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사람 촉을 키워준 사람 두번째

in #kr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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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초짜 시절 그렇게 큰 코를 다친 뒤로, 제보를 보다 엄격하게 취급하게 됐다.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먹어 봐야 아는 건 아닌데 찍어먹어 봤으니... 선배, 후배, 회사 전화 등을 통해 '제보'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이야기가 날아들었지만 기사가 된 건 손에 꼽을 정도였다. 특히 회사 전화는 다른 회사를 다 거치고 온 것들이라 정말 형편없었고, 가끔 제 정신 아닌 사람들의 전화도 왔다. 선배들의 제보는 후배들이 주는 것들과 비교하면 '민원'의 성격이 강했다.

이날 만난 사람도 선배의 제보였다. 우리회사 명예논설위원인가를 지냈으며 누구와 구누와 친하다고 했다. 만나보라는데 거절할 수 없었다.

중년 신사가 나타났다. 명함과 함께 서류봉투로 자료를 하나 가득 건네 줬다. 명함엔 '법학 박사'라고 찍혀 있었다.

제보 내용은 이랬다. 중증장애인의 활동을 돕는 활동보조인들의 수당을 복지단체 대표가 가로채고 있다는 거다. 솔깃했다. 사회면에 한 꼭지는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봉투 안에 고발장과 공증받은 녹취록 등이 같이 들어있었다. 촉이 쌔~ 하게 왔다.

일단 사건 자체가 섹시하니 경찰에 좀 알아봤다. 복지단체 대표가 활동 보조인 출퇴근을 등록하는 단말기를 이용해 허위로 당국에서 나오는 보조금을 수령해 착복했다는 것이다. 사건 접수 자체는 맞는데 아직 수사로 밝혀진 내용이 없다고 했다. 그리고 접수자가 그 법학박사 본인인데 경찰이 한마디 더 보탰다. "이 분이 이 단체 고문이네요." 여기서 확신이 들었다. 내 촉은 이 법학박사가 단체 대표를 하고 싶어서 둘이 법적으로 싸우고 있는 거라고 강하게 소리쳤다. 나는 다시 누군가의 더러운 싸움에 이용당하고 싶지 않았다.

좀 더 알아보니 고소고발은 법학박사가 일방적으로 한 게 아니었다. 대표도 법학박사를 고소하고 둘이 아주 명예 훼손이니 사기니 고소 건이 난리도 아니었다. 촉이 맞았다.

다 알아보고 전말을 파악하고 있는 줄 몰랐는지 법학박사에게서 연락이 계속 왔다. 나는 그냥 뭉갰다. 예전처럼 욕하지 않았다. "수사 중인 사안이라 팩트 확인이 잘 안되는데 고소 관계가 너무 복잡해서 섣불리 기사화를 할 수 없겠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연락이 끊어졌다.

제보를 킬한 것은 당시 팀장에게만 내용을 보고했고 제보를 건넨 분께는 얘기하지 않았다. 법학박사는 그 뒤 보도자료 형식으로 몇 개의 메일을 보내다가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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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이 양쪽 이야기를 들어보고 기사를 써야하는데 이런 기본적인 원칙들을 지키지않는 기레기들이 너무 많습니다.(일부러 선동하려고 그러는건지 아닌지는 본인은 확실히 알겠죠)
그런 쓰레기 기사에 선동되는 좀비같은 사람들도 너무도 많고요.
항상 원칙을 지켜주시는 멋진 사람들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그럴듯한 기사감일 수록 뭔가 지저분한 사안들이 있는 거군요~이번에는 중간에 끼지 않으셨어서 다행이예요!!

흡입력에 간단히 글이 읽히네요
좋은 글 잘 보고갑니다 ㅎㅎ
종종 찾아뵙겠습니다 글이 기대되네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

딱지나 구슬
아이때야 소중하지만
어른이되면 버리는것들
그 딱지들을 움켜쥐려는 어른들
한심하네요
명예 돈 명차 지위 ᆢ
보다 높아지려는 마음
다 어릴때나 추구하는 장난감들
깨어나야할텐데요 ㅎㅎ
엔소니 드 멜로 이야기 입니다

우어어 그렇군요.. 제가 무식해서 ㅋㅋㅋ

모든게 욕심때문인데 왜 다들 내려놓지 못할까요 ㅎ
아무튼 현명하게 처신하셔서 다행입니다
잘못하면 송사에 끼어서 구설에 오를수도 있었겠네요.

이젠 딱 보고 알아채서 상대조차 안하지요 ㅋㅋ

까딱했으면 또 진흙탕 싸움에 끼어들뻔 했군요^^
기자들의 촉은 일반인들과 다른 무언가가 있나봅니다

많이 봐서 그런 것 같습니다. ㅋㅋ

어찌보면 굉장히 아찔한 상황이네요.
판단 한 번 잘못하면 고생길이 열리는 것이니..ㅎ
촉이 중요할 수밖에 없겠어요.

그 내용이 다른 언론이나 다른 기자님을 통해 기사로 나갔나요..
다른건 모르겠고.. 수사결과는 궁금하네요. 보조금 빼돌리는 사람들은 다 잡아 가둬야해요... ㅠ

보조금 빼돌리는 단체가 한둘이 아니더라구요. 제가 접한 딱 그 사건은 기사로 안 나갔습니다.

기자는 반드시 가져야할 촉을 가지셨군요. 간혹 잘못된 오보들이 종종 나오는 경우는.. 어쩌면 이 촉을 가지지 않았거나 촉을 무시하고 특종에 집착해서 나온상황이겠군요. 재미난 기자의 세계^^

그냥 밥먹고 살다 보면 길러지는 것 같습니다. ㅋㅋ

저도 이런저런 일을 겪어보니 점점 촉이 생기더라고요.
자의식 과잉이 지나친 사람, 내로남불이 도가 넘는 사람, 괴랄한 논리로 끝까지 우기는 사람, 상대의 고유 영역을 습관적으로 침범하는 사람. 음... 참... 뭐라 해야할지...

흠 다 여기서 본 사람들 같은데 ㅋㅋㅋ 그들을 거론해 포스팅을 할 순 있지만, 다시 평지풍파를 일으키긴 싫어서요.

기사쓰는 기자는 정말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카더라식 기사로 피해보는 사람이 없어야 합니다.

발음도 어렵네요 법학박사.. 법퍽팍사.. 펍팝핳사... 법팦팦팦...
발음할수록 더 미궁으로.............. 어쩐지 쌔하네요...

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기자님들을 보면 일반 분들과는 눈빛이 다른 것 같아요. 뭔가 저를 꿰뚫어 보는 듯한 그런 느낌말이죠.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

그냥 보통 사람입니다. ㅋㅋㅋ

진짜 살려면 촉 없이는 안 되는 세상입니다. 신경써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군요...

욕심이 있는 사람들에게만 접근한대요..... 나...

이런일로 기사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군요...흠...
씁쓸하네요. 잘 보고 갑니다.

너 재능이 있다고 생각해.

반말하면 안 되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헐헐헐헐 결국에는 다 자기잇속 싸움이네요....

제보하는 사람조차 이러니 참 ㅋㅋ 시호님 이런저런 일들 많이 겪으시면서 사람 보는 눈이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겠습니다

이러고 살아야 하는 건가 싶기도 해요.ㅋㅋ

임금님 귀는 당나귀귀!!!!!!!!!!!!!!!!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수사중인걸 섣불리내는건 애매하긴하죠 최근에 SNS 소문만 믿고 앞다투어 보도한 기사들이 알고보니 아니었단 사례들을 보면....

SNS만 보고 기사쓰면 안되죠. 수사 중인 건 그래도 경찰이 인지하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는 것 자체라도 팩트인데 말이죠.

비슷한 사람끼리 치고박고 ㅠㅠ

"군자는 위험한 곳에 가지 않는다."

라는 말이 절로 생각나네요..
잘 보고 가요

오호 '더러운 곳에 가지 않는다'는 말은 없을까요. ㅋㅋ 위험한 곳은 가야 할 때도 있으니..

특성상 가긴 가야하는구나
라는 걸 간과했네요 ㅋㅋ

법적분쟁의 기사화를 통해서 자신의 입지를 구축하려는 계획적인 음모였군요. 교활하기 짝이 없는 인간의 추악한 몰골이네요.

한둘이 아닙니다..

참.. 구린 제보들이 많군요.. 자기들 이익에 이용하려는 이기적인 사람들이 :(

항상 뭔가 경력이 화려한 사람들치고 제대로 일하는 사람을 못 본 것 같아요. 프로젝트를 하다보면 참 많은 사람들의 이력서를 보게 되는데, 저와 비슷한 연차의 사람인데 이력이 엄청나게 길거나 모든 걸 다 한것처럼 써 있는 내용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보다 '그래서 이 사람이 할 줄 아는건 이 많은 것들 중에 무엇일까?'라는 의문이 생기더라구요.

이런 경험이 많으실테니 엄청난 매의 눈을 가지고 계실듯하네요 ㅎㅎ

뭔가 에너지 넘치고 대단한 일을 하시는 것 같습니다

👍👍👍👍👍

멋집니다. 기자님들이 좀더 사명감을 갖고 자부심을 갖을 수있는 사회가 되어 시민과 언론이 정말 신뢰 할 수 있는 사회가 되면 좋겠네요.

팩트체크를 잘 안하고 기사 내는 분들도 있던데. 기자들은 단순 직장인으로 생각해서 그럴까요??......

기자들 개인의 문제가 아닐 수도 있고.. 머 그럴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근데 제보할때는 증거가 있어야 제보를 할수 있는건가요? 제보하면 기사쓰기 전에 증거를 모으시는건가요? 아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이런 추상적인 말로 나가는건가요? 문득 굼긍하네요~

제보 받고 취재를 시작해야죠. 제보만 갖고 쓰면 절대로 안됩니다.

그렇군요 함정 제보들이 많아서 그런거겠쥬?
시호님 들려주시는 기자 이야기 항상 재밌게 봅니다^^

ㅋㅋㅋ 취재를 해서 확인한 것만 쓰는 게 기본이죠. 늘 고맙습니닷

안녕하세요.
보팅하고가요
꾸욱

살아가면서 촉이 참 중요하단걸 점점 더 느끼게 됩니다.. 일할때도 그렇고 모든 인간관계에서도.

제보만 갖고 쓰면 절대로 안되는군요ㅠㅠ...
기자도 제보만 받았지 조사는 본인이 하는거니 탐정 못지 않네요..

1글2댓 감사합니닷!

진지한글에 아까 쓴 댓글이 너무 장난같아서 정색(?)하고 다시 썼습니다ㅠㅠ...

‘섹시한 사건’을 다루는 기사님의 촉이 톡톡히 일을 처리하는군요. 워낙 인터넷이, SNS가 활발하니 가끔은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하고 여론몰이를 통해서 사건의 핵심이나 본질보다는 가쉽위주로 이야기가 흘러가다가 피로감만 주고 끝나는 경우도 많구요. 인터넷으로 주고 기사을 읽는데 좋은 기사라고 생각되서 보면 꼭 제가 몇번이나 확인한 기자분이시더라구요. 그 촉을 가진 분이 많으셨으면 좋겠습니다.

ㅋㅋㅋ 제 촉은 그닥 보잘 것이 없습니다. 고맙습니다.

제보의 뒷 얘기가 흥미롭네요. 똥인지 된장인지 구별할 수 있는 역량이 정말 필요할 것 같네요.ㅎㅎ

일단 다 똥이라고 보고 시작하면 될 것 같습니다. ㅋㅋㅋ

아하! 간단한 식별법이네요!! 올 똥!!ㅎㅎ

그 고소고발 전말을 다 정확하게
기사화하는 것도 재밌지 않았을까요
진흙탕 싸움 ^.^;;

그렇게 조명해 줄 가치가 없는 사람들이라..

최근, 몇몇 팩트확인 안된 기사들로 인해, 마음 졸이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봤습니다. 그런 기사를 낸사람들은, 어떻게 될까요?

크.. 저번 글에 이어지는 내용! 역시나 흥미진진했습니다!

이번에는 전과 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셨네요!

실수는 처음은 '실수'이지만 두번째 부터는 '잘못'이라더라구요!

한번의 통찰로 같은 실수를 반복하시지 않다니 현명하십니다^^

요즘 바쁘신가보네요~~ 더 많은 경험담 기다리고 있습니다!!

즐거운 한주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