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무슨 방송에
(아마도 냉장고를 부탁해였던 듯)
혜민 스님이 출연했다.
다른 내용은 잊었는데
스님의 이 말 하나가 기억난다.
화가 치밀면 심호흡을 6번 해라.
천천히 심호흡 6번을 하면
대략 시간이 2분 정도 걸리는데
2분이면 마음 속의 화가
마음 밖으로 흘러가기 충분한 시간이다.
뭐 이런 얘기.
이 말을 기억하고 있다가
정말 짜증이 이빠이 솟구친 어느 날
혜민 스님 말대로 심호흡을 6번 해봤다.
오호라. 심호흡을 마치는 순간,
정말 내 안의 화가 조금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는
스님의 말도 그다지 귀 기울여 듣지 않았는데,
(개인적으로 힐링힐링한 얘기들을 안 좋아한다)
이 심호흡법 만큼은 종종 써먹으리라 다짐했다.
그 이후로 심호흡 전도사가 된 난
주변 이들에게 혜민스님의 심호흡법을 전도하며,
심호흡6 운동을 전개... 까지는 아니었고
아무튼 한 동안 심호흡 타령을 하고 다녔다.
그리고 오늘 아침부터 엄청 짜증나는 일이 있어서
다시금 심호흡을, 천천히, 6번 해보는데
화가 안 없어진다! 어쩌지? 이런 씨빠빠
이젠 심호흡도 통하지 않는다.
심호흡에도 내성이 생긴 걸까.
아니면 이 씨빠빠 같은 상황이
고작 심호흡 따위로는 해결할 수 없는
깊은 빡침인 걸까.
이런 날이면 다 털어버리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사막과 낙타가 있는 곳에 가고 싶다.
섬으로 가고 싶다.
하지만 갈 수 있는 데라고는
옥상 흡연실과 탕비실 뿐.
그래서 나는 결국
극약처방의 일환으로 스팀잇 블로그를 켜고
의식의 흐름대로 글을 쓰고 있는 중이다.
글쓰기는 확실히 치유의 기능이 있다.
그것이 허접쓰레기 같은 글일지라도.
지금, 두서없이
감정 배설의 타이핑을 하는 이 순간,
마음 속의 화가 가라앉는다.
생각과 감정이 정돈되면서,
마음 속의 화가 흘러간다.
그래,
그래,
그래,
문득, 칼세이건 <창백한 푸른 점>의
어느 한 구절을 생각한다.
얼마 전 차이나는 클라스라는 프로그램에서
유시민 작가가 소개해준 구절인데, 좋았다.
<창백한 푸른 점>을 읽어본 적은 없지만,
오늘 같은 날 주기도문처럼 외우고 싶은 구절이다.
앞으로 내가 언제 칼세이건을 읽을 지는
나도 모르겠다.
(코스모스를 어디다 치워놨더라...?)
다시 빛나는 점을 보라.
그것은 바로 여기, 우리 집, 우리 자신이다.우리가 사랑하는 사람,
아는 사람,
소문으로 들었던 사람.그 모든 사람들이
그 위에 있거나 있었던 것이다.인류 역사 모든 것의 총합이
여기 이 햇빛 속에 떠도는
먼지와 같은 작은 천체에 살았던 것이다.이 점 한구석의 주민들이
거의 구별할 수 없는 다른 구석의 주민들에게
자행했던 무수한 잔혹 행위를,그들을 얼마나 빈번하게 오해했고
서로 죽이려고 얼마나 날뛰었고
얼마나 지독하게 서로를 미워했던가 생각해 보라칼 세이건 <창백한 푸른 점> 중에서
그나저나 여기 스팀잇은
이미지 올리는 게 왜 이렇게 불편한 거냐!
아아, 안 돼, 화내지 말자.
심호흡을 하면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되서 자율신경계가 안정을 찾게 됩니다. 들숨 3 : 날숨 6 비율로 숨을 쉬고, 내뱉을 때는 입으로 해보세요. 화이팅입니다~
와, 체계적인 정보! 해봐야겠어요. 습습후후!
코스모스를 읽으면 큰 공간과 긴 시간을 생각하게 합니다. 그 속의 나를 함께 생각하게 하지요...
팔로우와 보팅하도 갑니다.
앗 감사합니다. 읽어야지 하고 아직 펼쳐보지도 않은 책 ㅎㅎ 다시 한 번 들춰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