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으로의 초대 - 5. 햄릿과 돈키호테

in #kr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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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와 세르반테스

셰익스피어와 세르반테스는 역사적으로 아주 유명한 작가들이다.
셰익스피어는 햄릿을 지었고 세르반테스는 돈키호테를 지었다.

그런데 이 두 사람의 인물성과 작품성은 서로 전혀 반대적이다.
두 사람이 창조한 문학 속의 주인공들은 정반대의 성격을 가졌고
그 내용 또한 너무나 다른 것들이다.

이것을 두고서
러시아의 대문호(大文豪) 이반 투르게네프는 햄릿형인간과 돈키호테형
인간이라는 두 가지 유형으로 인간의 특성을 분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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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반테스의 문학 속 주인공 돈키호테는
주막의 주인을 성주라 부르고, 풍차를 거인으로 착각하며,
양 떼를 군대라고 생각하고 돌진을 한다.
이처럼 생각없이 무언가에 돌진하는 사람을 가리켜서 돈키호테형
인간상이라고 한다.
그래서 '현실을 무시하고 독선적인 정의감에 이끌려 이상을 향해
저돌적으로 행동하는 인물형'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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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에 세익스피어의 문학 속 주인공 햄릿은
독약으로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삼촌에게 복수를 하려고 하지만 지나치게
망설이게 된다.
이처럼 사색적이고 회의적이고 결단과 실행력이 약한 사람을 햄릿형
인간상이라고 한다.

어쨌든
아이러니 한 것은 비교적 순탄한 환경을 살았던 셰익스피어는 비극적인
내용의 문학을 집필했었고, 반대로 세르반테스는 온갖 사건과 불행으로
점철된 불우한 삶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유머스러하고 풍자적인 문학을
집필했다는 점에서 쉽게 믿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셰익스피어는 비교적 부유한 중인계급의 집안에 출생하여 풍족한
성장기를 보냈고, 1590년을 전후한 영국의 엘리자베스1세 여왕의
치하에서 국운이 융성한 시기를 맞이하여 순탄하게 극작가로서의
유명세를 이어갈 수 있었다.

반면에 세르반테스는 불우한 운명을 타고난 대표적 인물로서
레판토 해전에 참전해서 부상으로 인하여 왼손을 쓸 수 없게 되었고,
5년 간이나 해적에 잡혀 노예생활을 했었다.
유명한 돈키호테라는 소설도 세비야에서 옥살이를 하는 동안에 구상했던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돈키호테 출간 이후에도 세르반테스의 생활은 전혀
나아지지 못했고, 말년에는 수도원에서 신앙생활을 하면서 질병으로
생을 마감하였다.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가 얼마나 유명했는지를 잘 알려주는 일화가
있었으니, 에스파냐의 국왕 필리프 3세는 어떤 사람이 길에서 책을 읽으며
눈물을 줄줄 흘리고 배꼽이 빠져라 웃어대는 꼴을 보고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저건 미친 놈 아니면, (돈 키호테)를 읽는 놈이로군.”
돈 키호테가 얼마나 탁월한 유머 소설인지를 잘 보여주는
일화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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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역사적인 기록에는 아주 아이러니컬한 우연의 일치가 있었으니,
셰익스피어의 사망일과 세르반테스의 사망일이 같은 날이었다고 한다.

어쩌면, 이 두 사람은 같은 시대에 문학가로서의 삶을 살아가기 이전에
영혼의 세계에서 부터 서로 상반된 삶의 궤적과 서로 다른 문학관으로
지구문명에 새로운 문학지성의 이정표를 세워보자고,
서로 약속을 하고 태어났던 사람들인지도 모르겠다.

도스토옙스키, 단테, 셰익스피어, 몽테뉴, 괴테와 톨스토이
그리고 헤르만 헤세와 헤밍웨이가 남기고 떠난 문학작품들의 탁월성처럼,
세르반테스가 남긴 문학 속의 인물인 돈키호테야말로 진짜 세르반테스의
본 모습이 아니었을까?

수많은 문학평론가들이 돈키호테를 최고의 소설로 격찬하며
세르반테스를 대작가로 인정하는 것은, 아마도 그가 고난과 역경속에서도
삶을 어떻게 바라보며 이겨냈는지 그리고 초인간적인 그의 정신 세계의
탁월성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을 해본다.

누구에게나 예술적 감성이 있다.
인생을 살면서 한번쯤은 무엇인가에 미쳤다는 소릴 들어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굳은 신념을 가지고 하나의 목표를 향해서 나아가는 것,
그것이 돈키호테형 인간인지 모른다.
어쩌면 이러한 인간들이 진정으로 순수하고 깨끗한 인격의 소유자인지도
모르겠다.

돈키호테는 속편에서도 여러 가지 모험을 즐긴 끝에 고향으로
돌아와서 제정신을 되찾고 노환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스토리가 끝난다.
세르반테스는 끝에 가서는 돈키호테를 왜 제정신으로 돌려 놓았을까?
작가의 관점을 잘 생각해보면, 그 점이 조금은 아쉽게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완전히 돌아버렸을 때에 눈에 보여지는 세계가 돈키호테에게는
아주 행복했을 것이고, 나 역시 그러한 느낌이 어떤 것인지를
아주 잘 알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것은 진짜로 미친 광인이 되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괴로웠지만,
실제로는 미쳐버리지도 못하는 세르반테스 자신의 내면세계를
돈키호테라는 작품 속의 주인공을 통해서 잘 보여주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을 해본다,.

모든 인간은 자기의 내면에 원하는 그 무엇도 현실이 될 수 있도록 창조해
내는 탁월함을 가지고 있다.
세르반테스에게는 어떤 삶이 진짜 인생이었을까?
불행한 현실 속에서 억지로 쉼쉬고 살아가고 있는 세르반테스라는
문학가의 인생이었을까?
아니면 미친광인이 되어서 하루종일 웃음과 유머러스함 속에서 살아가는
문학 속의 인생이었을까?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들은 어느 것이 진짜 당신인가?
다른 사람들의 눈에 비춰지고 있고 판단되어지고 있는 나와
반대로 내가 알고 있고 내가 평가하고 있는 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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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광인이 되어 산초 판사, 로시난테와 함께 쏘아다녔던 세르반테스도 돈키호테의 모험이 끝남과 동시에 현실로 돌아왔다는 시각이 굉장히 신선하고 그럴 법 합니다.

다른 사람들 눈에 A'가 보여져도 A'로 보이고 싶은 A의 페르소나일 뿐이니, A'로 위장하는 행태조차도 A의 성질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닐까요?


세르반테스의 세익스피어가 얼마나 유명했는지를 잘 알려주는 일화가

오타가 하나 있습니다.

엉~~ 오타를 찾아내셨군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생각나는 대로 적다보니까 오타 난것도 몰랐네요,
감사합니다

댓글 내용에 대한 이야기도 해주세요! 한번 이야기 나누어보고 싶어 쓴 댓글입니다.

A'로 보이고 싶은 A의 위선적인 가면이 진짜로 위선적인 가면일까요?
마치 광대극에서 배우의 진짜 감정과는 상관없이, 웃는 모습의 광대얼굴가면을 쓰고는
무대극을 펼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이 듭니다. 물론 위의 글은 세르반테스가 돈키호테라는 광인의 해학적인 모습을 빌려서 자신의 내면이 원하고 있는 이상향적인 측면을 갈망하는 것이 아니었을까라는 추론에서 전개된 내용입니다.
어쩌면, 진짜로 세르반테스의 내면에서는 역사적으로 알려져 있었던 그의 개인적인 고난의 삶과는 다르게 매우 유쾌하고 웃음기 가득한 인생을 살다간 사람이었는지도 모르지요.
어쨋든 돈키호테를 통해서 알 수 있는 것은 세르반테스의 페르소나가 아니라, 그러한 페르소나를 드러내게 된 세르반테스의 성질이 과연 어떤 진짜를 가지고 있었느냐를 알아본다는 것이 무척 재미있는 논란거리가 될 것 같다는 것입니다.

사람이 만나는 사람, 자리에 따라 페르소나를 바꾸는 것은 역할기대가 가장 주요한 문제일 것입니다. 그리고 역할기대를 통해 나타난 페르소나인 A'는 A가 역할기대에 순응한 표현형이라 할 수 있습니다. A에게 자기자신이나 주변인들이 품는 역할기대는 A의 성질에 근거하고 있을 것이며 그 역할기대에 순응하여 표현하는 형태 또한 A의 성질에 근거하고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고난과 해학은 공존할 수 없는 것이 아니기에, 아니, 오히려 고난의 시기에 해학은 더욱 발달하였기에 세르반테스와 세익스피어의 삶과 작품의 분위기의 대조가 조금 더 이해가 갑니다.

인문학에 대해서 관심이 많은 뉴비입니다. 앞으로 자주 들러서 읽어야 할 것같습니다. :-) 사실 저는 작가가 꿈이라 아직 배우는 단계라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팔로우하고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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