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사실 가상화폐가 전에 없던 완전한 Brave New World를 만들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기존에 없던 재화와 경제 시스템은 어딘가에 없을 수밖에 없었던 결함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니 그 결함이 제거되었다고 증명하기보다는, 기존에 있던 재화와 시스템의 변형 및 개선이라고 하는 편이 훨씬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고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기 용이합니다. 저는 가상화폐 생태계를 기존의 경제 이론으로 설명할 수 없는 새로운 혁신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보면 솔직히 거북합니다.
스팀잇도 마찬가지입니다. 스팀잇 생태계도 기존의 경제이론과 비즈니스 모델로 충분히 설명할 수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경쟁력 있는 플랫폼이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제가 바라보는 스팀잇은 출판 재단입니다.
출판 재단은 어떤 일을 할까? - What kind of things are done in a publishing foundation?
출판 재단에는 수많은 작가들이 등록되어 있습니다. 이들은 제각각 창작 활동을 하고 재단에 자신의 저작물을 제출합니다. 재단은 이들을 평가하고 책의 형태로 출판되도록 돕습니다. 그리고 출판된 책의 수익금을 작가와 재단이 나눕니다. 한편 재단은 자신의 저작물이 책으로 출판되지 않은 작가들도 돕습니다. 이들에게는 재단이 출판했던 저작물의 수익금 및 재단이 모집한 기부금 등을 나누어 작가들이 창작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합니다. 따라서 재단 등록 작가들은 창작을 준비할 때부터 완료되기까지, 그리고 그 다음 창작을 준비할 때까지의 환경적, 경제적 지원을 재단으로부터 받을 수 있습니다.
재단 등록 작가들은 작가들끼리의 커뮤니티도 가집니다. 재단에 소속된지 오래고 유명한 책을 여럿 출판한 작가는 당연히 명성과 영향력이 높습니다. 이 사람은 아직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신인 작가의 작품 중 눈에 띄는 것이 있으면 재단에 보다 빨리 출판까지 이루어지도록 추천할 수 있습니다. 유명 작가의 추천 뿐만 아니라 신인 작가들 사이에서도 많은 추천을 받은 작품은 출판이 빠르게 이루어 질 수 있습니다. 그러한 상호 추천들이 모이면 좋은 작품이 선별되고, 재단은 보다 수월하게 좋은 책을 출판할 수 있게 됩니다. 재단에 소속된 작가의 수와, 그들의 창작물의 수, 그리고 그들 사이의 상호 평가와 추천이 재단의 출판 경쟁력을 강화합니다.
그렇습니다. 이런 중세 때부터 존재했을 출판 재단의 역할을 스팀잇은 완전히 동일하게 수행할 수 있습니다.
스팀잇은 기존의 출판 재단과 어떤 점이 다를까? - What is a difference between a traditional publishing foundation and Steemit?
기존의 출판 재단의 수익원은 모집된 기부금, 그것의 운용 수익, 그리고 재단의 이름으로 출판한 책 수익으로 이루어집니다. 그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출판한 책의 수익입니다. 따라서 책을 출판할 수 있을 정도의 작가의 영향력이 막대하며, 아직 그정도로 창작물을 만들어내지 못한 작가에게는 충분한 지원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따라서 재단은 별도로 상당한 규모의 기부금을 모으지 못하는 한 등록 작가의 수를 무한정 늘릴 수 없습니다. 재단의 등록 기준을 통과하거나, 기존 등록된 작가의 추천을 얻을 소수의 신인 작가들만이 새롭게 재단에 등록된 작가로 활동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기존의 출판 재단은 등록 작가를 선별하고, 어떤 책을 출판할지 결정하며, 각 작가에게 얼마만큼의 경제적 이익을 나눌지를 모두 중앙에서 자의적으로 결정합니다. 이 과정에서 등록 작가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경우는 부지기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재단 운영측은 수익금을 가로채거나 재단 운영기금이 총수 일가의 불법적 재산 상속 수단으로 이용되는 등 비리의 온상이기도 하였습니다.
스팀잇은 이러한 문제점을 블록체인 기술과 분산화된 의사결정 구조로 극복합니다. 작가들에게 지급하는 경제적 지원을 가상화폐를 통해 함으로써 아무리 미미한 창작활동이라도 그에 상응하는 경제적 보상을 확실히 지급합니다. 비록 한 방의 히트작을 만들지 못하여도 남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소소한 작품 여럿을 만들면, 약간씩이라도 경제적 보상과 명성이 쌓이는 구조입니다. 이러한 구조이기 때문에 작가 등록 수에 제한이 없고, 등록 기준의 허들을 만들 필요도 없습니다.
또한 우수한 작가 및 작품의 선별 과정에서도 중앙의 일방적인 의사결정은 없습니다. 오직 스팀잇 참여자들 사이에서의 상호 평가와 보팅만이 있을 뿐입니다. 스팀파워가 높은 작가가 우수 작가며 보팅이 높은 게시물이 우수 작품입니다. 가상화폐 스팀은 이 커뮤니티에서 평가 측도와 명성의 역할을 합니다. 물론 기존에 높은 스팀파워를 모은 고래들끼리의 어뷰징, 셀프 보팅, 닫힌 커뮤니티 화 등 분산화된 커뮤니티에서의 문제점도 존재합니다. 그러나 그런 부분들까지 공개적으로 토론하고 개선된 룰을 토론을 통해 만들 여지가 있습니다. 이 토론 주제에는 스팀과 스팀달러 사이의 교환비율, 저자 보상과 큐레이션 보상의 비율 등 스팀잇 커뮤니티 전체에 쌓인 경제적 가치를 어떻게 커뮤니티 구성 작가들에게 나누는지도 포함됩니다.
따라서 스팀잇은 전통적인 출판 재단에 비해 훨씬 투명하고 확장성 있는 작가 창작 지원 커뮤니티로서의 발전 가능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스팀잇이 기존 출판 재단의 모든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 But, still Steemit has a same trouble with a traditional publishing foundation.
그러나 출판 재단과 같은 제도가 있더라도 전통적으로 창작자들은 경제적 고난을 면하기 어려웠습니다. 스팀잇은 그 부분을 해소하기 위한 가능성을 마련하였지만, 근본적인 문제점은 사실 동일합니다. 그리고 또한 그 문제점은 모든 가상화폐 생태계가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이 문제는 결국 가상화폐가 갖는 경제적 가치란 무엇인지에 대한 고찰로 연결되게 됩니다. 요즘 가장 핫한 가상화폐는 과연 얼마만큼의 가치를 지니며, 얼마가 적정한 가격인지에 대한 고찰이 되는 것이죠. 이 부분은 다음 시간에 좀 더 집중적으로 설명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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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초창기인 지금은 참여자들이 뉴비들을 위해 끌어주고 땡겨주는 자치적 제도가 작동하고 있어서 좀 더 다양성이 보장되는 상황이긴 한데, 앞으로도 그런 그림이 그려질지는 모르겠네요. 초기 참여자 대부분이 암호화폐 투자자이다보니, 뒤늦게 신규 진입한 분들 중 암호화폐 이슈에 별 관심이 없는 분들은 읽을 만한 글이 없다는 이유로 재미 없어 하시는 분들도 있는 것 같더라구요. 정말 '재단'으로서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태그 시스템을 넘어서 좀 더 다양한 주제의 글들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카테고리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계속 하고 있습니다.
사실 저는 암호화폐 말고 다른 주제를 다루는 블로그를 꿈꾸고 있었지만, 그걸로는 팔로워가 안모여서 어쩔 수 없이 암호화폐 주제를 다루게 된 게 이 글입니다. ㅠ_ㅠ
저도 다른 주제로 블로깅을 하고 있는데... 역시 마찬가지의 한계가ㅠㅠ
ㅋㅋㅋㅋㅋㅋ 저랑 같네요... 어쨌든 저는 덕분에 경제공부도 본격적으로 하게 되서 결론적으로는 잘됐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원래 하려던 주제들은 결국 제가 기존에 관심있어하는 분야기 때문에 그 내용으로 블로깅을 했어도 제 생각의 확장까지는 이뤄지지 않았을것 같거든요~~
재밌는 관점입니다 @홍보해
피드하고 tooza만 보신다더니....;;;
홍보 감사합니다!
우왕 가이드독 서포터 보팅 처음 받아봐요.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후속편 때에도 와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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