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7.12 꿈과 음악 사이 어딘가]삶의 균형을 위한 루틴 찾기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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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 후 한동안 업무영역에 대한 재편성과 그 외적인 부분과의 조화를 찾기 위해 뭔가 붕 떠있는 시간을 보냈다. 수입을 위한 욕심을 조금 내려놓는 대신 업무강도를 줄이고 좀 더 풍요로운 삶에 투자하기로 했다. 오래 쉬었던 수영을 다시 시작했다. 굳이 양수 안에서 10개월을 보낸 기억을 더듬지 않아도 헤엄이라는 행위를 떠나 물에 떠 있는 상태 자체가 주는 편안함은 늘 그 어떤 충만한 행복감을 안겨준다. 이 충만함은 접영으로 물살을 가르며 한 마리의 날쌘 물고기가 된 듯한 기분과 함께 숨이 가쁠 때 배가 된다. 누군가 수영장에서 나를 봤다면 나는 분명 독특한 사람일테다. 헤엄치는 시간보다 그저 눈을 감고 물에 몸을 맡긴 채 가만히 떠 있는 시간이 더 많으니.

커피를 즐겨 마시는 직원이 권하는 커피잔을 넘겨받기를 여러번, 출근하면 습관처럼 따뜻한 커피를 내려 전자렌지에 살짝 데운 크로와상 두 조각과 함께 마신다. 헤이즐럿 향이 나는 시럽의 달달함에 아직 채 깨지 못한 몸이 서서히 눈을 뜬다. 머리가 맑은 오전 시간에는 딱딱한 책을 읽는다. 타이틀은 전형적인 자기계발서의 예를 따르고 있어 마음에 안들지만 월스트리트에서 6조원을 굴린 경험을 가진 영주 닐슨의 책은 실제 필드에서 배울 수 있는 자산과 금융상품에 대한 개괄적 이해를 위해 더 없이 좋은 개론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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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과부하에 걸릴 때쯤 소설을 집어든다. 정세랑의 피프티 피플 표지에 적힌 이름들을 살펴보다 순간 문학상 수상 작가들을 모아둔 책으로 착각을 했다. 다시 한번 타이틀을 확인한다. 피프티 피플. 이 책은 왠지 작가의 말부터 보고 읽어나가야 할 듯 했다. 온통 내가 좋아하는 단어와 문장들로 가득찬 작가의 마지막 말을 듣자마자 첫 장으로 다시 돌아가 피프티 피플을 만나고 싶어졌다.

'한사람이라도 당신을 닮았기를, 당신의 목소리로 말하기를 바랍니다.
바로 옆자리의 퍼즐처럼 가까이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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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을 할 때면 유투브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강연 영상을 듣는다. 세바시라는 강연프로그램이 15분의 부담없는 러닝타임으로 짧게 집중하기 그만이다. 새로운 통찰을 얻는 것도 반가운 일이지만 뻔한 얘기를 뻔하지 않게 하는 능력 또한 아무나 가질 수 없는 대단한 능력이다. 단순히 돈을 위한 일을 떠나 그것을 놀이라고 부르든 사람은 무언가 일이라는 것을 평생 하고 살아가게 된다. 내가 알아차리든 말든 시대가 변하고 세상이 변하고 있다. 현재 어느 포지션에 나를 둘 것인가에 따라 이전까지와는 비교도 안될 속도로 빠르게 도태되던지, 적응하던지 결판이 날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적응에 대한 거부감이 없는 유연함이 요구된다. 가상화폐의 붐으로 인한 폭등, 폭락과는 관계없이 블럭체인은 경제구조의 재편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사람들이 정치에 대해 느끼는 피로감은 정확히 정치에 대한 기대감에 반비례한다. 이제 대통령 하나 잘 뽑으면 살림살이가 나아질거라 믿는 순진한 사람들은 많지 않다. 블럭체인은 태생이 기득권의, 기득권에 의한, 기득권을 위한 것과 대치된다. 정확히 자신의 이익과는 반대되는 정책을 추구하는 후보를 지지하는 자기이율배반적인 투표가 줄어듬과 동시에 블럭체인이 바꾸어갈 경제 패러다임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아질 수 밖에.

사무실이 집과 가까워져서 중간중간 집에 들릴 기회가 많아졌다. 아이는 정말 훌쩍 커간다. 이제는 아이의 미소를 종종 볼 수 있다. 나만 '아빠'라고 굳게 믿고 있는 옹알이도 곧잘한다. 묵묵히 육아를 해나가는 아내를 바라보며 학창시절처럼 가장 존경하는 사람을 적는 란이 있다면 망설이지 않고 아내의 이름을 적을 것이다. 이 세상 모든 어머님들이 존경의 대상이다. 우유먹는 양도 많이 늘고 밤잠자는 시간도 조금씩 늘어 이제 4,5시간은 엄마에게 자유시간을 준다. 100일의 기적을 2주 정도 앞두고 작은 기적들을 만끽하는 아내. 다음에 일어날 기적은 또 어떤 것들이 될까? 외출이 편해지면 무엇보다 할머니, 할어버지 집에 자주 방문할 계획이다. 부모님 또래에서 찾을 수 있는 몇 안되는 낙 중에 손주보는 낙이라도 자주 누릴 수 있도록 해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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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빠, 쨉은 이렇게 가드를 올리고 원투, 원투 이렇게 하는 거야~ 잘봐!>

퇴근 후에는 에너지가 많이 필요하지 않은 일들을 찾는다. 대략적인 스토리는 파악이 된 '슈츠'를 영어자막과 함께 시청한다. 비록 'How I met your mother'에서 늘 "Suit up!"을 외치던 바니의 노력에도 슈트를 경시한 탓에 드라마를 완주하진 못했지만 슈트 성애자인 나에게 '슈츠'는 제목부터 피할 수 없는 드라마였다. '멘탈리스트'의 패트릭처럼 심각한 상황에서도 항상 유머와 여유를 잃지 않는 하비는 종종 삐딱선을 타긴 하지만 늘 내가 추구하는 이상적인 인간형에 가까웠다. 장동건, 박형식 주연의 한국판 '슈츠'도 기대를 했던 게 사실이지만 1회를 차마 다 보지 못했다.

리치코젠이 신곡을 냈다. 기타치는 밴드 동생에게 동영상을 보내며 이런 말을 건넸다.

'내 나이가 40이 됐든, 50이 됐든 이런 연주를 할 수 있다면 기분이 얼마나 째질까?'

동생의 답은 아주 간단하고 명쾌했다.

'못함'

물론 나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뭐 안되면 어쩔 수 없는 일이고 아주 기본부터 아예 다시 하고 싶었다. 드럼 루프 비트를 바꿔가며 크로메틱부터 다시 시작. 남들은 3개월이면 자유형을 배워 물살을 가를때쯤 내 몸은 물에 뜨지 않는다 결론짓고 수영을 관두려고 했던 그 어느날, 강사에게 물에 몸이 뜨지 않는다며 수영을 그만해야겠다고 선언했다. 강사는 전혀 아무런 표정 변화없이 말했다.

" 회원님, 물에 뜨지 않는 몸은 없어요.
물에 떠보려는 생각은 하지 마시고 그냥 몸에 힘을 빼고 살짝 누워보세요."

거짓말처럼 갑자기 몸이 떠올랐다. 나는 그 동안 무슨 짓을 했던걸까. 그 때 그렇게 수영을 관두었더라면 나는 여전히 물에 뜨지 않는 사람으로 남아있었을 것이다. 해보기 전에는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누구도, 나 자신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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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알차고 재미있게 사신다는 느낌을 받네요
이제 곧 육아에 지치시게 될 겁니다. 악담 ㅋㅋ

정말입니다..ㅠㅠ

세바시를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운전 중에 듣기 좋은 강연 꾸준히 올리고 있으니 앞으로도 잘 들어주세요 :)

(jjangjjangman 태그 사용시 댓글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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