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판된 책이라 구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중고서적을 찾아봤더니 정가보다 훨씬 비싸게 팔고 있더군요.
그만큼 귀하고 가치 있는 책이렸다? 생각하며 기대감을 부풀렸는데..
독서의 취향 공유, 책읽수다 시즌2. 통권 48번째 도서
디자인의 꼴, 사카이 나오키
근데 기대했던 바와 좀 다르다?
맞아. 나도 아쉬운 점이 많아. 누군가 추천해서 골랐는데 디자인에 대해 알고자 했던 것과 뭔가 맥이 달라.
20년 전 발간된 책입니다. 우리는 이 책을 굳이 지금에서야 읽은 이유, 그러니까 20년 전 이 책이 지금 우리에게 시사하는 의미를 찾아야만 했어요.
시간이 흘러도 결코 변하지 않는 '꼴'이 있다는 걸 생각하게 됐어. 그 물건의 아이덴티티를 드러내는 거. 원형에 대해 살펴보는 계기가 되었어.
내가 알고 싶은 건 이런 거였어. 이를테면, 컵을 다룬다고 쳐.
컵의 용도는 뭐지? 물과 같은 액체를 담는 거잖아. 처음 컵의 형태에 손잡이가 있었을까? 아마 아닐 거야. 처음에는 물건이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증명하는 데 주력했을 테니까. 일단 이렇게 컵의 원형을 설명해주길 바랐어.
그리고 손잡이가 달린 컵이 등장하지. 왜? 인류가 컵에 뜨거운 음료를 담기 시작한 거야. 손잡이가 있어야 컵이 컵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게 된 거지. 차를 끓여 마시기 시작한 때가 언제였던가.
이런 식으로 어떤 사물의 디자인이 언제, 어떤 계기를 통해서 변하게 되었는지 다룰 줄 알았어. 그래야 변치 않는 원형에다 과거 기술 발전이나 사회상을 포함하여 어떤 흐름과 요구들에 대한 디자인적 반응을 살펴보면서 앞으로 디자인은 어떻게 바뀔까, 어떻게 바뀌어야만 하나, 뭐 이런 걸 짚어가다보면 사물에 대한 통찰력을 키울 수 있지 않겠어?
그런데 여기서는 정보를 수집해서 나열하는데 집중하고 있어. T형 포드 자동차의 사각박스 형태의 디자인에서 비행기 모양의 디자인으로 넘어간 게 언제쯤이고 그 이유는 '기술 발달'이라는 식의 서술이야.
저기 저 '기술 발달'에 해당하는 이야기가 상당할 거라고. 당시의 엔진은 이러해서 자동차에 탑재하면 모양이 저러할 수밖에 없었지만(그게 최선의 디자인이지만) 엔진이 작아지고 탑재 위치도 조절할 수 있게 되면서 공기저항 감소를 위한 디자인에 신경쓰게 되었다. 그 중 사람들의 선호를 받은 모델은 이러하며 이유는 어떠하다. 이런 이야기 말야.
물론 콘셉트디자이너 입장에서 거기까지 탐구할 필요는 없었을지도. 우리, 무엇을 이렇게 탐구하는 태도는 견지하자.
필사 :
- 방대한 자료 조사를 통한 통시적인 안목과 미래를 향한 날카로운 예상이 얽혀 있는 《디자인의 꼴》을 읽다 보면, 너무 친숙해 무덤덤해져버린 내 주변의 것들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책과 차가 함께 있으니 독서욕구를 불러일으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