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쓴 글을 페북이 알려줬다. 내게는 의미있는 사건이라 공유한다.
박사과정 때 빌려 쓴 은행대출금을 마침내 다 갚았다. 이것도 성취라면 성취일텐데 멜랑꼴리하다. 이 변태적인 기분.
무지막지한 이자율. 당시 외국인이 빌릴 수 있는 최저 이자율이 저 정도였다. 이것도 외국인이 보증을 서줘야 돈을 빌릴 수 있었는데, 맘씨 좋은 친구 녀석이 겁도 없이 내 빚보증을 서줬다. 그때 난 외국인 신분으로 직장생활겸 박사과정을 하고 있었다. 그 녀석이나 나나 대책없긴 마찬가지였는데, 서로 키득거리며 대출서류에 사인을 했다 ㅎㅎ. 급하고 절박했으니까. 그때 친구녀석이 빚보증을 서주지 않았다면 난 지금 뭘 하고 있을까? 아무튼, 그렇게 시작한 공부는 끝을 내.야.만. 했다.
하나의 부채를 덜고 나니 몇개의 부채가 더 걸려 있다. 딸아이 학자금 보증, 자동차 할부금, 집 모기지 등등. 매달 들어오는 월급은 은행전산망에 잠시 머물다 쑥 빠져 나간다. 월급이 들어오면 몇번의 클릭으로 부채와 공과금을 처리한다. 통장의 잔액이 줄어드는 것을 확인한다. 다음달 월급이 들어오기를 기다린다. 클릭할 때 마다 은행이라는 애매모호한 기관에 대고 욕을 몇번 내뱉는다. 욕하는 대상이 애매모호하니 욕을 하고 나면 허탈하다. 스웨덴과 덴마크에서는 조만간 종이화폐가 사라질거라고 한다. 참, 멜랑꼴리하다.
돈 빌리는 것도 능력으로 대우받는 시대다. 빚내서 땅투기하고 주식투자 하는 것도 능력이라고 말한다. 개뿔, 알고보면 이런 변태적인 삶이 없다. 재벌집 아들로 태어나지 않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변태적인 부채인간의 삶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현대인의 삶은 친구들에게 쌓는 신용보다 은행의 신용등급을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지구를 지키며 소박한 행복을 꿈꾸는 삶도 신용등급이 낮으면 꽝이다. 산속으로 들어가 도사가 되지 않는 이상, 은행에 저당잡힌 삶을 벗어날 수 없다. 빚과 이자에 저당잡힌 멜랑꼴리한 삶. 내 삶의 미래를 담보로 미리 돈을 끌어다 쓰는 삶. 이것이 현대인의 실존방식이다. 현대인의 근본 정서는 멜랑꼴리일 수 밖에 없다.
전세계 부채인간들이여 단결하라! 모든 은행들이 단결한 부채인간들 앞에 부들부들 떨게 하라. 잃을 것은 빚의 사슬이요, 얻을 것은 자유일 뿐이니.
빚갚은 기념으로 화끈하게 크레딧카드 한 번 그어 볼까? ㅋㅋㅋ
13프로라니 어마어마하네요 정말 ㅎㅎ거기가 미국인가요? 저흰 영국에 살때 무서운 렌트비 때문에 모기지해서 집을 살까 고민한적이 있는데 영주권 없으면 어둠의 경로로 무서운
이자율로 사야해서 포기했어요. 내나라라 남의 나라라 금수저 아니면 저당잡힌 인생이죠 뭐 하하
네, 미국이에요. 저도 영국에서 잠깐 살아서 그곳 실정을 조금 안답니다. 케닐워드 (Kenilworth)라는 시골 동네에 살았거든요. 미국으로 돌아오기로 결정한 이유 중에 하나가 살인적인 물가, 한국인이 살기엔 너무 부족한 인프라 (예, 식료품. 한국인 거의 없음, 세금 등등), 얇은 월급봉투 때문이었어요. 저 혼자라면 그럭저럭 지냈을텐데 아내와 아이가 고생을 너무 했답니다. 미국은 사람사는 동네면 한국인이 살만한 기반시설은 되있거든요. 서로 의지도 되고. ㅎㅎ
kenilworth 는 처음 들어 찾아보니 coventry쪽이군요. 저흰 surrey에 walton on thames 라는 곳에 살았어요. 런던 접근성 좋고, 한인타운 new malden 이랑도 가까워 한식재료 구하기고 좋았죠. 여러 이유로 한국으로 돌아오긴 했지만요. 요즘은 미세먼지 때문에 다시 영국 가서 쪼들리게라도 살고싶은 심정이에요 ㅠㅠ
외국에서 많이 힘드셨을거 같아요. 정말 그런 일들 다 해내시는게 대단하시네요.
에 이벤트 리스팀 감사드립니다 .
지금 생각하면, 뭘 몰라서 그렇게 했을거예요. :)
은행이 가라사대,
ㅋㅋ 말 되네요.
재밌는 글 많이 쓰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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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가 13%라니. 빠져나오신 거 일단 축하드립니다. 지금은 세계 어디나, 은행이 사람들의 주인인 듯 합니다.
감사합니다. 우리 모두 금융자본주의 세계 속에 살고 있는 셈이죠. 아무도 빠져 나올 수 없는 세계. 암호화폐가 돌파구를 마련해 줄 수 있을까요? ㅠㅠ
빛과 빚이 왔다갔다 하네요.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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