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노래를 들으며 그때의 시간과 공간, 느낌, 보던 풍경 등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마법같은 경험을 겪곤 한다. 예전 노래만이 가지는 특별한 힘이지 않을까. 어린시절을 미국에서 보낸 나는 대부분 90년대 팝송을 듣곤 했지만, 음악을 좋아하셨던 아버지 덕분에 한국 밴드의 음악도 솔찬히 듣고 자란 편이다. 미국 대중음악과 한국 중간 어딘가쯤에 추억들이 방울 방울 묻혀있다고 볼 수 있겠다. 예전 아버지의 방에 가면 벽 한쪽은 큰 서재로, 수 많은 LP판과 CD들이 주욱 꽂혀있던 기억도 나고… 그의 대부분은 가요, 8-90년대 음악들이였는데, 나의 추억 서린 음악 베스트는 90년대 후반-2000년대 앨범이 많다.
아버지와 함께 듣던 부활의 곡
부활의 명곡은 여럿 꼽지만 가장 즐겨 듣던 노래로는 눈먼 아이가 본 풍경. 기타 멜로디를 그렇게 좋아했고, 들으면 왠지 모르게 숙연해지곤 했다. 시원한 마룻바닥에 누워 높은 천장을 바라보며 이 노래를 들으며 부활의 감성을 어렴풋이 깨우쳤던 것 같다. 지금도 좋아하는 곡이다.
Cedar 길 위를 달리는 차 뒷자석에 앉아 듣던 팝송
하도 반복해서 들어 전주를 듣는 순간부터 웃음이 나오는 곡. 전 곡인 We belong together 뮤직비디오를 그렇게 좋아했는데 (웬워스 밀러 때문) 이 곡이 나오자마자 최애곡이 바뀌었을 정도. Shake it off 제목은 다양한 맥락에서 쓰인다. 보통 무언가를 털어버리고 잊어버려 라는 뜻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은데, 그래서인지 착잡한 일을 겪거나 조금 가라앉은 기분이 들때면 이 곡을 듣고 훌훌 털어버리자, 했던 기억이 있다.
아직도 잊지못하는 처음 장사익님의 공연
찔레꽃은 여러 글에서도 썼지만 들을때마다 느끼는 것이 남다른 곡이다. 장사익 님의 1집 ‘하늘가는길’ (1995) 에 수록되어 있고 아직도 공연때 그렇게 멋지게 열창을 하신다고. 목놓아 울었지 하는 가사에 가끔 눈물을 흘리고 싶을때 들으며 위로를 받는 곡이다.
하도 돌려들어 닳았던 박정현 5집 On&On CD 9번째 트랙
지금도 들으면 가사가 전부 떠오를 정도로 심취해 있었는데 알고보니 김윤아님이 작사하셨다고. 여러모로 내 플레이리스트의 대부분 노래는 김윤아 님의 손이 구석구석 뻗어있다. 윤종신님이 작사하신 미아도 참 좋다.
Eric Clapton 의 Tears in heaven
고전이지만, 아직도 운전할때 틀고 전주부터 크~ 하게 되는 명곡. 아무래도 운전하면서 듣게 되는 곡들은 팝송이 대부분인데, 올해가 가기전 꼭 하고 싶은 미국 로드트립때 아마 가장 많이 틀게 되지 않을까?
들었을때 그 날의 습도, 조명 모든것이 기억나는 곡
장창순님의 내 기억속으로는 1995년 드라마 ‘째즈’ OST로, 어디선가 들어본 익숙한 재즈 스탠다드가 미묘하게 섞여있지만 듣기 참 편한 가요. 듣자마자 편곡해서 졸업시험에서 연주하려 마음 먹었던 곡이기도 하다. 예전 느낌의 신디도 그렇고 멜로디도, 가사도 다방의 느낌이 묻어나는 것만 같아 꿈꾸듯 듣는다.
Damien Rice 의 시그니처곡
파리로 넘어와서 플레이스트 상단에 늘 빠짐없이 존재했던 데미안 라이스. 점차 플레이리스트를 유럽권으로 확장하면서 일렉트로닉 팝, 프렌치 팝 등을 듣기 시작했다. 이 노래를 들으면 왠지 모르게 가슴이 저릿하다.
수 많은 자우림의 노래중 가장 내게 영향을 미친 곡
Going Home 은 눈을 감고도 칠 수 있을 정도로, 그리고 그만큼 피아노 앞에서 연습하며 얼마나 위로받고 동시에 절망했는지도 기억하는 곡. 고맙게도 밴드가 라이브로 이렇게나 멋진 영상을 만들어주어서 가끔 재생하곤 한다. 음악으로 내 추억을 나열할 수 있다는 것이 참 재미있다.
고마워요 리스트 넘 좋네요. 들으며 위로를 받네요.
음악에겐 그런 힘이 있죠. 바쁘실텐데, 잠시라도 감상하고 가시기를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