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생각#9] 집중하고 싶다

tangerine (54)in #kr • 7 years ago

집중(集中)
한곳을 집중으로 하여 모임.

무언가에 집중한다는 것은 '한가지'일에만 신경을 쓴다는 것이다. 집중이라는 말의 뜻이 그렇다. 그래서 집중을 하는 것은 참 쉽지 않다. 세상에 신경써야 할 자잘한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집중해서 해야 할 일이 있었다. 그 시간 동안은 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오직 그 일만 생각해야 했다. 그렇지만 예기치 못한 여러 가지 일들이 집중을 방해했다.

나는 주로 일은 집 밖에서 하는 편이다. 집은 온전하게 내가 놀고 휴식을 취하는 공간으로 남겨두고 싶기 때문이다. 그래서 카페에 갔다. 그런데 내 계획에는 없었던 일이 벌어졌다. 사소한 오해로 친구와 다투게 되었고 기분이 상해 급격히 의욕이 떨어졌다. 예상보다 일찍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집에 오고나니 할 일이 산더미처럼 보였다. 정리를 하지 않아 온갖 물건이 널부러져 있었고, 싱크대엔 아직 씻지 않은 그릇이, 빨래통엔 빨래가 가득했다. 이제와서 보니 오늘은 꼭 방정리를 해야 할 정도로 지저분했다. 그렇게 집안일을 조금 하다보니 또 다시 시간이 흘렀다. 뒤늦게나마 일에 집중을 해보려고 하니 슬금슬금 졸리기 시작한다. 머리 속에서는 몇 시에 자야 할지에 대한 생각과 일에 대한 생각이 싸우기 시작한다. 취침시간에 따라 다음날 피로도가 결정되기 때문에 계획없이 한 순간에 잠드는 건 위험한 일이다. 드디어 한 가지 일을 생각할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는데 또 다시 다른 생각이 내 머리 속에 끼어들었다.

핑계 없는 무덤이 없다고 한다. 집중 한 번 하는데 이렇게 핑계가 많다. 집중을 해서 일을 할 때는 기분이 참 좋은데 그 단계에 진입하는게 너무 어렵다. 집중을 했을때의 피로도(생각보다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일이다)를 생각하면 은근슬쩍 미루기 일쑤다. 요즘 스팀잇에 뻘글을 자주 올린다. 사실 다른 일에 집중하느라 스팀잇에 대한 생각이 비집고 들어오지 못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글도 생각을 해야 쓸텐데, 집중해야할 다른 일이 있으니 글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집중해서 다른 일을 끝내면 새로운 일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양손에 일을 움켜지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걸 보면 얼마나 어리석은 인간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