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램지 씨가 나타나는 바람에 마음이 산란해져서 엉뚱한 붓을 집어 들었고, 신경이 날카로운 상태에서 땅에 박은 이젤은 각도가 잘못되어 있었다. 이제 이젤을 바로잡고, 그러면서 그녀의 주의를 사로잡았던 무관한 잡념들 ─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사람들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하는 ─ 을 가라앉히고는, 붓을 든 손을 치켜들었다. 잠시 고통스러우면서도 흥분에 찬 희열 속에서, 공중에 쳐든 붓이 떨렸다. 어디서 시작할까? ─ 어디에 첫 획을 그을까? 하는 것이 문제였다. 캔버스에 한 획을 긋는 행위는 무수한 위험들에 뛰어드는 것을, 돌이킬 수 없는 결정들을 해나가는 것을 의미했다. 관념 속에서는 단순해 보이던 온갖 것이 실제로는 대번에 복잡해져서, 마치 절벽 꼭대기에서 보는 파도는 가지런하지만 그 가운데서 헤엄치는 자에게 보이는 파도는 깊은 골과 거품 이는 마루로 나뉘는 것과도 같았다. 그래도 위험을 무릅쓰고 첫 획을 그어야만 했다.
시작이 반이라고 하지만 섣부르게 행동하다간 전체를 망가뜨릴 수 있다. 모든 것이 준비된 채일 필요는 없지만서도, 마치 피아노의 첫 음을 치는 것처럼 집중력 있는 시작은 중요하다.
버지니아 울프, 《등대로》
Hi @pediatrics!
Your UA account score is currently 3.114 which ranks you at #9323 across all Steem accounts.
Your rank has improved 20 places in the last three days (old rank 9343).Your post was upvoted by @steem-ua, new Steem dApp, using UserAuthority for algorithmic post curation!
In our last Algorithmic Curation Round, consisting of 368 contributions, your post is ranked at #340.
Evaluation of your UA score:
Feel free to join our @steem-ua Discord ser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