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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대학일기] 자기 합리화는 언제 필요할까?

in #kr7 years ago

글을 읽으니 옛날 생각이 나네요...
저는 00학번입니다. @hopeingyu 님이 보시기엔 고생대 시대 화석 정도로 보실 수 있을 거 같네요..ㅋ

2학년까지 하고 군에 갔습니다. 그 2년 동안 연애만 했습니다. 학교수업은 빼먹기 일수였죠. 그때는 요즘처럼 RFID로 출석체크를 하지 않았고, 교수님께서 출석부를 가지고 직접 출석을 부르셨죠... 100명 넘는수업은 친구에게 대출(대리출석)을 부탁하고 여자친구가 다니는 여대 앞에서 기다렸다가 바로 놀러갔습니다. 당연히 학점은 어마어마했죠...ㅋㅋ

군대에서 병장이 되니 인생계획을 세우게 되더군요. 휴가 때 성적표를 출력해서 부대로 가져갔습니다. 한숨이 나오더군요. 그래서 분석을 하면서 계획을 세웠습니다. B 이하 학점은 모두 포기 혹은 재수강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 결과 저는 4학년 2학기 때까지 수업을 꽉 채워듣는 형편이 됐습니다. 다행이도 결심이 강했는지 장학금을 받게 되었고, 덕분에 추가학점 수강이 가능해져 거지 같았던 평점을 올려서 졸업하게 되었죠.

3,4학년 때 저의 목표 중에 하나가 영어였습니다. 미국 사람처럼 말하고, 쓰고, 읽고 싶었죠. 하루 종일 영어 공부했던 것 같습니다. 그 결과 번역가라는 직업을 갖게 됐는지도 모르겠습니다. 4학년 2학기 때는 학교를 다니면서 다른 학교 대학원 과정을 수강했습니다. 본교에서 20학점 정도 들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다른 학교에서 9학점씩 들었습니다. 다행이 두 학교 간 거리가 2호선 타고 20분 정도면 다닐 수 있는 거리였기 때문에 29점도 할만 했습니다. 아닙니다! 죽는 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그때 취업 준비도 했죠... 미친 짓이었네요.. 다시 글로 쓰면서 보니...ㅠㅠ

그냥 @hopeingyu 님 글 보면서 제 애기 들려드리고 싶어서 쓰게 되었네요... 주저리주저리....

뭐... 그렇게 해서 대학원도 졸업하고... 돈도 벌고... 그렇게 살았는데...
5년 전 쯤 자폐를 만났습니다. 저희 둘째가 자폐아입니다. 그래서 인생이 완전히 변해버렸죠...

저도 많이 살진 않았지만... 뭐랄까요... 인생은 알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어떤 일이 생길지는 아무도 알수 없죠. 자폐라는 장애는 제 인생의 각본에 전혀 없었거든요...

그래서 지금도 이 장애와 함께 행복하게 살아갈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모르겠습니다. 제가 이렇게 댓글 쓰고 돈 버는 것도 아닌데... 왜 이리 쓰고 있는지... 그냥 동생같은 마음이 들어서 뻘소리를 쓰고 갑니다...그래도 젊음이 있는데... 그 젊음의 패기로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렇게 쓰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스팀잇이 이런 글을 써도 되는 공간 같아 주제 넘게 조언질을 하고 있네요... 그냥 지나가는 아저씨가 한 말이라고 생각하고 들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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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rokyupjung님의 진지한 조언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9학점이라니.. 18학점만 들으면서 바쁘다 시간이 없다고 핑계만 댔던 제 자신에게 따끔한 자극이된 것 같습니다.저도 아직 대학생이지만 인새은 알 수 없다는 점 깊게 공감하는 것 같습니다. 영문과에서 와서 여행사를 목표로 삼을지는 꿈에도 몰랐지만 힘들게 모아서 간 유럽여행을 통해서 여행이라는 꿈을 가지게되고 군대라는 공간을 통해서 헬스장에는 근처에도 가본 적도 없는 놈이 이제는 운동의 매력을 느끼게되서 꾸준히 하게되고.. 항상 제가 생각한 대로만 가지는 않는게 인생이지않을까 합니다. 학점도 그렇겠지요 저는 의미없다 의미없다 하지만 최선을 다해보면 또 어떤 의미를 찾을 수도 있지않을까.. 의미를 찾지못한다 하더라도 그 결과물은 미래에 분명 도움이 되지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시간을 내셔서 길게 댓글을 써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제가 쓴 게시글보다 더 길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ㅎㅎ. 말씀해주신 점 명심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