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ngvely Today] 울지 않는 아이, 우는 어른 + 보노보노

in #photokorea7 years ago (edited)

안녕하세요! 생각하는 피라미 쏭블리입니다. :)

@songvely June. 24. 2018.





얕디 얕은 수박 겉핥기 책 리뷰.
사실 리뷰라기보다는 그냥 이번 주 내 손을 거쳐간 책들에 대해 끄적끄적.





울지 않는 아이, 우는 어른 - 에쿠니 가오리




에쿠니 가오리는 내게 2002년 월드컵같은 느낌이다. ’나 그 때 무척이나 열광했었지’라는 느낌. 그녀의 책들을 한창 읽었던 때도 그맘때였던 것 같다. 그러고보니 그녀의 대표작 중 하나인 반짝반짝 빛나는 이 발간된 해도 2002년이다.


내가 대학을 다닐 무렵 무라카미 하루키, 에쿠니 가오리, 요시모토 바나나 등 일본 작가들이 서점가를 주름잡았었다. 나 또한 상실의 시대, 낙하하는 저녁, 키친... 일본 작가들의 간결하면서도 섬세한 책들을 읽었다. 하지만 어느 샌가 그/그녀들과 조금은 멀어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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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오랜만에 에쿠니 가오리의 책을 집어들었다. 도서관에서 책을 고르다 제목 하나만으로 손을 뻗었다.


에쿠니 가오리는 ‘울지 않는 아이’였던 자신을 다소 듬직하게 여겼지만 ‘우는 어른’이 되어 기쁘다고 책에서 담담하게 고백한다.




나는 어릴 때 울면 안된다는 가르침을 호되게 배웠고, 그래서 울지 않으려고 했고, 울지 않았다. 그런데 그 참았던 울음은 어딘가로 흘러가서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곳에 그대로 남아있었던 것 같다. 결국은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된 뒤에 잘못된 타이밍에, 잘못된 방식으로 터져나오곤 했다. (물론 지금은 그것마저도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만.)




아직 읽고 있는 중이지만 울지 않는 아이가 우는 어른이 되어가는 이야기가 바로 ’나의 이야기’ 인 것 같아 마음이 아픈 구절이 많고, 책장이 잘 넘어가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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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자세한 건 다음 주에 모두 읽은 뒤에야 끄적거리게 될 듯 하다.
현재로서는 끝까지 다 읽을 수 있을까 걱정스러운 책이다.



BONOBONO volume 1 - 이가라시 미키오




전에 나의 책 읽기에서 썼듯이 나는 두 권의 책을 동시에 읽는다. 호흡이 긴 책과 짧은 책. 에쿠니 가오리가 긴 호흡 속에서 내 마음 속 상처들을 이리 저리 휘저어 놓는 반면, 이가라시 미키오의 보노보노는 펼침과 동시에 기분이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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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내가 최고로 애정했던 만화들을 나열하자면 보노보노, 호빵맨, 빨간 머리 앤... 조금 심심하고 느린 만화가 대부분이다. 큰 갈등이나 대단한 능력자가 있는 것도 아니다. 능력이라면 힘들 때 자기 머리 귀퉁이를 떼어주는 정도? :) (물론 영광의 레이서, 쥬라기 월드컵, 파이팅 대운동회 등도 좋아하긴 했다.)



내 또래의 친구들이 HOT 나 젝키에 열광할 때도 나는 조규찬이나 이소라, 박효신을 좋아했다. 우리 할머니가 하시던 ‘요즘 노래는 너무 빨라서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겠어’라는 말씀에 초등학생이던 나는 격하게 공감했었다. 무언가 내 속으로 천천히 흘러들어오지 않으면 천성적으로 느렸던 나는 받아들이질 못했던 것 같다. 노래도, 공부도, 사람도, 심지어 만화영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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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면서 조금씩 빠르게 사는 법을 익히게 되었지만 여전히 나는 느리다. 남들은 잘 눈치채지 못하지만. 남몰래 나무늘보를 속에 숨기고 사는 나는 나는 내 속도에 맞는 책이나 음악, 영화를 접할 때 힐링받는다는 느낌을 받는다. 세상에 나와 비슷한 속도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구나 싶어 마음이 놓인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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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책을 읽으며 보노보노에 등장인물이 이렇게 많았다는 걸 알게 됐다. 너무 어릴 때 본 만화라 내가 기억하는 등장인물은 사진에 있는 보노보노, 포로리, 너부리 뿐인데 사실은 훨씬 많았다. 야옹이 형, 오소리, 프레리독, 큰곰 모자 + 가끔씩 등장하는 개미 아줌마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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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밑 부분에 있는 깨알같은 보노보노 체조 플립북
오랜만에 느껴보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는 맛, 가로 대신 세로로 읽는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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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실없는, 반복되는 보노보노와 친구들의 일상이 따뜻하다. 아무 생각 없이 읽으면 더 아무 생각 없이 픽 하고 웃게 되는 책.



“내가 알고 싶은 것은 모두 책에 있다.
내가 읽지 않은 책을 찾아주는 사람이
바로 나의 가장 좋은 친구이다.”
-에이브러헴 링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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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은 자연스런 심리의 표현인데... 옛날엔 왜 그렇게!!
좋은 책소개 잘 보고 갑니다~~

맞아요... 저도 울지 말라는 소리, 뚝! 이런 거 많이 들었답니다 ㅋㅋ
울고 싶을 땐 우는 것도 답인 것 같아요 :)

울지않는 아이가 우는 어른이 되어가는 이야기라니...딱 저 말만으로도 뭔가 뭉클해지네요.

맞아요... 제목만으로도 괜히 가슴이 저릿하더라구요.
감정의 표출을 억악당했던 세대... 요즘은 반대로 너무 과도하게 표출하는 듯 하기도 하구요... 적절함을 찾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

저도 울지 않는 아이에서 우는 어른으로 자랐어요. 슬프면 울어야하는데, 왜 울지 않는 의젓한 사람이 된다고 가르친건지..

다들 그랬나 봐요.. 울지마, 뚝! 이런 거 들으면서...-ㅁ-
감정에 솔직하면서도 의젓할 수 있는 건데...

흔들리는 건 바람과 사이좋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크~ 잔잔한 울림을 주는 문장입니다. :D

맞아요- 보노보노가 은근히 철학적인 책이었어요 ;)
참 좋았습니다. 취향저격!

일본 소설은 하루키 이외에는 잘 안 보게 되었네요. 어릴때는 영화도 책도 좋아했었는데 말이죠. 이번 한국가면 관심 좀 가져봐야겠어요!

저도 요즘은 하루키와 히가시노 게이고 정도 외에는 잘 보지 않는 것 같아요. 한창 일본 음악과 책, 영화의 인기가 뜨거울 때가 있었죠- 가끔 일본만의 감성이 그리울 때도 있어요 :)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지 무더운 하루입니다. 건강잃지 마시고 즐겁게 한주보내시기바래요^^

감사합니다! 이제 장마네요- 비오는 여름날을 즐겨보아요 :)

(jjangjjangman 태그 사용시 댓글을 남깁니다.)
호출에 감사드립니다! 즐거운 스티밋하세요!

감사합니다! :)

호흡이 긴 책과 짧은 책을 동시에 읽는 독서법은 저도 해보고 싶네요-!
그나저나 보노보노가 젤리곰발바닥 몰캉몰캉 만지는 그림 넘 귀엽네여 ㅠㅠ

딱히 일부러 그러기 시작한 건 아닌데 필요에 따라 그러다보니 두 권을 읽게 됐네요 :)
쉬는 시간이나 틈틈히 읽기에는 두꺼운 책은 못 읽겠기에 ㅎㅎ
보노보노는 완전히 발바닥 성애자로 나옵니다 ㅋㅋㅋㅋㅋㅋ 처음 알게 된 사실이에요^^;;

나가 사는 세상에 나의 패이스에 맞춰살아간다는것 참 중요한것같아요. 내가 어떤걸 좋아한다는걸 안다는것 자체도 참 많은 도움이 되는데 왜 어렸을떈 남들 하는것만 따라 할려 했는지.. ㅠㅠ

저도 그랬어요... 남들처럼 빠르게 행동하고, 큰 목소리로 말하는 게 좋은 줄 알고 그러려고 노력했었죠- 저는 그런 사람이 아닌데 ㅠㅠ 이제라도'나'대로 살아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