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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올드스톤의 느끼는 산사 이야기) 대흥사 가는길

in #oldstone6 years ago (edited)

고려인 친구가 모스크바 주변의 그 넓은 숲길을 지나면서 창문을 열고 ‘공기가 너무 좋아’하던 기억이 난다. 그는 그리고서는 엄지와 검지 손가락으로 공기를 마치 얇은 비단 만져보는 흉내를 내곤 했다. 나도 그의 흉내를 내면서 공기를 만져 보았다.

그 길을 오롯이 혼자서만 즐길 수 있었다. 오래된 나무들 사이를 맨발로 걸었다. 대지의 시원한 느낌이 발바닥을 통해 내 안으로 전해 오는 듯 했다.

어릴적 아버지 따라서 여관에서 며칠 잔적이 있었다. 그때 여관에서는 아침에 밥을 주었다. 아버지와 겸상을 했다. 잘 먹어보지 못하던 계란말이가 나왔다. 맛있었다. 그래서 난 지금도 계란말이를 좋아한다. 식당가서 맛이 없어도 계란말이만 주면 군말하지 않는다. 아버지와 여행을 하면서 지냈던 여관 모습을 그대로 하고 있었다. 그때도 방앞의 마루에 아버지와 마주 앉아서 아침을 먹었다.

올드스톤님께서 과거의 추억을 회상하는 이 글귀에 제 감정을 이입 되어서 대리로 제가 그 곳에서 숨쉬고, 걷고 만진 것 같아 너무나 기분이 좋습니다.

이번 한국에 갔을 때, 아버지께 목욕탕에 가는 것은 어떤지 여쭤봤습니다. 2주 반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서 여러가지 할 일이 있었지만, 오랫동안 아버지와 함께 하지 못했던 목욕탕에서 때밀어드리기가 너무 그리웠습니다.

오랜만에 찾아간 목욕탕 그리고 때밀어드리기. 이전과는 많이 다른 느낌이었지만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에 그리고 어릴 적 과거의 향기가 나서 너무 좋았습니다.

과거의 추억 속과 현재 살아가는 나를 엮어주는 매개체가 있다는 것은 아버지께나 제게나 너무나 소중한 것들인 것 같습니다. 오늘 올드스톤님의 여행기를 읽으면서 소중한 것도 느끼고, 제대로 힐링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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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시간을 많이 보내시는 것. 참 잘하셨군요.
시간은 흘러버리면 아버지를 추억할만한 것이 별로 없더군요. 그래서 눈물을 더 흘리게 됩니다

사실 한국에 다시 돌아가고 싶은 이유가 부모님과 시간을 더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듭니다. 왠지 그러지 못하면 후회할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2년반 동안 한국에 가지 않으니 무뎌질 줄 알았는데, 오랜만에 뵙고 오니 더욱 더 보고 싶어집니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그런 마음이 더 들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