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듣는 라디오: 황망한 사내, 아버지

in #kr7 years ago


안녕하세요, 여러분. @yonah 요나입니다. 벌써 스팀잇에서의 활동 2주차에 접어들어 새로운 에피소드를 들고 왔어요! 어느 새 이번 주도 쏜살같이 지나가서 벌써 금요일이에요. 오늘 하루 무사히 잘 보내고 행복한 주말을 맞이해요!!




About 홀로 듣는 라디오

홀로 듣는 라디오는 온전히 나만을 위한 라디오가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탄생한 이름이에요. 지치고 힘들 때 나만을 위한 사연과 나만을 위한 노래가 나를 위로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런 생각을 가지고 조금씩 조금씩 글을 썼어요. 이야기들을 하나 둘 모아 차곡차곡 탑을 쌓을래요. 견고하고도 아름다운 탑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제 작은 글과 생각을 엮어 일주일에 한두 편씩 업로드하려고 해요. 라디오나 팟캐스트를 듣는 것처럼, 제 작은 이야기가 여러분께 닿아 마음에 남으면 좋겠어요. 작은 소망이에요.

지난 에피소드

  1. 기록된 것과 기록되지 못한 것




홀로 듣는 라디오: no.2
황망한 사내, 아버지


(음악을 재생하고 글을 읽으면 더 좋아요!)

어쩌다 듣게 되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로 우연히 듣게 된 노래에서, 그의 말마따나 황망함을 느낀다. 가장이라는 무게감을 짊어진 중년 남성의 감정이 그러할까. 나는 가장도, 중년도, 남성도 아니지만 그의 노래에서 쓸쓸하고 황망한 감정을 느낀다. 그것은 마치, 술에 잔뜩 취해 밤 늦게 귀가하신 아버지의 모습과도 같다. 나는 아버지를 미워했다.

나는 아버지를 미워했다. 사랑하지 않은 건 아니다. 사랑했기 때문에 아버지의 그런 모습들이 죽도록 미웠고, 사랑했기 때문에 속상했다. 아버지는 내게 두려움과 미움의 대상이였지만, 그런 아버지도 쓸쓸하고 황망했을 것이다. 밤 늦게 돌아와 소파에 누워 티비를 켠 채로 코를 골며 주무시는 아버지의 모습은 이 노래만큼이나 황량해 보였다.


얼마 전, 오랜만에 아버지를 만났다. 기억 속의 당신보다 훨씬 늙어 보였다. 염색이라도 좀 하시지, 같은 말은 쉬이 나오지 않았다. 아버지도 내게 하고 싶은 말이 많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 둘 다 쉽사리 얘기를 꺼내지 못했다. 깊은 상처도 언젠간 아물기 마련이지만 그 흉터는 오래 남아 볼 때마다 상처를 떠올리게 만든다. 우리의 관계가 딱 그런 식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2015년 3월 11일

꿈 이야기

아버지 애인을 집에 데려오셨다. 그것은 우리 가족의 해체였다. 오빠는 차를 끌고 부대로 되돌아가고, 어머니는 여동생을 데리고 어디론가 떠나셨다. 나는 아버지께 고함을 지르며 맞섰지만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집도 돈도 아무것도 없이 무기력하게 거리를 떠돌았다.

널따란 동네 카페에 들어가 2층 구석 자리에 앉아 가만히 미래를 생각했다. 군인 친구에게 꼬깃꼬깃한 만 원짜리 지폐 두 장을 빌려, 낮에는 피시방에서 시간을 보내다 밤에는 찜질방을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카페를 나와 다시 거리를 걷다 꽃집에서 파는 조그마한 화분들이 눈에 들어왔다. 울음을 참는 식으로 오천 원짜리 화분 네 개를 샀다, 돌아갈 집도 화분을 놓을 베란다도 없으면서.

위로받고 싶은 마음에 수련회를 떠나던 동네 교회 버스에 올라탔다. 수많은 사람이 있었지만, 누구도 내게 위로가 되어 주지는 못했다. 꿈에서 깰 때까지 쓸쓸한 마음에 동네를 떠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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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에 대한 감정은 어머니와 다른 종류에 감정이 뒤섞여 올라오는 것 같아요. 아침부터 저도 저의 아버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네요. 잘 읽었습니다.

아침에 듣는 피아노소리며 음악이 너무 듣기 좋네요~~^^
아버지가 보고 싶어지는 시간이 되었어요~좋은 글감사해요
보팅,팔로우신청하고 가요~

잘 보고가요.. 아버지한테 연락한번 드려야겠습니다. 미국에 있다고 매번 제대로 연락도 못드리는데..ㅠㅠ

✈ 오늘은 불타는 금요일인데 감성적인 글을 읽어서 더 기분이 좋네요. 요나님 2주일 밖에 안되셨군요! 저는 더 오래 되신 줄 알았어요 ㅎㅎ 주말 잘 보내세요 ㅎㅎ

황망한 아버지가 떠오르고, 저도 언젠가 황망한 아버지가 될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잘 읽고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