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화장실에서 담배를 핀다. 그것도 앞, 뒤 화장실을 전부
학교를 다닐 땐 와이셔츠를 화장실 안에 걸어놓았는데
화장실에서 담배를 펴 내 와이셔츠에서 하루종일 담배 냄새가 났다.
너무 화가 나서 학교 선생님에게 불려갔으면 좋겠다고 기도를 했다.
내가 담배를 피지 않았으면 하는 부모님이
학교 선생님의 연락을 받고 찾아와 창피했으면 했다.
아빠가 화장실에서 자꾸 담배를 피니까
일부러 베란다에 가서 양치와 세수를 했다.
추운 겨울에도 베란다에서 씻었는데, 추운 곳에서 차가운 물로 씻으면
'화장실에서 담배를 그만 펴야겠군.'이라고 생각할 줄 알았더니
그냥 내가 투명인간이 되었다.
오히려 아빠만 화장실에서 담배를 더 피기 쉽게 만들었다.
화장실이 너무 가고 싶은데 담배 냄새가 날 때는
베란다에 소변을 볼까 많이 고민했다.
일부러 소변 자국을 남겨두어 충격을 줄까 생각했는데
빨래도 하지 않는 아빠가 베란다에 퍽이나 나오겠다 생각하니
참으로 쓸모 없는 발상이었다.
동생 방에서 담배를 필 때면 제정신인가 싶다.
사춘기의 동생에 대해 '존중'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이다.
사춘기이든 아니든 본인의 방을 가지고
본인이 그 공간을 누리는 일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춘기 동생을 위해서라도 그 방에서는 피지 말아라'라는 말에
"사춘기 지난지가 언젠데"라는 몰상식하고도 자기중심적인 이야기를 내뱉는다.
화장실이 누렇게 됐다. 휴지에는 갈고리 모양의 담배 냄새가 주렁주렁 걸려있을 것이다.
목욕 타월에서는 시간이 지나도 담배 냄새가 빠지질 않는다.
엄마와 난 기운이 있을 때마다 한소리씩 한다. 정말 공중에 떠도는 말들이다.
그 공간을 담배 피는 공간으로 사용하지 말라 아무리 화내도 그 말을 무시하고,
본인 맘대로 자신의 생각을 이행하는 그 꼴이 참 꼴 사납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