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유시민작가가 김어준의 뉴스공장 라디오에 출연해 본인이 생각하는 비트코인과 암호화폐에 관한 주장을 펼쳐나갔습니다. 그중에서도 여러 잘못인식한 부분이 워낙에 많았지만 핵심적인 사안 두가지 부분에 대해 짚고 넘어가고자 합니다.
첫번째는 이 비트코인의 채굴 난이도가 계속해서 무한정으로만 증가한다고 주장한 부분입니다. 원래 이 채굴이라는 것은 채굴자끼리도 서로 경쟁관계에 있습니다. 다른 채굴자의 연산력이 높아 더 빨리 채굴을 해버리게 되면 받아갈 수 있는 코인의 양은 확률적으로 낮아지게 됩니다. 이 때문에 그룹으로 풀을 구성해서 채굴을 하는 방법을 택하기도 하는데, 여기에 결정적으로 채굴이 어렵도록 역할을 하는것이 바로 채굴난이도 부분입니다. 지금까지 대부분은 채굴난이도가 주로 증가하다보니 유시민 작가가 이것은 무한정 오르게 되어 있는거다라고 착각을 하는 주장을 했는데 실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위 그림은 지난 9개월간의 비트코인 채굴 난이도입니다. 유시민 작가가 말한대로라면 꾸준히 상승만을 기록해야 하는데 주황색 원 표시를 한 부분을 보면 오히려 낮아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는 이유는 사실 채굴난이도는 절대적으로 정해진 수치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만약 한 블럭을 생성하게 되는 채굴의 생성속도가 10분보다 빨라지면 채굴 난이도는 높아져서 조금 더 오래 걸리도록 만들어 버립니다. 반대로 채굴속도가 계속해서 10분보다 더 늦어지면 채굴난이도는 오히려 낮아지게 됩니다. 어느정도 해쉬량이 상당한 누군가가 채굴을 중단하거나 해쉬량을 줄이게 되면 당연히 채굴 난이도는 낮아지게끔 근본적으로 설계가 되어 있습니다.
비트코인이 이처럼 10분간의 채굴시간이 소요되도록 맞추어둔것은 거래를 처리함과 동시에 단순히 문제를 풀어 채굴자를 괴롭히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무작위대입공격. 즉 해킹과 암호화 작업을 동시에 시도하는 절차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국내에는 초창기시절부터 쉽게 설명하려다보니 단순히 무의미한 수학문제를 푸는 정도로 잘못 알려져 있습니다)
특정한 난이도로 그 당시의 전체 네트워크 연산력으로 공격할때를 가정하여 최소한 어느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도록 설계한것이고 이러한 해킹공격을 방지하기 위해서 이러한 채굴 방식을 도입해 둔것입니다. 때문에 채굴자들의 컴퓨팅 능력이 향상될수록 난이도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그에 비례해서 무작위 대입 해킹공격으로 부터 가짜 거래장부의 생성을 방어하는 수단이 이 채굴을 통해 진행이 되는셈입니다.
유시민 작가가 채굴 난이도가 무조건적으로 오르기만 한다는 이러한 착각을 할수도 있습니다. 저도 채굴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직접 해봤었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을 잘 알게 된 것일뿐 일반사람들이 얼핏 보기에도 무조건적으로 계속 오른다고 생각할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이어 두번째 착각이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유시민 작가는 그 다음에 주장하기로 채굴자들이 이 무한정으로 오르는 난이도를 감당하고 채산성을 높이기 위해서 인위적으로 시세를 담합해 가격을 올리고 있다는 발언을 이어나갑니다. 예전 Mt.GOX 당시의 자전거래를 예로 들며 설명을 해나가는데 사실은 지금과 그때의 상황은 천지차이 입니다. 당시에 비트코인은 거래량도 작고 거래대금도 작아 그때와 지금은 완전히 달리 수십개의 거래소들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단 한군대의 자전거래만으로 전세계 거래소의 비트코인 가격이 무조건적으로 쫓아가며 오른다는것은 사실상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거래량과 거래대금이 작은 종목들은 그러한 조작 작업이 충분히 가능합니다. 이러한 부분은 코인 뿐만 아니라 주식영역에서도 이같은 일이 수시로 벌어지는 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자전거래와 작전이 있다고 해서 그 종목과 그 시장 자체가 완전히 사기가 될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무조건적으로 채굴난이도가 오른다는 착각으로 시작하다보니 결국 시세를 반드시 조종해야만 한다는 착각으로 빠져버린게 아닌가 싶습니다. 말씀하신대로라면 비트코인 시세는 계속해서 우상향만을 그렸어야 하는데, 지금과 같이 하락장이 연속적으로 일어난 경우도 많았습니다. 사실 대세 상승장이 온것은 비트코인의 채굴량이 4년마다 절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를 매번 약 1년 정도 지난 시점이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또 유시민 작가는 이후 나중에는 채굴난이도가 끝도 없이 높아져 도저히 감당이 안되서 결국엔 모두가 채굴을 접어버릴꺼라는 주장까지도 하였는데, 실상은 어떠한 이유로든 채굴자가 줄어들게 되면 자연스레 채굴난이도 또한 줄어들게끔 설계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백년이 지난뒤 비트코인을 다 채굴하게 되면 이후에는 수수료나 또한 기존에 비트코인을 보유한 사람이 가치의 보존을 위해서 계속해서 채굴을 이어나가게끔 되어 있습니다. 결국 비트코인이 없어질것이라고 주장한 부분도 애초에 원인과 결과의 진단이 전혀 잘못된 방향으로 전개되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비트코인이 소프트웨어 개발쪽에 긴시간 종사를 해왔던 제가 보기에도 설계적인 부분이나 알고리즘 부분 등등 여러가지 난해하고 처음엔 이해가 어려운 부분들이 꽤 많이 있었습니다. 때문에 제대로 파악하고 이해하는데도 시간이 꽤나 걸린게 사실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비트코인이 이정도로 크게 이슈화된것이 불과 두달이 되지 않았고, 특히 유시민 작가의 경우에는 생소한 분야라 할수 있고 또 이 짧은 시간에 모든 내용을 다 파악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테크니컬한 부분은 사실관계와 명확한 팩트가 존재합니다. 애초에 처음부터 이것은 잘못된것이고 사기고 도박이다라는 전제조건으로 출발하다보니 모든 구성요소가 다 못되게 설계되고 꼼수가 있는것처럼 느낀것은 아닐까 여겨집니다.
처음 비트코인 백서를 접했을때 느꼈던 감정을 안드레아스 안토노풀로스가 2014년 10월 캐나다 비트코인 관련 청문회 당시 밝힌적이 있는데, 지금에서야 그는 비트코인 마스터로 알려져있지만 실상 처음엔 본인 또한 상당히 비트코인에 대해 회의적이었다고 발언합니다. 아마 암호화폐에 투자한 대부분의 사람들의 시작 대부분이 이처럼 사실 비관적인 입장이었을겁니다. 특히 한국에서 암호화폐는 지금에서야 본격적으로 알려지고 보도되는 상황이다보니 당분간은 여러 잡음과 논란이 계속해서 발생되리라 여겨집니다. 이 또한 본격적인 확산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라고 저는 판단합니다. 점차 시간이 꽤나 흐르고 나서야 비로소 이해받고 납득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유선생님 적잖은 충격을주시네요 항상 공정한입장에서 객관적으로 스스로판단하게 만들어주시는데 이건 완강하시니 ㅜ
네 아마 이 관련된 문제로 정부가 비판을 많이 받아 그런 부분도 있는것 같습니다.
저는 이번에 유시민작가가 비트코인에 대해 의견을 내는 것이 별로 먹히지 않을 거라 봅니다. 유작가 본인도 밝히듯이 '문과라 잘 모르지만' 의 프레임에 스스로 가둔 꼴이 되기 때문입니다.
문과라면 차라리 현재의 투기의 심리와 법적, 행정적 규제에 대해 논의하는게 현명한 처사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네 말씀해주신대로 테크니컬한 부분까지 잘못치고 들어온 부분은 두고두고 계속 회자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곧 지나가버릴 한때의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나저나 유시민씨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어찌 저리도 당당한지... 나중에 크게 망신당할텐데 말이에요. 좋은 글 잘 읽고 팔로우하고 갑니다^^
사실 나온지는 10년이 지나고 있는데, 이제 한국에서는 불과 2~6개월정도 사이에 이걸 접하다보니 섣불리 입장을 정하신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격려 감사드립니다
자세한 설명 감사드립니다. 작가로서 유시민을 좋아하지만 암호화폐 반대론자로서의 유시민의 주장은 여러가지 헛점이 많아 보입니다. 특히 기술에 대해 대하는 태도에서 실망스럽더군요. 뉴스공장에서 이야기할때 가장 많이 들은게 '사기'라는 단어와 '비트코인 기술이 별거아니야'라는 주장입니다. 특히 '별거 아니다'라는 말을 여러번 사용하는데, 여기에서 이미 그의 편견이 고스란히 나타납니다. 합리적인 토론자라면 기술에 대해서는 인정하되 문제점을 제시해야 하는데 비트코인 자체를 '별거 아닌' 기술로 치부해 버리는 태도는 결국 그가 지나치게 편향되고 편협한 사고 방식을 지녔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마치 6천만원만 있으면 암호화폐를 만들 수 있다고 말한 누구와 같은 인식을 지닌 듯합니다. 뭐 시간이 지나면 인식에 대한 문제가 해결될 것이고, 사라들의 인식이 부정에서 긍정으로 돌아서는 순간 시장의 기회는 줄어들 것이므로 오히려 지금이 기회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네 별거아니라는 이야기에 저도 깜짝 놀랐었습니다. 기술적인 부분이나 코드를 봐도 거의 신기에 가까울 정도인데 가볍게 폄하될 정도의 완성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이정도 가격 상승이 아닐때 유시민 작가가 이걸 접했다면 과연 뭐라고 판단할지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