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업계 사람들이여 대기업에 너무 목매지 말길... 스스로도 충분히 빛날 수 있으니... 초초해 하지 말자.

in #kr6 years ago

카이도우.png

안녕하세요 @yellowboy1010 입니다.

폭염이 가고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습니다. 군대에서 꾸준히 일기를 썼었는데, 제 방 책꽂이에 있어서 가끔 읽어봅니다. 그런데, 비가 내릴 때 어찌나 이불킥 할만한 글들을 많이 썼는지 온통 허세글 밖에 없네요 ㅎㅎ 스팀잇의 글은 평생 지워지지 않는다는데, 비 내리는 날 쓴 글이 나중에 이불킥 할만한 글이 되지는 않을지 걱정이 됩니다. ㅎㅎ

요즘 참 블록체인 업계 종사자 분들이 하루가 다르게 생겨나고 있습니다. 선배의 마인드는 아니고, 예전에 처음 들어왔을 때 비트코인 조차도 생소해 해서 사기꾼 취급을 많이 당했었는데, 지금은 4차 산업혁명이다 뭐다 업계에 대해 관심을 갖고 계신 분들이 많아져서 신기합니다. 결코 제가 미래를 보고 선택한 길은 아니었음에도요 ㅎㅎ

음... 요즘에 블록체인 업계에 발들이시는 분들을 보며 느낀 것들이 있는데요. 제가 처음 블록체인 업계에 입사했을 때 마인드와도 많이 비슷한 듯 해서, 또 작은 경험담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제가 처음 이 업계에 들어왔을 때 아주 작고 초라한 개미와도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땅에서 열심히 뭔가를 하고 있는데, 사람들은 알아주지 않고, 미래는 불투명하고, 어떤 길을 가야할 지 모르는 그런 아주 작은 미물과 같은 존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하루 빨리 성장을 하고 싶었었죠. 뭐든 해서 제 미래가 아주 투명하게 보였으면 하는 강렬한 바람들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겠지만, 그 때에는 정말 간절했습니다. 저 같은 케이스는 아예 업종을 바꾼 케이스라 여기가 아니면 갈 곳이 없는 상황이었었죠.

그런 상황에서 첫번째 제가 했던 행동은 무조건 베끼기 입니다. 시장에서 뭐 잘 나간다 싶으면 다 베꼈습니다. 자료 조사도 정말 많이 했었죠. 새로운 서비스가 나오면 어떤 원리이고 블록체인은 어디에 쓰는지 일일이 파악해가며 기획안을 만들고 제품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또 다른 제품이 나오면 기존에 하던 거를 접고 또 다른 제품을 만들었고요.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니 뭔가 빈 껍데기 밖에 남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건 길이 아니다 싶었죠.

그 다음에 했던 행동이 대기업과 공공기관과의 제휴입니다. 그냥 무조건 큰 기업이랑 어떻게든 하게 된다면 길이 열린다고 생각했어요. 당장 이윤이 안나더라도 그 기업과 한다는 사실이 시장에 알려지고 좀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면 기업 가치와 저의 존재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거의 잡상인 취급당하면서도 참 많은 공공기관과 대기업에 연락하여 제안서를 내밀고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성과도 꽤 났었습니다. 제가 했던 프로젝트들이 기사에도 크게 났고, 저도 사진에 실렸으니까요 .

근데 막상 해보니 그건 시작이었습니다. 그 것은 마치 엄청난 중력으로 끌어당기는 블랙홀과도 같았습니다. 들어오는 것도 힘들지만 나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시피 했죠. 그러니까 어떤 느낌이냐면, 그건 블록체인과 별로 상관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이미 늦었다고 생각이 들었었습니다. 이미 대대적인 보도자료가 나갔고 성과를 위해서 어떻게든 달려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 상황이 되니 오히려 본질로 부터 벗어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끼워맞추기식 사고가 되는 것이죠.

왜 제가 이런 선택을 하게 됐을까요 ?

조급했기 때문입니다. 하루라도 빨리 성공하고 싶었고, 이 불안과 초조함으로 부터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벤처라는
허울 좋은 이름에 취하다 현실을 돌아보게 되었을 때 그런 불안감과 초조함이 엄습해왔습니다. 3년 동안 여기서 열심히 해서 이직을 하면 어떨까? 뭐 별의별 생각을 다 했었습니다. 물론 그 때에는 블록체인이란 개념도 제대로 모를 시절이었습니다. 초조했기에 열심히 공부를 했고, 초조했기에 열심히 일을 했습니다. 하지만 초조했기에 그릇된 판단을 많이 했었던 것 같습니다.

덕분에 많은 인사이트를 얻었습니다. 좋은 경험이었죠. 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다시는 그런 선택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세상은 급박하게 돌아가는 것 같아도 꽤나 순리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이죠. 길을 정하고, 씨를 뿌리고, 물을 주고 가꾸고, 거두고... 그러니 블록체인으로 성공해야겠다는 강박 보다 오히려 제가 가야할 길을 정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때부터 저의 운명을 긍정하기 시작했고, 초조했던 마음들이 서서히 걷혀가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도 남다른 성공이나 재물을 얻지는 못 했지만, 어느 한 구석에서 저만의 그림을 그려가는 중이고 꽤나 만족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간다면 나중에 적어도 어떠한 지점에서 돌아봤을 때 후회하지는 않을 것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업계에 들어오는 사람들이 겉으론 자신감에 가득 차 있어도 눈빛으로는 ...

"저 이대로 괜찮겠죠? 모든 게 잘 되겠죠?"

두려움 섞인 말을 했기 때문입니다. 과거의 저처럼요. 이 분들은 자신들의 프로젝트가 얼마나 대단한지 나열합니다. 대기업과의 제휴, 앞으로 해낼 사업, 이루어낼 성과들을 나열하죠. 그렇지만 제 시각에서 봤을 때는 그냥 과거의 저일 뿐입니다. 그 분들이 앞으로 겪을 일들도 보이죠.

대기업과 공공기관이 언론에서도 꽤나 부정적으로 나오기 때문에 좀 이분법적으로 접근 하는 게 별로 안 좋을 수도 있는데요. 어찌됐든 대기업과 공공기관도 자신들의 입장에서 움직일 수밖에 없는 조직입니다. 봉사단체가 아니니까요. 큰 조직에서는 의사 결정을 함부로 할 수가 없죠. 그게 잘못됐다고 한들 어쩌겠습니까.. 그것이 우리가 처한 현실인데...

이런 얘기를 하다보면, 또 억지로 대기업과 상생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이야기 나오게 되는데요. 비트코인이 금융기관 용으로 만들어졌나요? 오히려 파괴적 혁신이라 칭하면서 금융기관을 파괴할 것처럼 비춰졌습니다. 현실로 들어오기 위해서는 대기업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는데요. 맞습니다. 그런데 그 대기업이 굳이 스타트업과 할 필요가 없고,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가지고 있는 기술이란 것도 금방 배울 수 있는 것들입니다. 마치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것이 아무도 못 할 것처럼 포장하는데, 구현을 해본 사람들은 딱 보면 압니다. 지금 나와 있는 것들이 남들이 절대 못 베끼는 뭔가는 아니라는 것을요.

궁즉통(窮則通)

그래서 저는 이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궁극의 경지에 달하면 통한다는 주역의 말인데요. 지금 막 떠오르는 생각들은 사라질 무언가 입니다. 그러니 꾸준히 정진하시길 바랍니다. 어찌됐든 5년 10년 뒤에 자신이 생각하는 모습으로 가면되지 않나요 ? 그러기 위해서는 요행을 바라지 말고 진정으로 가고자 하는 길을 찾아 궁극의 경지까지 가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뭐, 제가 인생의 이치까지 논할 나이는 아니지만, 그러기에 이 얘기는 저 자신에게 하는 이야기 이기도 합니다. 어렵고 힘들때면 곧 궁극의 경지에 달하게 되고 결국 통하게 된다고 믿으면서 이 불확실한 길을 걸으려 합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고민이 많으시고, 빨리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으시겠지만, 어찌됐든 세상은 순리에 따라 흘러간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혁신적인 기술 중 하나라고 여겨지는 블록체인 업계에서 몇 년 동안 일하면서 얻은 깨달음은 옛말이 틀린 게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다들 스스로를 믿고 스스로를 빛내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좋은 하루 되세요 ^^

Sort:  

스팀잇에 한달치 보팅파워 몰아서 보팅하는 기능 있음 좋겠어요.
체스님 잘 읽었습니다. :)

코남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스팀잇에서는 오랜만이네요 ㅎㅎ 요새 워낙 유명해지셔서 연예인 보는 느낌 ㅎㅎ

안녕하세요. 궁극의 경지는 통한다!
중심을 잘 잡고 휘둘리지 않고 조급해 하지 않고 정진한다.
고수의 내공이 느껴지는 글 잘 읽고 갑니다: D!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제가 고수는 전혀 아니고, 저도 잘 안 되는 부분이지만 이러한 점들을 염두해 두어야 하지 않나 해서 쓴 글입니다~!

지금 굉장히 조급해 하고 있는 저한테 많은 도움이 되는 글이네요. 감사합니다 ^^

모도리님 오래간만입니다! ㅎㅎ 모도리님도 열심히 무언가를 개발하고 계시는 군요. ㅎㅎ 때는 언제가 오리라 생각하며 하루하루 열심히 살다오면 어느새 때는 눈앞에 와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ㅎㅎ

맞는 말씀입니다 ㅎㅎ 풍파가 너무 거세서 많은 블록체인 관련 업과 종사자들 분께서 이리저리 치인 것 같습니다. 1년은 예상보다 빠르게 지나가 뭔가 성과를 내기에는 사실 급박한 시간이니까요. 하지만 5년이나 10년은 생각보다 늦게 와 어느 순간 결과가 나와 있습니다. 화이팅입니다.

Posted using Partiko Android

새로운 산업군이 정착하기 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것 같습니다. ㅎㅎ 또한, 기존 산업군 과의 충돌도 있고 정부 규제안으로 들어가기 까지 스스로를 검증해내야 하는 시간들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ㅎㅎ 이 것이 하나의 시험 과제라고 생각하고 하나하나 풀어나가면 길이 생기지 않을까 합니다. ㅎㅎ

멋진글!!

감사합니다 ^^

잘 읽고 갑니다. 도전중인 모든 분들에게 밝은 빛이 비추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제 앞날에도 밝은 빛이 들어오기를 기대합니다 ㅎㅎ

팔로우 하고 가요^^종종 놀러 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저도 맞팔했습니다. 자주 봬요~~~

요즘 힘들어하시는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글 같습니다. 감사히 읽고 갑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많은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