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눈알] Isn't she lovely - 스티비 원더와 인공망막(Retinal prosthesis) (2부)

in #retinalprosthesis7 years ago

안녕하세요. 유명인사들을 통해서 눈에 대해 알아보는,
들의 고싶다. <그눈알>입니다.

지난 번 <그눈알>에서는 스티비 원더가 실명한 원인, 미숙아 망막병증에 대해 포스팅 했지요?

[그눈알] Isn't she lovely - 스티비 원더와 미숙아 망막병증 (1부) ☜ 클릭

스티비 원더가 사랑하는 딸의 얼굴을 보기 위해 15분간만 앞을 볼 수 있는 수술을 받았지만 실패하고 말았다는 슬픈 이야기는 실제 있었던 일이 아니라는 내용이었죠. 다만 '빛을 감지하는 센서'를 삽입할 수 있는지 검사를 받아본 적은 있다고 했는데요.

오늘의 포스팅은 바로 그 빛을 감지하는 센서, '인공망막(Retinal Prosthesis)'에 대해 알아보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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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은 전기를 타고 전달된다

우리가 '본다'라고 하는 것은 빛을 인지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빛을 인지한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빛이 가진 에너지로 전기신호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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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동공을 통과해서 망막에 도달하게 되면, 망막의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시세포(photoreceptor)인 막대세포(rod cell)와 원뿔세포(cone cell)가 자극됩니다. 그 에너지에 의해 과분극(hyperpolarization)이라는 전기신호가 발생하여 망막표면 방향으로 신호가 전달되어, 신경절세포(ganglion cell)를 지나 망막표면을 따라 펼쳐진 망막신경섬유(retinal nerve fiber)를 통해 시신경으로 쭉쭉 전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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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눈에 들어와 뇌까지 가는 여행을 조금만 더 살펴봅시다.

망막에서 시신경으로 전달된 신호는 뇌 속으로 들어가 최종적으로 우리 뒤통수에 위치한 대뇌 후두엽(occipital lobe)의 시각피질(visual cortex)에 도착하여 빛이라는 정보를 전달하게 됩니다. 시각피질에 도달하면 비로소 우리는 빛을 인지하고 앞을 '보게' 되는 것입니다.

즉,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빛이 만들어낸 신호는 망막깊은층 -> 망막표면 -> 시신경 -> 후두엽 으로 이동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이런 재미없는 해부학적인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인공망막들은 이런 경로 중간중간에 개입함으로써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최초의 인공망막?

최초의 인공망막이라고 할 수 있는 시도는 1929년 독일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대뇌 후두엽 시각피질(visual cortex)에 백금으로 만들어진 전극을 삽입하여 자극하는 실험을 한 겁니다. 독일 형님들의 화끈함이란..

시각피질을 자극하자 대상자들은 눈 앞에 번쩍이는 빛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를 안내 섬광(phosphene)이라고 하는데, 이 실험을 통해 시각피질이 시각을 담당하는 영역이라는 것을 확증할 수 있었고, 또한 전기적 자극이 시각정보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자극되는 위치에 따라 빛이 나타나는 자리가 정해져 있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안내섬광(phosphene) 자체가 실제 '본다'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여러분도 지금 어두운 방에서 눈을 감고 눈을 좌우로 빠르게 움직여 보십시오. 눈 앞에 둥근 희미한 빛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아니면 더 적극적인 방법으로 시도해보지는 마시고(눈 건강에 해롭습니다) 눈을 감고 눈꺼풀 위로 눈알을 살짝 눌러보면 누르는 자리에 희미한 빛이 보인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런 것이 바로 안내섬광(phosphene)인데, 이는 그저 시각경로 자극에 의해 생기는 가짜 빛에 불과합니다. 이런 것은 그냥 의미없는 반짝임일 뿐, 실제 앞을 '본다'라고 할 수는 없죠.

그러나 이 가짜 빛이 생기는 위치를 지정해줄 수 있다면? 그렇다면 앞을 보는 것과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죠? 쉽게말해, 앞에 'A'라는 문자가 있을 때, 내가 눈을 감고 있더라도 'A'라는 모양으로 안내섬광이 눈 앞에 번쩍한다면, 내가 눈을 감고도 'A'라는 글자를 '봤다'라고 할 수 있는거겠죠.

이렇게 시작된 것이 바로 '인공망막(retinal prosthesis)'입니다. 그래서 인공망막의 구성은 1. 영상을 촬영하는 카메라가 달린 안경, 2. 영상에 따라 자극을 입력하는 전극, 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현재까지 개발된 인공망막의 종류

인공망막의 종류는 '전극의 삽입 위치'에 따라 분류됩니다. 빛의 이동 경로를 다시 상기시켜 봅시다. 망막깊은층 -> 망막표면 -> 시신경 -> 후두엽

첫번째 것은 '후두엽'에 전극을 삽입하는 형태입니다. 시각 정보를 최종적으로 처리하는 시각피질에 직접 영상을 입력해준다는 점에서 가장 궁극적인 형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이 형태의 인공망막은 심지어 눈알이 없는 사람에게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카메라로 촬영한 시각정보가 직접 뇌로 입력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두개골을 열어야하는 수술의 위험성, 그리고 뇌조직 특성상 전극이 오랫동안 꽂혀있으면 섬유화가 발생한다는 문제점, 마지막으로 시각피질은 시각정보 뿐만 아니라 안구의 움직임이나 색각 등의 복합적인 정보까지 처리하는 곳이기 때문에 선택적인 정보입력이 어렵다는 한계가 존재합니다.

두번째 것은 '시신경'에 전극을 삽입하는 형태입니다. 이 형태 역시 눈알을 거칠 필요 없이 시신경에 정보를 입력하므로 눈알의 기능이 완전히 파괴된 사람도 시각을 가질 수 있고, 또 후두엽보다는 접근이 다소 용이한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해부학적으로 시신경은 지름 2mm 밖에 안되는 좁은 공간에 120만개 가량의 신경다발이 응축되어 지나가는 고밀도의 조직입니다. 그 좁은 공간에 원하는 위치에만 안내섬광이 일어나도록 정확히 전극을 꽂는다는 것은 현재까지 기술적으로 어려운 문제입니다.

그래서 현재 임상에 도입을 시도하고 있는 형태의 인공망막은 '망막표면'에 전극을 부착하는 형태입니다. 장점으로 첫번째, 외과적으로 망막에 접근하는 것은 시신경이나 후두엽보다 훨씬 익숙하고 훨씬 안전합니다. 두뇌나 시신경은 수술과정에서 최악의 경우 환자가 사망할 위험성도 있지만, 눈 속으로 들어가는 수술은 최소한 환자가 사망할 위험성은 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전합니다. 두번째, 망막은 도로망처럼 평평하게 펼쳐진 조직이므로, 어느 지점을 자극해야 시야의 어떤 부분에 빛이 느껴지는지 직관적으로 파악하기 수월합니다. 세번째, 전극에서 열이 발생하더라도 눈 속에는 액체가 차있기 때문에 냉각이 용이합니다.
그러나 가장 큰 단점은 적용할 수 있는 환자의 폭이 제한적입니다. 망막표면에 전극을 삽입하므로, 시각경로 중 망막표면-시신경-후두엽 모두 건강한 사람에게만 적용할 수 있습니다. 즉, '망막깊은층'만 선택적으로 파괴되어 실명한 환자들(대표적으로 망막색소상피변성)만 선택적으로 이 형태의 인공망막을 사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도 수술의 안정성 및 간편함 등이 인정되어 현재 망막표면에 부착하는 인공망막이 FDA 승인을 받은 상태입니다. 이 장비를 통해 최대 0.01까지 시력을 회복한 환자가 보고되었고, 또 그저 문자 한개만 인지하는 수준을 넘어 하나의 단어, 심지어 하나의 문장까지 식별했다는 결과도 보고되고 있습니다. 시력 0.01이라니 풉! 하고 웃으실 수도 있지만 실명했던 사람이 0.01의 시력을 갖게되는 건 실로 놀라운 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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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라는 문자를 인식시키기 위해 전극이 자극되는 모양 모식도>

마치며..

지루한 이야기는 그만하고, 그래서 스티비원더는 왜 수술을 못한 것이었을까요?

일단 70년대는 아직 인공망막이 활발하게 개발되기 전이고, 인공망막은 2010년 이후에서야 조금씩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 영역이다보니 당시 기술적 한계가 있었을 것입니다. 또, 스티비원더는 미숙아망막병증으로 망막이 광범위하게 파괴되어 출생직후 실명했으므로 시각 발달 자체가 제대로 되지 않았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따라서 어떤 형태의 인공망막을 테스트 했는지 모르지만, 당시로서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받을 수 밖에 없었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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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인공망막은 갈 길이 멉니다. 우선 전극의 개수를 끌어올려 해상도를 높이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화질이 선명해지려면 해상도, 픽셀수가 높아야지요? 즉, 시각신호를 생성하는 전극의 개수가 고밀도로 많이 배치될 수록 더 선명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전극의 양을 늘리면서도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나아가 색깔을 인지하는 능력도 갖추어야 겠고, 질환에 관계없이 적용할 수 있는 범용성 또한 해결해야할 과제입니다. 와, 정말 갈 길이 멀었네요.

하지만 누가 알아요? 이 기술은 가공된 이미지를 신호로 변화시키는 기술이기 때문에, 먼 미래에는 SF 영화에나 나오는 것처럼 적외선탐지 능력, 투시능력(?), 아니면 증강현실을 인지하는 능력 같은 것들도 포함되게 할 수 있을지도 말이에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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