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IT보다 바이오가 강하지?

in #kr7 years ago

요즘 주식 시장에서 의아해 보이는 흐름이 눈에 띕니다. 시장 지수가 정체/하락하는 가운데, 그 동안 많이 올랐던 "바이오주"들이 상대적으로 덜 떨어진 반면, 상대적으로 Valuation이 싼 "IT주"들이 더 떨어진 것입니다. 그 동안 주가가 많이 올랐다는 것은 "이익 증가+Valuation 상승"을 통해서인데, 이익 증가보다 Valuation 상승이 큰 주식들은 통상적으로 시장 상황에 취약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더 많이 오른 "바이오주"가 덜 떨어졌습니다. 왜 일까요? 무슨 이론이나 그런게 아니라 제 스스로가 시장을 이해하려는 과정에서 나온 생각을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1. 저는 이런 현상의 이유로, IT 회사들과 바이오 회사들의 실적 추정과 Valuation에 대한 시장의 가정법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IT 회사들의 대표격인 삼성전자와 바이오 회사들의 바이로메드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삼성전자의 매출액을 쉽게 분해하면, 반도체가 얼마나 팔리는지(=Shipment)와 가격이 얼마인지(=ASP)의 곱입니다. 아래 NH증권에서 나온 삼성전자 사업부 매출액 추정인데, DRAM 매출액을 물량과 가격으로 나눈 것을 알 수 있죠. 즉, 삼성전자의 매출액/이익 추정을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물량 가정, ASP 가정이 들어가는데, 물량 가정은 전방 산업 수요와 점유율 가정이 들어가고, ASP 가정은 경쟁 상황과 시장 가격, 그리고 원/달러 환율 등의 가정이 들어갑니다.

  2. 즉, 삼성전자의 실적은 수많은 Macro, Industry, 개별 가정이 들어가고 이 가정들을 변수라고 부릅니다. 불행히(?)도 이 변수들은 수시로 변화합니다. 삼성전자의 현재 P/E는 6배 대인데, 현재 시점에서 변수들의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를 가정한 상태에서의 실적 기준입니다. 변수들이 바뀌면 실적과 Valuation도 바뀝니다.

  3. 반면, 바이로메드의 실적 추정을 볼까요? 역시 NH증권의 리포트를 봅니다. 바이로메드의 매출액은 불과 72억원이고, 영업이익은 3억원입니다. 시가총액은 3.7조원이구요. 제조업 관점에서는 일반적으로는 설명이 안되죠. 바이로메드의 가치는 실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가지고 있는 신약의 가치입니다. 그럼, 신약의 가치는 어떻게 측정할까요?

  4. NH증권 애널리스트는 신약의 가치를 위해 역시 약가와 판매 수량에 대한 가정을 합니다. 약가의 가정과 시장 침투율 가정을 사용하죠. 물론, 이 가정들도 우리는 변수라고 하고 이 변수들도 삼성전자에 사용했던 변수들과 마찬가지로 변합니다. 문제는 변하는 것이 현재 Macro 상황이나 변수들의 가격흐름에 따라 수시로 변하는 것이 아니라, 애널리스트 혹은 투자자들이 신약이 나올 미래 시점에 대한 가정이 확실하게 바뀌는 사건이 있어야만 바뀐다는 것이죠.

  5. 좀 더 자세히 볼까요? 바이로메드의 제품은 2022년에 출시되는 군요. 머네요. 보시면 아시겠지만, 2022년부터~2027년까지 침투율이 0.3%에서 7.0%까지 상승한다고 가정했고, 약가는 3만달러에서 4%~2% 오르는 것을 가정했습니다. 자, 가정이 언제 바뀔까요? 2022년부터 출시되는 것인데, 현재 원/달러 환율의 변동이 크게 영향을 미칠까요? 왜 이 애널리스트는 7.0%의 침투율을 가정했을까요? 현재 미국에서 인플레이션이 온다고 7.0% 가정이 바뀔까요? 일부 바뀔 수는 있겠지만, 상당부분 안 바뀔 것 같습니다.

  6. 즉, 삼성전자의 실적 변수들은 외부 상황이 바뀌면서 수시로 변동하고 이는 실적을 바뀌고 Valuation을 변화시키면서 주가에 영향을 줍니다. 반면, 바이로메드와 같은 바이오 업체들의 실적은 지금보다 먼 미래의 신약의 성공율과 침투율 등 투자자들의 기대(?) 혹은 전망이 변수인데 이는 현재 Macro 움직임과 거리가 있습니다.

  7. 결론적으로, 전 바이오 주식들의 실적 추정에 있어 가정을 위한 변수들을 변동시킬 만한 데이타가 없고, Macro Data들과 연관관계 분석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믿음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실적과 Valuation 상 모두에서 주가 하락의 요인이 발생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8. 그럼, 바이오 주식들은 언제 하락할까요? 물론, 신이 아닌 이상 모르겠죠. 다만, 저의 분석적 틀에서 본다면, 실적 변수들의 믿음에 큰 변화가 생기는 이벤트가 있을 때입니다. 믿음에 변화가 생기려면, 당연히 신약 성공율 가정의 하락, 출시 지연, 출시 후 침투율 가정의 하락, 약가 가정의 하락 등이겠죠. 개별 바이오 회사가 아니더라도 대표 바이오 기업 하나에서 이런 이벤트가 생기면 바이오 전체 주식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9. Valuation의 변화를 야기하면서 주가가 하락하기 위해서는 현재 Risk에 둔감한 투자자들이 외부 변수에 대해 Risk를 느끼기 시작하면서 높게 생각했던 신약 성공율 가정들을 보수적으로 하향 시킬 때(=회사 측면에서의 이벤트가 아닌 투자자 측면에서의 이벤트)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Risk에 둔감한 것은 유동성이라고 생각하기에 글로벌 유동성이 급격히 축소되는 시기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10. 누차 강조하는데, 전 바이오를 모릅니다. 제 투자 기준에서는 먼 미래와 너무 많은 가정들이 들어 맞아야만 투자 매력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의 고려 대상들이 아닙니다. 그저 시장을 이해하기 위해서 바이오 주식들의 주가 흐름에 대해 생각해 본 것이고, 특정 회사에 대한 투자 의견이 아님을 말씀드립니다.

  11. 오늘 주식 시장이 급락해서 흐트러진 마음을 잘 챙기시기 바랍니다. 시장이 흔들리는 것이지, 투자자 마음까지 흔들리면 안 될 것 같습니다.

Sort:  

이해가 쉬운 글이네요. 일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혹시 해당 글을 출처와 함께 SNEK의 독자분들에게 소개해도 될까요? @홍보해

여름이@yminsong님 안녕하세요. 입니다. @joeuhw님이 이 글을 너무 좋아하셔서, 저에게 홍보를 부탁 하셨습니다. 이 글은 @krguidedog에 의하여 리스팀 되었으며, 가이드독 서포터들로부터 보팅을 받으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약은 화학적 효과를 주는 약(현재 사용되어지는 약들)과 생물학적 효과를 주는 (바이오신약)약으로 나눠진다고 합니다.

현재 대부분인 약들을 바이오신약들이 대체 한다는 가정하에 지금 바이오주 들이 날아 오르고 있는것이지
어떠한 실적이나 매출에 대한 근거가 전혀 없지요

과거 거품 형성과정에서 나오던 스토리들 이지요
기대감 만으로 상승하는 실적은 전혀 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