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단상] “외지인이 안 찾아줘서 불경기라 힘들다 VS 이렇게 비싼데 누가 오겠냐”

in #kr6 years ago

오늘 방콕엔 비가 촉촉히 내리고 오랜만에 뜨겁던 더위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제 우기가 슬슬 시작되나 봅니다. 6월부턴 태국의 우기입니다. 오늘 한국에 가버리신 @himapan님의 글


정말이야 처음엔 그냥 걸었어. 강원도 고성군 거진읍 )

을 보다가 “외지인이 안찾아줘서 불경기라 힘들다 VS 이렇게 비싼데 누가 오겠냐”란 말이 현실적으로 좀 다가왔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몇몇 분들께서도 공감하는 댓글을 달아놓으셨더군요.

여기에는 많은 문제들이 얽혀있을 겁니다. 평소 손님이 잘 없어서 유지비용이 더 많이 들어갈 수도 있고, 성수기에 갑자기 손님이 몰리는 상황일 때 조금 더 이익을 내야 살 수 있다는 현실 등을 고려하면 말입니다.

하지만 저는 지난 17년 평창 올림픽 때의 숙소대란(?)이 떠올랐습니다. 그 때도 모두 속사정이 있고 관점에 따라 고려해야 될 것이 있을 것입니다만, 그들의 상도나 개개인의 욕심을 비판하자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당사자가 아니라면 그럴 수 있는 자격도 없고 말입니다. 제가 따져보고 싶은 부분은 바로 그렇게 해서 현실적으로 그렇게 하지 않았을 때 보다 유의미한 이득이 되었나 하는 점입니다.

분명 손님의 입장에선 “여러가지 입장을 고려하더라도, 그 돈 내고는 거기서 못자겠다” 라는 것이 아마 거의 공통된 입장이었을 것입니다. 현장에 가서 경기를 보고 싶어도 8만원짜리 방을16만원도 아니고 30만원인 걸 생각하면 왠만해선 갈 수가 없겠죠. 그리고 그런 방식은 현실적으로는 언론사가 조사한 주변 1500여개의 숙소에 200개도 예약이 안되는 그 특화에 20%도 넘지 못하는 예약률을 남기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이 것은 주변 도시들에겐 오히려 기회로 작용했습니다. 주변 도시들인 제천, 속초의 숙박업체들이 저렴한 가격과 셔틀까지 운행하며 상당한 예약률을 기록했습니다.

시와 관련부서들이 진압에서 나서서 실제 축제기간 동안은 어느정도 문제가 해결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순간적으로 많은 이익을 올릴 수 있다는 생각은 현실적으로 기대하던 결과에 미치지 못함을 한 번 더 보여주는 사례였습니다.

저는 최근 강릉에 가서 정반대의 경험을 했습니다. 강릉역 근처의 메밀칼국수 집이었는데요. “봉평메밀칼국수”란 집이었습니다. 메뉴도 보지않고

“메밀칼국수 하나 주세요”

나이가 좀 있으신 주인 아저씨는

“혼자여?”
“네”
“좀 기둘려여”

그러더니 정말 깨를 아끼지 않고 듬뿍넣은 정말 보기만해도 진한 국물의 칼국수가 나왔습니다. 좀 기다리긴 했습니다. 가격은 6천원인가 7천원이 나왔습니다. 정말 만족스러웠는데 입구에는 식혜도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먹어도 돼요?”
“아 기럼, 손님 먹으라고 둔거인디”

강릉을 떠나는 다음날 아침을 또 거기서 먹었죠.

“오늘은 뭐가 좋을까요?”
“어제 칼국수 먹었지? 오늘은 막국수 먹어봐”

이번엔 주인 아주머니가 그렇게 저를 기억하더군요. 왜 어제 혼자인지 물어본 이유를 알았습니다. 메뉴를 보니 칼국수는 2인분부터입니다. 그런데 그냥 1인분을 만들어 준 것이죠. 나는 돈을 내고 먹었지만, 그냥 어제 먹었던 칼국수 때문에 괜히 한 번 더 행복해 졌습니다. 강릉이란 곳에서 만난 사람들이 좋아서이겠지만, 그런 사소함들이 “아, 강릉에 또 오고싶다”란 기분을 느끼게 했습니다.

저는 손님을 외지인과 현지인, 또는 한 번 오고 말 손님이 아니라, 오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본다고 하더라도, 주인이 해줄 수 있는 만큼은 다 해줘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물론 그건 제가 손님으로서 느낀 감정이겠죠. 하지만 우리는 모두 손님인 동시에 또 어디선가에서는 주인입니다. 그 두 가지 입장 모두를 잘 아는거죠.

설령 제가 일상에 지쳐서 “또 그곳에 가야지”란 다짐과 달리 일상에 밀려 평생을 다시 못가는 일이 있더라도 나는 아주 오랫동안 그 곳을 기억하고,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그곳과 그집에 대한 좋은 기억들을 이야기 할 것입니다. 그렇게 좋은 광고와 홍보가 있을까요?

숙박과 음식업은 세상이 바뀌어도 왠만해선 줄어들지 않을겁니다. 그만큼 많이 요구되는 곳이죠. 꼭 그래서가 아니라 오늘의 이익보다 남겨둬야 하는 이미지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미슐랭 별표보다 이제 구글지도에 찍힌 별 갯수가 더 중요한 시대입니다.

음식값에 바가지 최대한 씌어봐야 2만원짜리 4만원에 파는겁니다. 과연 그 2만원으로 어려운 살림 보태는데 얼마나 큰 도움이 될까 싶습니다. 어차피 우리 모두 주인인 동시에 손님인데 말입니다. 약간의 이익말고 큰 평판을 얻는게 확실히 나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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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말이죠. 실제 지역 토박이라던가 지역민이 오래전부터 하던 곳은 심하게 바가지를 씌우지는 않는 편이에요. 대부분의 경우 기존 지역주민에게 땅을 사서 운영하거나 하는 외지인들이 한탕하기 위해 바가지를 씌우게 됩니다. 어짜피 예전부터 장사하시던 분들은 기존 가격으로도 유지가 되고 있으니 굳이 올리지 않아도 되지만 외부에서 유입된 자금은 어서 빨리 상환하거나 이익을 내야 하니 플러스 알파가 되는 거 아닐까 싶네요.
물론 한번 정을 붙이면 단골이 되는 것은 저도 인정합니다. ㅎㅎ

200% 공감합니다. 제주도도 기존에 할머니께서 운영하던 맛집 동네식당이 외부주인이 매입하더니 가격을 엄청나게 올린 경우도 있었어요.

그러게 말입니다. 정작 좋은 마음으로 하시는 분들께 반짝 외지주인들이 일으키는 문제에 외지손님들이 당하고 있군요. 저는 왠만하면 현지 외지 그런 구분하지 말자고 하고 싶은데... 현실적으로 한탕주의를 가지신 분들이 문제를 만들고 있군요.

Awesome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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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사는 지역도 관광지다 보니 그런 경우가 참 많습니다.
이제 인터넷이 발달한 시대라서 입 소문이 금방 퍼지는데 장사 하는 하는 사람들은 아직 예전 분들이라서 그런지 한번 오면 끝이라고 보는 경우가 많은 듯 하네요.

이제는 정말 한 번 소문 나서 망하면 끝인 세상인데 말이죠.

사람사는 냄새가 나서 좋아요. ^^
jcar 토큰 보팅 하고 갑니다.

그러니까요 결국은 이미지만 남는건데 말입니다. jcar보팅 감사드려요~~^^

강릉 갈 일 있음 역 근처에 가서 "봉평메밀칼국수"를 찾아봐야 겠어요.
고객을 귀하게 여기는 상인들에게는 이렇게 추천글로 보답하는 것도 예의겠지요. ^^

그나저나... 수수님
저 이달 초에 방콕에 다녀왔어요. 언젠가 가게되면 히마판님하고 수수님께 보고하려고 했었는데... 급하게 일정이 잡혀서 후딱 다녀왔답니다.
40도를 넘는 더위 속에서 잠깐씩 헐떡헐떡 하면서도 즐거운 기억들 가득 담고 왔어요.
조만간 또 가고싶어요. ㅎㅎㅎ 기회되면 방콕에서 뵈어요.

넵 강추강추^^ 그러셨군욥!!! 방콕을!!! 유달리 더운 올해 오셨군요. 을왕리에서 뵐 때가 새록새록 합니다.^^ 잘 지내시죵? 좀 아쉽긴 하지만 다음으로 미루죠 뭐~ 스팀잇에 늘 함께 하니까요^^사실 여행이라도 어디가서 누군가를 만나는게 쉬운일은 아니더라구요. 나름 바쁜 일정이다보니... 근데 실은 저도 둘째 주까지 한국에 있긴 했답니다.^^ 또 오시면 꼭 연락주세요^^

금액을 떠나서 좀 친절했으면 좋겠어요.
여행이란 것이 그래도 낯선 곳을 가는건데 친절하신 분들을 만나면 너무 좋더라고요^^

넹 그게 다 사람과 사람관계인데 툴툴 거리는 분들은 속마음이야 안그렇다 해도 아무래도 좀 맘붙이기가 그렇더군요.

낯선 곳에서 좋은 사람과 음식을 만난다는건 행복이죠^^
시원한 막국수 한그릇 먹고 싶네요 :9

막구수 짱이었어요. 강릉 막국수. 명불허전!

공감되는 이야기입니다. 손님이 주인이 될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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넹 정말 우리는 손님과 주인의 동시역할인데 말입니다. 그걸 까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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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banguri님이 jcar 보팅 신청해 주셨습니다.

요즘에 점포 관련 공부하고 있는데, 참 공감이 많이 가는 내용입니다.

한 점포에 방문하는 이유가, 맛, 분위기 등의 요인도 있겠지만, 주인 분의 서비스. 좋은 기억을 갖도록 도와주는 사장님과 직원들의 인심 또한 중요한 영역인 것 같습니다.

@jsquare님~~ 넹 맞아요 정말 하나의 점포는 종합서비스인 것 같습니다. 보팅감사드립니다. 사업구상중이시군욥? 흥해라흥~ 잘되시길 기원드려요~~

수수님의 깨끗한 해석에 또 한번 놀라고 있습니다. 좋은 하루 만드십시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