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 연애] 닭도리탕의 맛의 비밀과 사랑, 그리고 소유욕

in #kr7 years ago

[음식과 연애] 닭도리탕의 맛의 비밀과 사랑, 그리고 소유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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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지인의 소개를 받고 정말 끝내주는 닭도리탕집을 발견했다. 어찌나 맛이 있던지 불러낼 수 있는 거의 모든 지인들을 불러내 그곳으로 끌고가서 억지로 먹였고? 그들 역시 모두 쌍따봉을 꺼내들었다. 매콤 달큰 시원한 국물에 야들야들한 닭의 육질까지 무엇하나 빠지지 않는, 정말이지 내가 먹어본 닭도리탕중 가장 맛있다고 자부할수 있는 닭도리탕이었다.

신이나서 어머니를 모시고 갔더니 어머니께선 닭도리탕의 국물을 한수저 뜨시더니 한마디 하신다. "이게 무슨 맛이 있어~"아니... 이게 맛이 없다니... 내주변에선 다 맛있다고 했는데? 어머니 입맛이 촌스러운건가? 아니면 본인이 만드신것보다 더 맛있어서 질투가 나셨나? 여러 생각이 들었지만 결국 내 입에서 나온건 "그치? 역시 닭도리탕은 엄마가 해준게 제일 맛있어~"였다. (효자의 착한 거짓말...)

이곳은 순식간에 동네 맛집으로 등극을 하게 되었고, 몇 해 전 내가 은둔하고 있는 오피스텔 근처에도 분점을 냈다. 어찌나 기쁘고 감격했던지 오피스텔에 지인들이 놀러올때마다 끌고가 억지로 먹였다. 지인들과 함께 닭도리탕의 매콤 달큰 시원한 국물에 대해 극찬을 늘어놓던 어느날, 그 비법을 깨닫게 되었다. 그 비법은 바로 설탕과 다시다... 였다.

최근 시켜먹는 음식에 질려 생존 요리를 시작했는데 뭘 만들어도 맛이 없는거다. 그런데 거기에 설탕과 다시다를 때려넣으면 뭘 만들어도 김밥천국정도의 맛은 나는게 아닌가!? 심지어 가끔은 장인의 깊은맛이 나서 혼자 깜짝 놀라기도 했는데 그때 떠오른게 바로 닭도리탕....

아... 그래서 외식에 찌든 내 또래 지인들은 이 닭도리탕에 쌍따봉을 날렸지만 어머니는 맛이 없다고 한것이구나... 아... 어머니... 어머니의 닭도리탕에서 그맛이 안났던건 비법을 몰랐던게 아니라 가족의 건강을 생각해셨기 때문이었군요... 아... 불효자는 웁니다...

국방FM라디오에 나가서 연애상담을 하다가 한번은 "연애에 있어서 소유욕은 설탕같아요."라고 말을 한적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사랑에 푹빠졌다고 말을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들이 빠진건 사랑이 아니라 설탕처럼 달콤한 소유욕에 빠져있다고 덧붙였다.

누군가를 소유하고 또 누군가에게 소유당하고 싶은 소유욕은 설탕보다도 달콤하다. 달콤한 소유욕을 통해 우리는 누군가와 하나가 된다는 황홀한 경험을 하게 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착각이자 환상일 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는 누군가를 완전히 소유할 수 없으며 또 누군가에게 완전히 소유당하는걸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가 원하는건 상대를 내가 완벽하게 소유하면서도 나는 내가 불편하지 않을 정도만 소유당하고 싶은거다. 양쪽다 그렇게 생각을 하며 연애를 하니 사소한 일에도 트러블이 날 수 밖에...

연락이 줄어들면 상대에게 서운하고, 상대가 나 아닌 다른 사람과 친하면 화가나고, 내가 좋아하는것 만큼 상대가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느끼면 불공평하다고 생각하는건 결코 사랑하기 때문이 아니라 소유욕때문에 생기는 감정들이다. 내것이라 생각했는데 내맘대로 되질 않으니 불쾌한거다.

사랑해도, 그 사랑과 소유욕을 구별해낼 수 있다면 그리고 그것을 조절할 수 있다면 우리는 상대를 미워하지 않을 수 있다.

물론 설탕과 조미료는 맛있고 그 맛을 완전히 포기하긴 어렵다. 당신의 건강에 큰 문제가 없다면 마음놓고 즐길수도 있다. 하지만 당신의 건강에 문제가 생겼다면 가장먼저 식단부터 바꿔야하는것은 당연하다. 소유욕 또한 마찬가지다. 상대와의 관계가 건강하다면 적당한 소유욕 때론 지나친 소유욕도 괜찮을 수 있다. 하지만 상대와의 관계에서 자꾸 트러블이 발생한다면 한번쯤 자신의 사랑을 따져볼필요가 있다.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사랑이고 또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소유욕인지를 말이다.

사랑과 소유욕을 헷갈리지마라. 당신이 상대와 지나치게 트러블을 겪고 있다면 그것은 사랑이 아닌 소유욕이 지나쳤다는 신호이다.

바쁜 스티미언들을 위한 요약

우리가 맛있다! 라고 느끼고 있는건 어쩌면 그 음식 본연의 맛이라기 보다는 설탕과 조미료의 환상 궁합때문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음식을 즐긴게 아니라 설탕과 조미료에 빠져 있는 것일 뿐... 사랑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사랑에 빠졌다, 사랑때문에 괴롭다 말하지만 가만히 살펴보면 사랑이 아닌 소유욕에 빠져서 황홀함을 느끼고 소유욕때문에 괴로워한다. 그러니 연애를 할땐 주의해라 당신이 빠져서 허우적 거리고 있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 소유욕일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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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FM라디오에 나가서 연애상담을 하다가 한번은 "연애에 있어서 소유욕은 설탕같아요."라고 말을 한적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사랑에 푹빠졌다고 말을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들이 빠진건 사랑이 아니라 설탕처럼 달콤한 소유욕에 빠져있다고 덧붙였다.

좋은 글이네요.. ㅎㅎ 닭볶음탕도 맛있어 보여요 ㅎㅎ

국방 라디오에 나가 고민을 해결해 주시는 후륭하신 분이군요!! 조미료를 확 뺀 닭도리탕은 맛이 없을거고, 사랑에서 조미료를 확 빼려면 연애로는 안됩니다. 같이 살던지 아니몀 결혼하든지^^ ㅎㅎ 재미있게ㅡ질 읽고 갑니다^^

소유욕 빠진 사랑은 앙꼬 없는 찐빵 아닐까요. 그러고 보니 앙꼬도 설탕이 들어간다는...

음식의 설탕과 조미료....사랑의 소유욕......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ㅎㅎㅎ

멋진 글이네요. ㅋㅋ 전 개인적으론 닭도리탕은 졸이면 졸일수록 맛있는 것 같습니다. 사랑도 마찬가지겠죠. 오래 끓일수록 깊은 맛이 나니까요~

사랑과 소유욕과 설탕과 조미료! 적절히 어우러진다면 기쁨을 주는 요소들이네요 ㅎㅎㅎ

닭볶음탕에 이끌려..왔습니다 ㅎㅎㅎ 어머님의 마음처럼 설탕을 쓰긴하지만 몸에 흡수를 줄인설탕이라니 뭐라니 두배비싼 설탕을 사곤합니다.........

일교차가 큰 날씨에요 감기조심하세요^^

미뢰가 예민하지 못한 탓인지... 어떤것이 조미료 맛인지, 본연의 맛인지 구분하는게 어려워요. 엉엉 :'0

맞네요 달콤한 소유욕.. 그래서 더 조심해야 하는것같아요. 그나저나 닭도리탕 정말 맛있어 보이는데요 ㅠ

사랑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갖게 되는 소유욕....
그게 불편해진다면 서로 소유의 방식이 잘못된 거겠죠..ㅎ

그 닭도리탕집 소개 부탁 드립니다!!!!

어머니의 반응에 대해서

"그치? 역시 닭도리탕은 엄마가
해준게 제일 맛있어~"였다.

라고 받아처주다니
싶은 생각이 들만큼 센스있는 말이네요

'적당'이라는 단어가 절로 떠오르는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