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와 독서를 위한 낭독의 재발견

in #writing7 years ago (edited)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헬 듯합니다. / 가슴 속에 하나둘 새겨지는 별을 /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 아직 나의 청춘이 다 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 별 하나에 추억과 / 별 하나에 사랑과 / 별 하나에 쓸쓸함과 / 별 하나에 동경과 / 별 하나에 시와 /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작품과 자기 글을 낭독하는 비밀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이라는 시이다. 어머니에게 이야기하듯 애틋한 서정을 담고 있어서 입으로 읽으면 더욱 정겨운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뜬금없이 시를 소개한 것은 시가 좋기도 하거니와 시를 낭독하여 더 깊이 공감하고 글쓰기를 위한 특별한 방법이라 점을 이야기하기 위해서이다.

낭독 독서법이라고 있다. 낭독이란 소리 내어 글을 읽는 음독(音讀)의 하나이다. [별 헤는 밤]을 그냥 눈으로 보고 이해하는 것과 입으로 소리 내어 읽고 마음에 새기는 것은 다르다. 낭독하여 읽는 것이 더 기억에 오래 남고 이해와 공감도 더 잘된다. 시인의 문장이 눈으로 들어와 소리와 함께 가슴에 둥지를 튼다.

낭독은 우리의 신체 감각을 통해 글을 읽는 행위다. 아무 소리 없이 조용한 곳에서 소리내어 손짓과 발짓을 섞어서 글을 읽는 독서법이다. 글을 쓰는 사람들은 좋은 문장을 위해 자신의 글을 낭독할 필요가 있다. 글은 말에서 나왔기 때문에 낭독을 하게 되면 부자연스럽거나 독자가 이해하지 못한 문장과 논리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낭독은 종이나 모니터, 스마트폰에 묻어 있는 글자를 살아있게 만들어 생동감 있는 글로 표현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뿐만 아니라 낭독을 통해서 새로운 신체 감각이 되살아나기도 한다.

자신의 글을 낭독하는 효과의 비밀은 여기에 있다. 소리내어 읽는 행위는 문자를 음성으로 바꾸어 낭독하는 것인데 마음 속으로 읽는 것과 달리 정서와 감정을 포함시키는 높은 수준의 소리내어 읽기가 이루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낭독은 주로 문학 작품이나 연극의 대사를 읽을 때 활용된다. 글을 쓰는 사람이 낭독을 하면 자연스럽게 글쓰는 사람의 입장에서 벗어나 독자의 입장에서 정서와 감정을 담아 내용을 새롭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쓴 글을 소리 내어 읽다 보면 바꿔야 하는 내용이 느껴지고, 심지어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한다. 자신의 목소리를 통해 자신의 글을 느끼고 판단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외국에서는 글쓰기 교육을 위해 널리 사용되는 방법이다. 자신의 글을 낭독하는 행위가 유용할 때는 초고가 완성되었을 때다. 글을 읽다 보면 사람들 간의 대화에서는 절대 나오지 않을만한 어색한 문장과 표현들이 드러난다. 글을 낭독하는 것은 자신의 글을 좋게 바꾸는 것뿐만 아니라 훌륭한 소설과 시 작품을 낭독하면서 자신에게는 익숙지 않은 새로운 문장과 표현을 배우는 방법으로도 사용될 수 있다.

 

낭독과 글쓰기는 사회적 성공과 관계 없다

‘말(language)’은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 따위를 표현하고 전달하기 위해 사용하는 소리 기호다. ‘문자(character)’는 언어의 시각적 상징이며, 글은 문자로 나타낸다. 문자를 소리내어 읽을 때 그것은 언어의 청각적 상징으로 나타난다. 언어라고 하는 것은 시각적 글로 표현된 것과 청각적 소리로 표현된 것을 함께 지칭하는 것이다. 

문자는 시각적 지각으로 시작하여 사람간의 이해와 의미 공유에 이르게 한다. 책, 신문 같은 인쇄된 문자를 매개로 한 사람에게 다른 사람에 정보가 전달된다. 반면에 음성으로 전달되는 소리 언어는 청각적 지각에서 시작하여 이해와 의미 공유에 이르는 것으로 사람이 직접하는 말이나 전화, 라디오, 전축 같은 미디어를 활용하기도 한다.

사람과 사람이 직접 만나 커뮤니케이션하는 경우에는 글과 소리를 모두 이용할 수도 있지만 주로 소리 언어를 사용한다. 하지만 여기에서 주목할 점은 소리 언어와 함께 대화 상대에게 다양한 비언어적 단서 정보를 활용하여 커뮤니케이션을 한다는 것이다.  비언어 단서 정보에는 얼굴 표정과 정서 표현, 눈의 방향과 응시, 눈의 움직임, 몸의 움직임 등이 포함된다. 정확하게 설명하자면 낭독은 책이나 미디어에 시각적 글로 표현된 것을 소리 언어를 주로 사용하여 표현하면서 비언어 단서 정보를 활용하는 과정이다.

따라서 시각적 글로 표현된 것을 청각적 소리로 표현하는 낭독을 통해 우리는 작가의 작품 내용과 세계를 공감하고 느낄 수 있으며 글의 세밀한 결을 배울 수 있다. 가족이나 친구에게 읽어주거나 또는 커뮤니티를 통해 문학작품이나 책을 낭독하는 활동이 좋은 점은 여기에 있다.

자기 글에 대한 낭독 또한 놀라운 경험을 가져다 주는데 자신이 쓴 글을 객관화하여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진심과 정성을 담아 작성한 자신의 글은 분신 같지만 독립적으로 존재한다. 낭독은 작가의 작품과 저자의 지식을 깊이있게 공감하고 문장을 마음으로 느끼고 이해하게 만들면서 삶을 총체적으로 바라보며 주체적으로 살게 하는 힘을 길러준다. 낭독을 통해 자신들에게 묻어두었던 열정을 되찾았고, 험난한 삶의 행군을 위해 잠재의식의 깊은 곳에 가두어주었던 자신의 시절 자신의 존재에게 자유를 줄 수 있다.

낭독과 글쓰기는 사회적 성공과 관계 없다. 돈벌이를 만들어주지 않는다. 낭독과 글쓰기는 작가들의 작품과 자신의 글을 통해 삶의 방향을 가꾸고 문장을 배우고 읽히며 새롭게 글을 쓰는 데 중요한 힘을 준다. 밝혀야 하는 비밀이 있다. 낭독과 글쓰기는 사회적 성공을 가져다 주지도 돈을 만들어 주지도 않는다.

윤동주 시인_시(詩)를 낭독하는 것은 시인의 작품 세계와 공감하는 새로운 체험이다.

낭독은 가장 훌륭한 읽기와 글쓰기 공부이다

꼬마 아이들은 언제나 엄마와 아빠에게 책을 읽어달라고 조른다. 책을 읽어주면 산만하던 아이들도 초롱초롱한 눈으로 이야기의 세계에 빠져든다. 과학적으로도 독서와 청각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음악교육과 학습 관계를 연구해 온 청각 신경학자 니나 크라우스(Nina Kraus)는 소리를 해석하는 능력이 좋을 수록 언어를 이해하는 능력도 높아진다는 것을 알아냈다고 밝힌다. 청각 능력이 독서 능력, 외국어 능력, 언어 능력, 나아가 인지 능력과도 이어진다는 뜻이다.

소리내어 글을 읽으면 글을 눈으로 보고, 성대를 울려서 입으로 소리를 내고, 소리를 내기 위해 배에 힘을 주고, 생각을 하는 등 낭독을 하기 위해서는 몸 전체를 사용하게 된다. 소리를 내서 말을 하게 되면 그 내용이 몸 자체에 새겨진다. 뭔가를 외워야 할 때 눈으로 가만히 보는 것보다, 입으로 중얼중얼 하면서 외우는 게 더 잘 외워지는 것처럼, 공부한 내용을 입 밖으로 내뱉는 과정에서 몸에 새겨진 기억은 더 생생하게 머리에 남는다는 것이다. 

작가와 저자가 오랜 기간의 작품 활동의 연구 작업의 내용이 집약되어 있는 것이 문학 작품과 책이다. 그 내용을 각자의 목소리를 통해 뱉어내니 저자와 일체화되는 느낌이 들죠. 낭독을 하거나 듣는 동안은 딴 생각을 할 수 없어 눈으로만 읽을 때보다 집중하게 되고, 뇌의 전두엽이 활성화돼 한 구절 한 구절 뇌리에 새기게 됩니다. 이렇게 저자와 깊이 있게 교류할 때 분명 삶을 바꾸는 힘을 얻게 된다.

낭독의 비밀은 인류의 말에 있다

‘말(language)’, 즉 소리 언어는 인류의 가장 오래된 미디어이자, 인류가 영원히 사용할 미디어이기도 하다. 말은 사람의 생각이나 느낌 따위를 표현하고 전달하는 데 쓰는 소리 언어(음성 기호)로서  사람의 생각이나 느낌 따위를 목구멍을 통하여 조직적으로 나타내는 소리를 가리킨다. 인류가 사는 곳이 아무것도 없는 진공의 상태가 된다면 ‘말’은 더 이상 인류의 미디어가 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말은 말을 하는 그 시간, 그 장소에서만 들을 수 있다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문자가 없던 시절에도 정보는 말로써 전해졌다. 현재에도 문자를 사용하지 않는 아프리카나 남아메리카의 오지에서는 여전히 말을 통해 정보와 지식이 전달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문자 없는 사람들도 얼마나 빠르게 뉴스를 전달시키는지에 대한 사례가 미첼 스티븐스(Michell Stephens)의 『뉴스의 역사(A history of news)』에 소개되어 있다. 

19세기 아프리카의 줄루족(Zulu)과 살았던 한 유럽인은 하인이 쓰는 그릇에 악어 고기를 끊여 먹었다. 이는 줄루족에게 금기시된 일이었다. 하인은 당장 일을 그만두었고, 유럽인은 새 하인을 구할 수 없었다. 유럽인은 아주 먼 곳으로 이주하여 하인을 구할 수 있었는데, 그 하인도 자신에게 악어 고기를 먹게 하지 말라는 조건을 붙였다는 것이다. 놀라운 사실은 아침에 벌어진 일을 매우 넓은 지역에 흩어져 사는 거의 모든 부족이 알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 방식을 구두 뉴스 체계(oral news systems)라고 부른다. 줄루족의 구두 뉴스 체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사회적 관계를 맺는 사람들에 대한 최신 네트워크 이론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정약용의 독서법, 요약과 낭독

『조선왕조실록』의 세종 20권에는 책이 없어서 남의 책을 빌려 필사하여 외운다는 소식에 세종이 주자소에서 책을 보급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교육과 과거 시험을 중시했던 조선시대였지만 사대부 지식인들에게도 책은 사거나 선물을 받지 않고 책을 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널리 쓰인 해결책이 베껴쓰기이었다. 책을 빌려서 베껴쓰고 낭독하여 외우는 작업은 저렴한 가격에 책을 얻는 방법일뿐더러 내용을 철저하게 공부하는 중요하고도 고된 방법이었다

서찬규는 『임재일기(臨齋日記)』에서 “닭이 울 때까지 베껴쓰고, 추위와 더위에서 베껴쓴다”로 표현하여 당시 선비들이 얼마나 책을 소중히 읽고 베껴쓰려고 했는지를 알게 해준다. 여러 권의 책을 요약하는 방법과 더불어 책들에 담겨있는 다양한 주제와 논의를 자신의 관점으로 조합하는 방법으로 진화한다.

조선 후기에 들어 실학자들이 방대하고 다양한 학문적 내용을 출판할 수 있었던 것은 빌려서 베껴쓰며 이해하고 저술하는 방식을 바탕으로 하였다. 유배지에서 자녀들을 교육하기 위해 책을 발췌하여 베껴 집필하도록 지도하는 정약용의 편지에서 그 사례를 살펴볼 수 있다.

“지난해에 내가 너희들에게 『고려사(高麗史)』에서 긴요한 말들을 뽑으라고 하였는데, 지금 이 일이 너희들에게 있어 시급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여기 좋은 책 한 권을 만들 수 있는 체재를 잡아보내니, 너희들은 아무쪼록 이것에 의거하여 『주자대전(朱子大全)』 중에서 뽑아 책을 완성한 뒤에 인편에 보내도록 하여라. 그러면 내가 그 옳고 그름을 감정하겠다. 책이 완성되면 아무쪼록 좋은 종이에 깨끗이 베끼고 내가 쓴 서문을 책머리에 싣고, 항상 책상 위에 두고 너희 형제들이 아침 저녁으로 읽고 익히도록 하여라.”(정약용,『유배지에서 보낸 편지』中에서)

 

다산 정약용은 유배지에서 자식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책을 요약하고 읽는 공부법을 강조한다.

젊어서 구로공단 노동자로 생활하던 작가 신경숙은 어느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창작 학습을 하기 위해 조세희의『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을 베껴 쓰기를 했다고 밝힌 적이 있다. “열공”하는 학생들이 자신만의 노트나 파일에 책의 내용들을 요약하는 것은 아직도 도서관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고전평론가 고미숙은 몸에 대한 탐구에서 나온 새로운 공부법으로 낭송을 내세웠다. 그는 자신의 저서 [낭송의 달인 호모 큐라스]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귀가 열리면 그 때부터 내적 공명을 체험하게 된다. 그러면 무대에 압도당하지 않고 극의 호흡을 찬찬히 따라가게 된다. 그러면서 계속 질문을 던지게 된다. 그런 점에서 존재의 무게 중심은 눈이 아니라 귀, 시각이 아니라 청각이다. 하여, 존재의 평형수를 채우려면 이제 이미지가 아니라 소리에 주목해야 한다.”(고미숙, [낭송의 달인 호모 큐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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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do not know what it means.

독서를 좋아하는 1인으로 낭독의 중요성은 처음 봄니다. 감사해요 ...낭독이라....

ㅎㅎ 감사합니다. 저도 글을 쓰거나 책을 읽을 때 비 맞는 중처럼 혼자 중얼거리는 버릇이 있어서. 그 방법이 좋은 것 샅아서 써보았습니다.

훌륭한 글 감사합니다. 보팅&팔로우합니다 좋은 글 계속 부탁드려요

글 좋게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동의합니다. 많은 글이, 특히 예술쪽 글이 쓸데없이 복문을 남용해 문장을 어지럽게 만들고 주어 술어가 맞지 않은 못난 글이 많은것은 자신의 글을 낭독 안해봤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낭독은 빠른 퇴고 방법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퇴고의 방법으로 아주 좋지요. 학술적 글쓰기를 할 때 구어에서 멀어져서 문장이 나빠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낭독의 중요성은 조금 알고있었는데 이렇게 구체적으로 정리해주신건 처음이네요 저도 독서를 좋아하는 1인으로써 많이 배우고 갑니다.
리스팀할게요^^

중요성과 뛰어난 효과에 비해 관심을 많이 갖지 않는 것을 알고 메모를 해둔 들을 작성해보았습니다.

가끔 영상에서 대본이나 글을 읽는 것을 하는데
습관이 안되어 있어서 인지 너무 어렵더라구요.
그런데 지금 한번 위 시를 읽어 보았는데
먼지 모를 다름은 있네요
그리고 글을 낭독한다는 것은 또다른 멋스러움이 있는 것 같아요^^

그렇죠. ㅎㅎ

공감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