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Mediteam에서 활동하고 있는 약사🏥💊👦 @PharmD 입니다! =)
매운 것을 먹거나 과식하고 나서 속이 쓰리고 아프신 적 있으시죠? 그럴 때 자주 드시는 약이 바로 제산제입니다. 보통은 막대형이거나 직사각형의 작은 포에 들은 걸쭉한 액체약(현탁액)을 쭉쭉 빨아 마셨던 기억이 있으실 거에요. 사실 속쓰림의 원인도 다양하고, 그 결과로 나타나는 통증의 양상도 여럿이다 보니 환자분들께서 표현하시는 증상의 내용도 굉장히 다양합니다. 더욱이 똑같이 속이 쓰리다고 표현하시는 증상조차 기저질환이 다를 수가 있지요. 그래서 위장관계 질환에서는 증상이 비슷하더라도 치료가 다를 수도 있고, 반대로 증상이 다른데 치료가 비슷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한 이유들 때문에 가능하면 병원에서 필요한 검사를 받고나서 정확한 진단이 나왔을 때 거기에 맞는 약을 쓰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증상이 일시적이거나 심하지 않은 경우에는 약국에서 바로 구매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으로 증상을 완화시킬 수도 있지요. 그런데 문제는 속쓰림 증상에만 한정하더라도 약의 종류가 참 다양합니다.
- 화학적으로 위산을 중화시켜서 산을 제거하는 약
- 위벽에 코팅이 되어서 방어인자로서 위를 보호해주는 약
- 위액이 식도를 통해 역류해서 타는 듯한 속쓰림이 일어나지 않도록 위-식도 사이의 차단막을 형성하는 약
- 아예 처음부터 위산이 덜 분비되도록 하는 약 등등..!
이렇게 다양한 위장약들 중에서도 오늘은 “제산제”에 대해서만 설명드리려고 해요! 우리가 일상에서 가장 흔하게 접하는 속쓰림 약인 ‘화학적으로 위산을 중화 시켜서 산을 제거하는 약’에 대해서 설명드리겠습니다. =)
1. 제산제가 작용하는 원리
제산제의 원리에 대해서 살펴보기 전에 우선 위의 기능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위에서는 음식물을 살균하고 영양분을 흡수가능한 상태로 분해하기 위해서 위산을 분비하고 위를 산성 상태로 유지합니다. 이때 위에서는 음식뿐만 아니라 우리 몸까지 소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위산을 방어하는 물질도 분비하고 있지요. 건강한 위에서는 위산과 방어인자가 서로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위산의 분비가 과다하게 늘어나면서 그 균형이 깨지게 되면 위 점막이 손상을 입기도 하고, 위와 식도 사이에 있는 괄약근이 약해져서 구역질과 함께 역류하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에 화학적으로 알칼리성을 띄고있는 제산제를 복용하게 되면, 과도한 위산을 중화시켜서 위를 보호하고 통증을 줄여주게 되는 것이지요.
2. 제산제의 종류
A. 겔포스®와 마그밀®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제산제는 화학적으로 알칼리성을 띄고 있는 물질이라, 일반적으로 알루미늄이나 마그네슘 같은 무기질 성분이 주로 이용됩니다. 겔포스®(성분명: Aluminum Phosphate)나 마그밀®(성분명: Magnesium Hydroxide) 같은 약들이 많이 알려져 있지요.
그런데 사실 알루미늄 성분은 변비를 일으키고, 마그네슘 성분은 설사를 일으키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때문에 마그밀® 같은 약들은 변비 환자들에게 처방되기도 하지요. 그런데 내가 속이 쓰려서 약을 먹었더니 문제가 없이 정상이던 장에서 변비나 설사가 심하게 일어나면 좋지 않겠지요? 그래서 나온 약이 다음의 약들입니다.
B. 알마겔®과 스멕타®, 겔포스 엠®
알루미늄은 변비, 마그네슘은 설사를 일으킨다면, 두가지를 다 넣으면 부작용도 줄어들고 제산효과도 크지 않을까?
네, 그렇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약들이 알마겔®(성분명: Almagate)과 스멕타®(성분명: Dioctahedral Smectite), 겔포스 엠®(성분명: Aluminum Phosphate, Magnesium Hydroxide, Simethicone) 등의 약이랍니다. 알마게이트는 알루미늄과 마그네슘의 복합 수화물이고 스멕타이트는 알루미늄과 마그네슘의 이중 silicate로 구성된 천연점토입니다. 특히 스멕타이트는 천연점토이기 때문에 흡착력이 좋아서 위장관에서 세균이나 독소, 바이러스 등을 흡착해서 배설하는 역할도 하지요. 겔포스 엠®의 경우 알루미늄과 마그네슘 성분을 각각 개별 성분으로 구성하고 있는데, 이에 더해서 시메티콘이라는 성분까지 포함되어 있습니다. 시메티콘은 위장관에서 가스를 제거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 약의 경우 속쓰림에는 물론이고 가스가 차서 더부룩할 때도 복용할 수 있지요.
하지만 이 약들이 설사나 변비 부작용을 모두 잡았다고 완전히 신뢰하여서는 안됩니다. 환자에 따라서는 알마겔®과 스멕타®, 겔포스 엠®도 설사나 변비 부작용이 오히려 더 심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부작용이 제산제에 의한 것임을 인지하고 부작용이 있는 경우 복용을 중단하거나 약을 변경하실 수 있도록 병원∙약국을 방문하시는게 좋겠습니다.
3. 제산제 복용 시 주의사항과 제산제의 용법
A. 제산제 복용 시 주의사항
제일 중요한 사항은 “지속적으로 증상이 나타나면 반드시 병원 진료를 통한 검사와 진단을 받아 원인 자체를 치료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서두에서 제가 속쓰림의 원인, 기저질환은 아주 다양하다고 말씀드렸던 것을 기억하시나요? 사실 단순히 과식이나 야식, 매운 음식, 스트레스 등에 의해 일시적으로 속쓰림이 발생할 수도 있지만, 지속적으로 증상이 있다면 어쩌면 위염이나 위궤양, 혹은 위암까지도 고려해야 할지 모릅니다. 때문에 그때그때의 증상만을 해결하다 보면 원인이 은폐되어 병이 깊어질 수도 있는 것이지요. 다시 한번 강조 드리자면, 제산제를 2주 이상 복용하여도 증상 개선이 없고 체중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거나 혈변, 빈혈 증상 등이 나타난다면 꼭 병원을 방문하여 증상에 대한 진단을 받아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PharmD Tip! 단골 약국을 지정해보세요!
혹시 약국에 찾아오는 환자분께서 너무 장기간 지속적으로 제산제를 문의하신다면, 제가 약사로서 권해드릴 것은 약을 달라는 대로 드리는 것이 아니라 “복용을 중단하고 바로 병원 진료를 받아보시는게 좋겠다”는 상담입니다. 약사들은 지역 주민들의 건강증진을 위한 게이트키퍼로서 환자의 현재 건강상태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고 이에 대해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학교∙병원∙약국에서 트레이닝 받습니다. 때문에 병원 처방약과 그전에 지속적으로 복용하던 약국약에서 중복 성분이 있다든가, 서로 병용해서는 안되는 성분을 함께 복용하고 있는 등의 여러 상황에서 환자의 치료와 건강유지에 필요한 방향으로 조치를 취하게 됩니다. 해당 환자가 그 약국을 지속적으로 방문하는 분이시라면 문제되는 상황을 더 빠르고 확실하게 인지하고 그에 따른 조치를 취할 수 있겠지요. 때문에 단골 약국을 지정해서 다니는 것은 제산제 장복으로 위암이 은폐되는 사례와 같이 나도 모르는 채 병이 심화되는 것을 예방하는데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음식이나 약물과의 상호작용도 주의해야합니다. 제산제의 경우 알칼리성 물질이기 때문에 위의 산도가 높을 때 흡수가 잘되는 항바이러스제나 항진균제, 철분제 등의 흡수를 감소시키기도 하고, 항생제와 결합해 흡수를 방해해서 효과를 떨어트리기도 합니다. 때문에 이러한 약물들과는 2시간 이상의 간격을 두고 복용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우유와의 복용도 피하는 것이 좋은데, 칼슘이 함유된 제산제를 다량의 우유와 함께 복용하면 혈중 칼슘농도가 과도하게 증가하여 구역∙구토와 탈수증상을 일으킬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B. 제산제의 복용방법
제품마다 다른 성분들과 환자의 상태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제산제는 기본적으로 공복에 복용하는 의약품입니다. 식약처 허가사항 상의 표현으로는 ‘식간(식사와 식사 사이)에 복용한다’고 하는데, 의약품의 투약에 있어서 ‘공복’을 ‘식전 1시간 이전 또는 식후 2시간 이후’로 계산하기 때문에 대략적으로 식사와 식사 사이가 되는 시간대이겠네요. 혹시 제산제를 식후 30분에 복용하고 계신다면, 그때 드신 식사는 제대로 소화∙흡수가 안되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제산제는 가능한 공복에, 주의해야하는 음식이나 약물과 2시간 이상의 간격을 두고 복용해주세요!
4. 위산을 중화시키는 약, 위산 자체가 덜 분비되게 하는 약
우리가 지금까지 살펴본 약이 바로 위산을 중화시키는 제산제입니다. 그렇다면 위산 자체가 덜 분비되게 하는 약은 무엇일까요? 이런 약들은 위산 분비 억제제라고 부르는데요, Histamine2-Receptor Antagonist(H2RA)나 Proton-Pump Inhibitor(PPI) 같은 약들이 있습니다. H2RA나 PPI가 필요한 이유는 제산제와는 그 역할이나 발현시간 등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 약들은 대부분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 하는 전문의약품이기(용량에 따라 일반의약품도 있습니다) 때문에 환자분들께서 직접 선택하실 일은 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번 짚고 넘어가는 이유는 제산제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 입니다.
H2RA나 PPI와 달리 제산제는 현재의 위 상태에서 빠르게 작용하는 급성증상의 치료제입니다. 그 효과가 지속적이지도 않지요. 다만 지금 당장 위산을 중화시켜서 통증을 완화해주는 효과가 뛰어납니다. 그러나 위궤양이나, 위식도 역류질환 등의 질병에서는 치료를 위해 위산 분비를 적정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억제해야 합니다. 따라서 그런 효과를 낼 수 있는 H2RA나 PPI를 사용하게 되지요. 차이를 이해하시겠지요? 제산제는 기저질환의 근본적인 치료를 위해서 쓰는 의약품이 아니고, 현재의 급성 증상을 완화해주는 의약품이라고 생각하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속쓰림이 오랜 기간 지속되고 있다면 내 몸의 무엇인가가(또는 나의 생활습관이) 잘못되어 있는 것이고, 그런 경우에 쓰는 의약품은 따로 있다는 사실도 기억해주세요. 의약품은 적재적소에 올바른 타이밍으로 맞춰 쓰면 약이지만, 제대로 쓰지 못하면 독이 될 수도 있답니다.
제산제는 우리 모두가 자주 접하는 의약품이지만 그만큼 제대로 알고 올바르게 사용하고 계셨을 지는 또 의문입니다. 혹시 제산제를 잘못 복용하고 계셨거나 너무 오래∙자주 복용하고 계셨다면 이번 기회에 올바른 사용법을 익히고 가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럼, 다음 글에서 만나요! 지금까지 @PharmD였습니다. 🏥 👼 💊👦
한국에선 H2RA 와 PPI 가 처방약이군요... 미국은 OTC 입니다.
정말 자세한 설명 감사합니다.
아 한국도 모든 H2RA와 PPI가 전문약은 아닙니다! 예를들어 잔탁 150mg은 전문약, 75mg은 일반약인데, 사실 해당 성분들이 전반적으로 OTC보다 ETC가 많긴 합니다. 관련 내용을 추가적으로 명시해둬야겠군요!!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