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ee1042 님의 독후감을 읽다가 스토너라는 책을 알게 되었다. 다 읽은 사람이라면 안좋아할 수 없는 책이라는 소개를 보고 궁금했는데 오늘 읽었다.
스토너는 성실하고 자신의 삶을 묵묵히 살아가는 사람이다. 스토너를 보면서 내가 떠올린 캐릭터는 소설 오베라는 남자의 오베이다. 스토너와 오베는 다른 소설 속 주인공이지만 스토너는 20살이 되기도 전에 농사일을 돕다가 어깨가 굽은 사람이고 오베는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시고 혼자 외롭게 살아간다. 친구도 별로 없고 결혼도 처음 연애한 여자와 하고, 회사 혹은 학교와 집 밖에 모르는 삶이다. 이렇게 단조로운 삶을 살아가던 그들인데, 누구보다 성실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폐 끼치지 않는 그들인데, 그들의 인생을 평탄하게 흘러가지 않는다. 뭘 크게 바라는 것도 없는데 사는건 왜 이렇게 힘든건지...
어릴 때는 잘생기고 능력있는 사람들이 나와서 어려운 일을 슈슉 해결하는게 멋있었다. 그런데 그런 일은 현실에선 판타지에 가깝다는걸 이제는 안다. 살다보면 어디서부터 누가 잘못한지도 모르는 채로 멀뚱하니 당하고 억울해 하는 일이 다반사다. 그러다가 중간에 애먼 사람들에게 화풀이하고 또 그게 바보같아서 속상하다.
나의 경우 보통 이런 일의 끝은 자괴감이다. 세상에 100%는 없다. 아니라고 생각해도 내가 뭘 잘못했는지 곱씹다보면 아무리 사소한 거라도 마음에 걸리는게 있다. 나는 그때 왜 그랬나. 하필 왜 그때인가. 운칠기삼이라는데 이렇게 재수가 없나. 그러다 보면 내가 그렇지 뭐...가 되는 것이다.
요새 드는 생각은 엄청난 능력자가 아니라 그냥 평범한 사람이 꾸준하고 성실하게 자기 삶을 꾸려나가는걸 보는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는 것이다. 동질감이라 해야하나. 스토너가 그렇고 오베가 그렇고 드라마 나의 아저씨의 동훈이 그렇다.
예전엔 너무 힘든 일이 있을 땐 그냥 모두 놓았던거 같다. 불도 켜지 않고 방에 마냥 누워서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다보면 이 상황에서 영영 빠져나가지 못할거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점점 우울에 깊이 빠져든다. 지금은 그러지 않는다. 일이 없더라고 제 시간에 일어나고, 집안일을 하고, 누군가를 만나고, 밥을 먹고 일상을 꾸역꾸역 살다보면 어느새 괜찮아져 있는 나를 본다.
스토너와 오베도 그렇다. 인생이 휘청거릴 정도의 위기에서도 묵묵히 자기일을 한다. 오히려 더 열심히 메달린다.
남들이 보기에 별거 없는 인생인데 뭘 그리 아등바등 열심히 사냐고 한다. 남들이 알든 말든 상관없다. 내가 안다. 내가 성실하게 살아내다보면 적어도 나한테 미안하다는 생각은 안들겠지.
나도 내가 잘 살았으면 좋겠다. 그런데 그 잘사는 기준이 좀 바뀐것 같다. 돈이야 당연히 많으면 좋겠지만 그것보다는 큰일 없이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챙기고 챙김받고 투닥거리면서 사는거...요즘엔 그런게 좋다.
(jjangjjangman 태그 사용시 댓글을 남깁니다.)
호출에 감사드립니다! 즐거운 스티밋하세요!
안녕하세요! 제 독후감 때문에 책을 읽으셨다니 기쁘고 반갑습니다. :)
제가 추천한 책을 다른 분도 재미있게 읽었다고 하시면 참 기분 좋더라고요.
저도 팔로우하고 가요. 즐거운 일주일 시작하세요. :)
엇!! 감사합니다!! 글을 워낙 잘 쓰셔서 소개해주신 다른 책도 눈여겨보고 있는 중이에요. 브리님 올려주시는 독후감 앞으로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사람은 태어난 순간에 이미 존재의 가치를 갖는다. 라고 생각합니다.
사는 방식은 무엇이 되더라도, 살아가는 것 자체로 가치 있는 일이겠지요.
동감합니다!! 모든 사람들이 그걸 알아서 서로서로 존중한다면 살기가 좀 수월할거 같은데 말이죠.^^
맞아요. 스스로에게 미안하지 않은 삶이 좋은 삶인 것 같아요. 장기적인 인생이야 운빨이 많이 작용하니 내가 어쩔 수 있는 것보다 없는 게 더 많을 테지만, 하루하루를 성실히 사는 것은 내가 어쩔 수 있는 것이고, 그렇게 하루하루 살면 내게 덜 미안하고 눈 감을 때 아 이만 하면 괜찮은 삶이었어 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ㅎ
절대 공감합니다. 세상은 장삼이사들이 모여사는 곳이죠... 가끔 아인슈타인같은 슈퍼 영웅이 나타나기도 하긴 하지만.. 어차피 그들이 슈퍼 영웅인건 우리가 장삼이사니깐 더 빛나는 거 아닐까요?
어차피 나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면.. 나만큼 아프고 나만큼 힘들껍니다. 그리고 그 힘듦에 빠져들다 보면... 더 힘들어질테구요.. 남들이 즐거운 만큼 나도 즐거운거입니다. :) 전 그렇게 살고 있어요. :)
안그래도 요새 좀 힘들다 싶었는데. :) 좋은 글 감사합니다. 덕분에 다시 맘을 다잡아 봅니다. :)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투루노님 항상 바쁘게 열심히 사시는 모습 글로나마 지켜보면서 대단하시다 생각하고 있었어요. 이벤트로 지원도 많이 해주시는데 이렇게 댓글까지 달아주시니 제가 더 감사합니다.
저도 마음은 이렇게 먹어도 막상 일이 닥치면 매번 휘청휘청하는데 말씀 듣고보니 더 힘을 내봐야겠어요. 다른 분들도 힘들지만 다시 기운차리고 앞으로 나아가실테니 말이죠. ^^
스토너는 저역시 감동으로 읽었어요. 나의 일을 가지고 어떤 인생의 장에도 일 속에 파묻려 열심히 사는 것이 다인 남자... 열심히
살다가 내스스로에 미안함이 없다면야 최고 인생이겠지만... 적어도 가족은 돌아볼 수 있었으면 좋았겠지요... 스토너는 가족을 기계적으로 돌아가는 톱니정도로 여겼던것 같아요. 문제가 인식되어도 적극적으로 졸리려고 하지않는 비겁함... ㅜ 그래서 안타까운 소설이었어요
특히나 딸이 점점 이상해지는걸 보면서도 그 원인 제공자인 엄마와 함께 있도록 방임(?)한 부분은 저도 안타까웠어요. 와이프는 성인이지만 적어도 아이는 지켜줘야 했을거 같은데... 그러고 보면 스토너도 덜 성숙했던게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