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취향 공유, 책읽수다 시즌2. 통권 47번째 도서
빛 혹은 그림자, 로런스 블록 외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애정하는 멤버가 선택한 책입니다. 국내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쓱 광고가 실은 호퍼의 그림을 차용했음을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지요.
선로 옆 호텔, 1952
뉴욕의 방, 1932
브룩클린의 방, 1932
"호퍼는 삽화가도 아니었고 서사화가도 아니었다. 그의 작품들은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는다. 다만, 그 그림들 속에 누군가가 읽어주기를 기다리는 이야기들이 들어 있음을 ㅡ 강렬하고도 거부할 수 없는 방식으로 ㅡ 암시할 뿐이다. 호퍼는 캔버스 위에 펼쳐진 시간 속의 한순간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거기엔 분명히 과거가 있고 미래가 있지만, 그것을 찾아내는 일은 우리 자신의 몫이다."
책은 호퍼의 그림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작가들의 단편모음집입니다.
에드워드 호퍼, 그리고 그의 그림에 대한 인상을 먼저 얘기해보자.
솔직히 나는 네가 좋아하는 만큼의 매력을 발견하지 못했어. 빛을 다루는 방식이나 색감은 좋지만 구도나 화풍이 내가 선호하는 타입은 아닌 것 같아.
어디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사람들 표정이나 윤곽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편은 아니라서, 나는 그 점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해. 어딘가 어둡고 쓸쓸하면서도 외로워보이는 지점이 있어. 그림 속 인물이 나일 수도 있고 당신일 수도 있는 보편성도 있어. 드가의 아름다운 그림도 좋지만 호퍼의 그림도 좋아해.
어딘지 모르게 불편한 느낌이 들었거든? 가만 살펴보니 이게 프레임 때문인 것 같아. 화가가 창틀이나 기둥, 어떤 면의 모서리 같은 것에 집착이 있었던 게 아닐까 의구심이 들었어. 왜 굳이 벽의 이면을 캔버스에 남겨두었을까. 좀더 줌인해서 인물에 주목할 수도 있었는데 말이지. 저들 모르게 벽 너머, 창틀 너머로 들여다보는 시선! 어쩌면 이 관음적인 면이 흥행요인인 건 아닐까?
- 아이들과 글쓰기 수업을 할 때 이 작품을 내놓곤 해. '~인 걸 보니 ~인 것 같다'라는 문장을 채우라고 주문하면서 관찰력과 상상력을 키워주려고 노력하고 있어.
모자나 가방, 옷가지가 여기저기 아무렇게나 놓여있는 걸 보니 막 여행에서 돌아와 샤워하기 직전인 것 같다. 뭐 이런 식이야.
팬티를 안 입은 걸 보니 어떤 남자와 하룻밤을 보냈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빌어먹을 쪽지만 덩그러니 남기고 떠난 것 같다?
에이, 애들은 그렇게까지 안 해. 의외로 건전하다고.
책에 수록된 작품 중 가장 좋아하는 그림은?
- <자동판매기 식당>.
- 나도. 그리고 <밤을 새우는 사람들>도 좋아.
그림과 소설은 매칭이 잘 된 것 같아?
- 기대한 만큼은 아니야. 특히 <바닷가 방>은 너무 안 읽혀서 짜증났어.
매칭이 잘 됐다고 생각되는 작품은?
<선로 옆 호텔>을 모티브로 한 <11월 10일의 사건>. 냉전시대 미국으로부터 건너온 디터가 러시아 군사정보국 KGB를 속여 다시 본국으로 달아나는데, 그가 미CIA와 은밀히 소통한 수단이 바로 호퍼의 그림이었다는 설정이었지.
재밌었어. <케럴라인 이야기 : 여름날의 저녁, 1947>, <목사의 소장품 : 도시의 지붕들, 1932>도. 대공황이랄까 뉴욕이랄까 미국 정세나 시대적 배경에 대한 배경지식이 풍부했다면 더 깊이 있게 읽었을 텐데. 스티븐 킹이 쓴 <음악의 방 : 뉴욕의 방, 1932>이 딱 우리 수준이라고도 생각했어.
표지그림은 <케이프코드의 아침>입니다. 이 작품은 사연이 있어 작가가 다루지 못하고 글이 붙여지지 않았지요. 엮은이는 표지그림에 독자들이 이야기를 붙여주기를 기대한다고 서문에 남겨두기까지 했네요.
다음 모임까지 우리 해보자. 어때?
마침 듣던 잔잔한 음악과 어울려서 잘보고 갑니다.
책을 리뷰하시는 것 같아 팔로우 하고 갑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드려요 :D
어떤 음악 듣고 계셨는지 궁금하네요.
저도 팔로우했어요. 반갑습니다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