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새벽에만 물안개가 유독 짙게 내리는 것은 밤새 피곤에 찌들어서 퇴근을 하는 사람들의 한숨이 거리에 쌓여 그게 새벽이 되어 차가운 공기를 만나 물안개가 되는 거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단순히 중학교 3학년의 아직 헤어 나오지 못한 중2병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던 이것이 최근 나에게 다시 다가오고 있는 듯하다. 물론, 시간은 바뀌어 모든 길에 대해서 이야기 할 때 말이다. 우리가 늘 걸어가고, 지나가고, 밟고 가는 이 길들은 사실상 많은 이야기들을 안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길은 이별을 겪은 이의 눈물을 담기도, 누군가의 불안한 한숨을 담기도, 하루를 겨우 끝낸 이들의 안도감 어린 탄성을 담기도 할 테니까. 사람들의 인생 이야기를 모두 안고서 묵묵히 우리의 이야기를 유일하게 들어주는 길은 마치 세헤라자데 같다고 나는 느꼈다. 그 때문에 나는 가끔 아무 생각 없이 길을 걷다 우연히 소재가 떠오르는 이유는 길 위에 놓인 수많은 것들 중에 한 가닥이 내게 흘러들어온 건 아닐까, 한다. 근질거리는 입을 참지 못해, 한숨처럼 툭 몰래 꺼내놓은 이야기를.
잘보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