 말하였다. 그것이 무엇이든지 간에 삶은 나의 의지에 속한 일이 아니리라.
96세 노인의 말 없는 삶의 희망을 보며, 4세 아이의 죽음과 15년 전 외조부의 죽음을 같이 떠올리게 되는 건 어쩌면 삶에 내려진 축복의 양이 다르며, 귀천이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드는 밤이다.
뭔가 와닿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다시 한번 생에 대해서 뒤돌아보는 계기가 되거같아요..
그랬다면 글의 의도는 어느정도 성공한 것 아닐까 싶어요. 감사합니다 :)
삶의 의지....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저는 스코트 니어링식의 마무리를 생각하는 데
쉽지는 않겠지요?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엄청난 의지가 필요한 건 확실 할겁니다 :)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닐거에요.
스팀아 4월을 멋지게 가보즈아!!!
오치님 고맙습니다^^
참... 인생이란... 삶과 죽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네요...
살아가고 있으면서 산다는 것에 대해서 생각을 해본적이 없었거든요
오늘 존 하루 되세요
감사합니다~ 현순님도 오늘 하루 행복하시길:)
읽는 내내 코끝이 찡해지면서...
저희 할머니가 생각이 났습니다...
그래서 눈물이 조금 났네요....
힘내세요!!
감사합니다 :) 울지마세요~~
이벤트 참여 감사합니다ㅎㅎ
보팅 꾹 누르고 가용~^^
네 고맙습니다 :)
답 보팅 왔습니다 ^^
이걸 보니 왠지 예전에 보았던 좋은 생각인가? 떠오르네요 ㅜㅜ
왠지 모르게 조금 슬퍼지는 ㅎㅎ
답보팅까지..ㅋㅋㅋ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