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고비아 여행기] 바람이 실어주는 세고비아의 특성

in #tripsteem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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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고비아의 분위기는 톨레도와 다르다. 톨레도는 중세 마을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하고 사방이 온통 돌로 된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어 전체가 철옹성 군락을 이루었다. 톨레도를 닭장이라면 세고비아는 넓직한 공간의 축사라고 불러야 할까? 유럽의 전통 도시를 이렇게 동물에다 비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겠지만 세고비아의 전통음식인 ‘코치니요 아사도(Cochinillo Asado)’2개월된 돼지를 잡아 만든 요리가 유명한 곳이니 이렇게라도 비꼬고 싶다.


조금 고급음식점이라면 모두 이 요리를 자랑한다. 나는 애써 외면하였다. 맛은 있을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요즈음 내가 좀 거룩한? 생각에 잠겨있는 것인지 이렇게 잔인한 것을 보면 군침이 돌긴 하지만 차마 먹지는 못하겠다. 물론 나도 육식을 좋아한다. 그렇지만 이건 아닌 것 같다. 갓 태어난 새끼를 잡아먹는 민족이나 개는 패야 맛있다고 사정없이 몽둥이질해서 요리하는 민족이나 잔인한 것은 마찬가지, 세 치 혀의 입맛을 위하여 생명을 이렇게 도살하면서 분위기 내는 것이 좋지만은 않다. 20대에 나는 개고기를 엄청 좋아해서 용인의 첫 직장 회식 때 내가 주도하여 황구를 도살하여 보신탕을 먹은 적이 있다. 한 마리를 잡았으니 정확하지는 않으나 아마 30인분 이상은 족히 나오는 것으로 기억한다. 우리팀 인원이 고작 8명 정도였으니 많이 남아서 기숙사에서 남은 것을 챙겨서 두고두고 먹었던 기억이 있다. 그때 죽음을 기다리는 그 개의 체념어린 눈빛에 아무런 죄의식도 갖지 않고 도살업자에게 요리를 부탁한 사람이 나였다. 그래서 지금은 그 개를 위해서 매일 참회 기도를 드린다. 그러나 그래 봤자 육식을 끊지 않는 이상 악어의 눈물을 가진 나이지만,

스페인에서 사는 신부님께서 유럽은 고기가 싸고 초지에 방목하여 기르기 때문에 육질이 좋다고 실컷 먹고 가라고 하는데 고급스럽게 진열된 푸줏간에 들어갔더니 고기 냄새가 역하다. 어느새 내가 채식주의자가 되어버린 것인가? 한 끼 정도는 고급스럽게 레스토랑 가서 칼질하려고 했으나 막상 돌아다니다 보니 고급음식점 들어가기가 내키지도 않고 특히 사랑하는 그녀?와 함께하는 데이트 분위기도 아니기에 그냥 거지 같은 방랑 여행자가 되기로 했다. 젊었을 때는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를 치장하여 맵시를 한껏 파워-업! 그래서 이성을 끌어들이기 위한 미끼를 만들 필요가 있겠으나그때는 세련되게 보이는 것이 최고라 생각하고 거기에다 자기만족을 추구하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뜬 세상의 아름다움일 뿐인 것을... 남이 나를 보는 모습에서 행복을 찾았다. 이제는 오십 줄에 접어들고 있는 노총각이니 ‘그냥 될 대로 돼라’이다. 단지 외모나 분위기에 혐오감만 주지 않는 청결도만 유지하는 걸로, 그리고 총각 냄새가 나지 않도록 잘 씻는 것만 한다. 그래도 이모들은 나에게 수컷 냄새가 심하게 난다고 한다.

결론은 마트에 가서 대형 바게트 하나이틀은 먹을 수 있다, 슬라이스 치즈, 햄, 토마토, 타바스코 소스빵만 먹었더니 느끼가 쩐다, 그리고 포도주 한병, 이렇게 끼니를 때운다. 한국에서 가지고 온 누룽지와 볶은 김치 팩이 있으니 아끼고 아껴서 어쩌다 한 번씩 먹어주면 될 것도 같다. 이제 스페인에 온지 일주일이 되어간다. 여행하면서 글을 쓴다는 것이 만만치 않다.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나니 다리도 아프고 힘들어 숙소에 오면 뻗어버리니 자동 시차 적응이 되었다. 사진을 보이는 족족 찍어두고 글감을 만들어 놓았는데 체력이 바닥이라 그냥 지나갈 것 같다. 까먹기전에 메모라도 해야하는데 그것마저 귀찮으니...

그래서 목적이 있는 여행이 더더욱 필요한 것 같다. 언젠가 포스팅에서 언급한 말이지만 주유소 습격 사건에서 유오성이 한 말은 효율적인 인생 격언이다.

나는 한 놈만 팬다

세고비아는 톨레도에 비해서 훨씬 현대와 중세, 시골과 도시가 공존하는 느낌이다. 상점, 편의 시설들이 더욱 다양하고 많고 넉넉한 느낌이다. 거기다 사람들의 유동인구톨레도와 세고비아는 마드리드 근교로 1시간 정도의 거리에 있다.가 많다. 마을이 아닌 준도시라고 불러야 할까? 톨레도가 고도시를 분리하여 한곳에 몰아놓은 스페인 중세 고급 귀족 마을 같은 느낌이라면 세고비아는 고도시와 신도시가 모자이크 방식으로 공존하는 느낌이다. 곳곳에 녹지가 있고 고즈넉이 사색할 공간과 적당히 사람들이 붐비는 번화가들이 있다. 아마도 수도교가 만들어주는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한몫한 것 같다. 수도교는 로마의 유물이고 기독교 전통과는 무관했기 때문에 종교적 문화유산뿐만 아니라 생활 문화사가 결합하여 버무려져 세고비아에게 영성과 생활의 퓨전 도시 수채화 모습을 제공해준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메인광장의 수도교만 둘러보고 돌아간다. 나는 수도교의 끝이 어디일까 궁금하여 계속 따라가보았다. 거대한 높이의 수도교가 점점 낮아지면서 결국에 끝나는 지점에 도달하게 된다.

계속 쫓아서 따라가면 물 수송의 근원이 되는 남쪽의 과달라마 산맥 방향으로 향하게 된다. 수도교가 놓인 자리는 계곡이었기에 과달라마 산맥의 호수에서부터 16km정도 이동하여 끌어들이는 물길이 1% 경사를 유지하면서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만들어져야 했다. 이런거 보면 옛날 사람들의 기술력은 지금 우리시대의 기술력보다 구리다고 볼수 없다.

결국에는 저장 탱크 혹은 정화조로 보이는 건물을 만나게 되는데 2012년에 복원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더 따라 들어가면 물길이 보이는 조그만 수로를 만나게 되는데 여기가 끝이다. 숨겨졌던 수로를 2001년에 세고비아 봉사자에 의해 복원시켰다고 한다. 구글번역이므로 정확한 해석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신시가지인 것 같은데 중세가 아닌 지금의 평범한 도시 건물들이 밀집되어 있다.

수도교의 끝까지 다다랐다. 지금은 물도 흐리지 않고 역사의 흔적만 남아 외롭게 서있다.


여기서 물이 흘렀을 것을 마음으로 상상해본다. 16km를 이동해온 수로가 다시 북쪽 알카사르 궁전까지 물을 대기 위하여 계속 흘러갔을 것이다.


물의 근원이 되는 과달라마 산맥이 보인다. 수도교의 끝을 따라가보면 위 사진의 지점과 만나게 되고 세고비아의 신시가지가 형성되어 있다.

수도교의 거리는 조금 시끄러운 감이 있다. 당일치기 여행객들이 빠져나갔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이다. 밤에 나가 보았더니 아직도 사람들이 많다. 자못 활기차다. 아마도 수도교의 야경을 즐기려고 일부러 찾아온 사람들 때문일 것이다. 젊은 연인들이 쪽쪽하는 것을 보니 바이킹이 설치된 월미도가 생각났다. 숙소가 수도교에서 걸어서 불과 3분 정도 거리에 있는 아파트 단지인데 오래된 건물이라 그런지 서민적인 분위기를 연상케 하고 톨레도와는 다르게 시끄럽다. 새벽에 한참 자고 있는데 술주정뱅이의 고성에 잠깐 깨었다.


회전목마와 함께 있는 수도교, 북쪽 방향의 수도교를 찍은 것이다.

톨레도의 밤은 이렇지 않다. 관광 명소가 대부분 문을 닫아서 오후 5시를 전후하여 죽은 도시같이 조용하다. 밤만 되면 휘황찬란한 한국 도시와는 딴판이다. 그러나 세고비아 수도교 주변은 경찰차도 몇 대씩 배치되어 있다. 인구가 톨레도보다는 훨씬 많은 것 같다. 음식점에서도 쪽쪽이, 길거리에서도 쪽쪽이들이 쉽게 발견된다. 스페인 수컷들은 길거리에서 암컷들 궁둥이를 대놓고 쓰담 쓰담 하는게 너무나 많다. 제길, 내 안테나가 그쪽으로만 쏠리는 것은 왜일까?

세고비아는 당일치기보다 일주일 정도 시간을 두고 곳곳을 누비기에 아주 좋은 곳이다. 톨레도와 마찬가지로 둘레길이 있는데 특히 에레스마강(Eresma River) 주변의 둘레길이 절경이다. 서쪽으로 펼쳐지는 대평원과 강 주변에 형성된 다양하고 웅장한 생태 군락 그리고 고지대의 알카사르 백설 공주의 성을 보고 있자면 탄성이 절로 난다. 다음에 오게 된다면? 세고비아의 서쪽 외곽 밖에 숙소를 잡고 에레스마강 둘레길을 차분하게 걸어보고 싶다. 그리고 서쪽을 향하면 대평원이 펼쳐진다.

세고비아 북서쪽 외곽의 둘레길에서, 백설공주의 성 알카사르가 보인다. 가운데 배낭 매고 다리를 걸친 아재는 지금 낙시하고 있다.

북서쪽 외곽에서 성밖을 바라보다. 중앙에 알카사르 성이 보인다.


보론: 톨레도와 세고비아 바람의 주역 팔괘 방위학적 해석


세고비아는 에레스마강(Eresma R.)과 클라모레스강(Clamores R.) 사이에 있는 해발 1,000m의 바위산에 건설되었다고 한다. 에레스마강 둘레길 강물의 흐름이 부드럽다. 톨레도의 타구스강 둘레길은 세차게 흐르는 남성적 시원함과 억센 기질이 있다면 세고비아의 에레스마강 둘레길은 부드러운 여성스러움을 간직하고 있다. 그래서 톨레도는 단단하고 거친 강철검이 특산물로 된 것일까? 세고비아는 중세시대에는 양모 공업이 번창했으며 현재는 농업을 중심으로 하여 도자기와 직물제조가 이루어진다고 한다. 농업을 부드러운 여성에 비유하지 않는가? 단지 며칠 머무르면서 세고비아와 톨레도의 바람을 비교한다는 것이 의미 없을 수도 있다. 그래도 여행자의 촉이라는 것이 있다. 이방인이기 때문에 도시마다 다른 특성을 객관적으로 감지할 여지가 있는 것이다. 제 3자적 관점 말이다. 제멋대로 해석한 것이지만 그래도 여행을 하면서 생각놀음을 하여보았다.

스페인 대륙 중앙에서 동서로 뻗어 있는 과달라마 산맥을 중심으로 바람의 근원을 살펴본다면 세고비아로 부는 바람은 남동풍이 되겠고 톨레도로 부는 바람은 북서풍일 것이다.


구궁 팔괘도(출처에서 편집했음)

주역周易의 구궁팔괘를 여기에 적용시켜 본다면 북서지역으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의 성정은 건괘(乾)를 상징하는데 강건하고 그침 없는 에너지를 상징하는 남성의 모습이다. 그래서 강철검이 이곳 톨레도의 특산물이면서 도시 전체가 단단한 돌의 요새가 형성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건괘를 금(金)에 비유하기도 한다. 톨레도 시내의 대성당을 관람하면서 느낀 것인데 굉장히 웅장하면서 권위적인 위압감이 느껴졌다. 그냥 둘러보라는 식이다. 관람객에 대한 배려심이 없다.

톨레도 대성당의 성모님, 폐쇄되어 들어가서 볼수 없다. 성모님이 우리에 갇히셨다.

반면 남동지역으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의 성정은 손괘(巽)인데 공손하고 다소곳한 성품과 관련 있는 맏며느리, 큰딸의 모습이다. 그래서 세고비아는 농업이 특화되었던 것이 아닐까? 농사라는 것은 자연에 순응하며 때를 따르면서 경작을 하여 땅심을 길러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세고비아 대성당을 성당들의 귀부인이라고 한다. 안에 들어가서 보니 톨레도의 대성당과는 다르게 각각 처소를 개방하고 조명을 리듬에 맞추어 점등하며 관람객들이 편안하게 들어가서 볼 수있게 분위기를 자아낸다. 게다가 중앙에서 신부님이 오르간을 계속 연주하면서 중세 분위기를 한껏 느끼게 해주고 있었다. 이 또한 톨레도와는 다른 세심한 배려이다. 남동풍을 받고 형성된 세고비아 기질 때문이 아닐까? 맏며느리의 다정하고 인심깊은 배려와 같이,

세고비아 대성당 안은 곳곳이 개방되어져 있다.

티베트의 룽따라는 표현이 있지 않은가? 톨레도와 세고비아에 전해주는 바람의 말, 룽따는 나에게 이렇게 이야기해주고 있다.

by @stimcity-lits

티베트에는 '바람의 말(風馬)'이 달린다.
 
'룽따'라고 불리는 이 상상의 동물은 오색 깃발의 형상을 하고 있는데, 깃발마다 말 그림과 함께 불경이 빼곡하게 적혀 있다. 바람의 말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건물의 옥상이나 산 봉우리마다 펄럭이고, 바람처럼 빠르고 말처럼 힘차게 부처의 말씀을 온 세상에 전해 모든 이가 행복해지길 바라는 아주 기특한 동물이다. 그리고 티베트인들은 룽따가 보일 때마다 기도를 올리며 바람의 말에 자신들의 소망을 실어 보낸다. 풍년이 들기를, 가축들이 잘 자라기를, 가족들이 건강하기를. [어느 인류학자의 초록색 일기장] 바람의 말이 달리는 곳 - 티베트에서 다람살라까지





-계속-





스페인 여행기


[톨레도 여행기] 톨레도 위치에 대한 야매 풍수지리학적 고찰


스페인 여행前記


프롤로그
수도원 문화의 성격
Fabada Asturiana 스페인의 순대국?
500년 이상된 스페인 수행자의 밥그릇
절벽위에 세워진 수행자들의 공동터전
동굴이 왜 수행자들의 공부방이 되는가? 자발적 고립은 양날의 칼
돈키호테에게 보여진 풍차: 일수사견(一水四見)
성모님의 염화미소?
영혼의 성(서양 수행자들의 신체관)/아빌라


이태리 여행 前記


1,000년 전통의 수도원 약국
베네딕토 영성을 찾아서


독일 여행前記


중세 시대 여성 자연 철학자의 정신을 찾아서/힐데가르트 폰 빙엔





[세고비아 여행기] 바람이 실어주는 세고비아의 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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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고비아를 가보지 않은 저는, 세고비아하면 기타가 제일 먼저 떠오르네요.
힘들게 걷는 여행을 하면 시차적응이 빠르게 되긴 하더라구요.
많이 걷더라도 천천히 걸으세요.^^

세고비아 기타하고 일도도 상관없다고 합니다.

세고비아 저도 너무 좋았어요.. 부럽습니당~

ㅋㅋ. 코인올라서 가시면되죠. 메롱!

ㅠㅠㅠㅠㅠㅠㅠ

제 후배님께서 (베네딕토 졸업하신?^^) 수녀님이세요. 글 보면 엄청 좋아하실 거에요. 이즈음에 방학 나오셨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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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딕토 수도회가 모든 수도원의 뿌리인거 같습니다.

네. 저도 그렇게 들었던 기억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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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고비아가 악기로 유명한 곳인가요? 세고비아 기타가 생각나네요.ㅎㅎ

일도 상관없뜸

수도교가 멋진 세고비야군요. 이런 숨은 이야기들을 알고 갔어야 하는건데, 견문이 짧아 겉보기만 핥고 왔었네요 ㅠㅠ

바람의 말
멋저요.
그렇게 살고 싶네요 ㅎ

샘도 멋지신걸요

조용한 저녁시간에 천천히 볼께요.
jcar 토큰 보팅 신청하고 갑니다.

몸 건강히, 잘 먹고 잘 자면서 여행 하세요.

히히. 감사혀요. 형아.

어디를 가도 아직 수컷 본능은 살아있네요. ㅋㅋ
잘 먹고 다니세요. 잘 못 먹고 다니면 구경 할 것도 못 봅니다.

히히. 잘먹고있어요. 입맛에 안맞아서 그렇지요.

여행기 잘 보고 갑니다^^ 가고 싶어지네요 ㅎ


즐거운 주말 되세요~안녕하세요 @banguri님의 jcar토큰 보팅 신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