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을 쓰려면 좌절과 친해져야 한다

in #writing7 years ago (edited)

 

과연 글쓰기를 배울 수는 있는 걸까

누구나 글쓰기를 배울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이 있을까? 글쓰기에 관한 많은 책들이 출판되고 강좌들을 흔하게 접하지만 어쩌면 글쓰기를 잘하게 하기 위한 직접적인 공부 방법과 기술은 없을지도 모른다. 외국어를 배우기 위한 뛰어난 노하우를 담은 책과 인터넷 강의가 등장해도 스스로 마음을 모질게 먹고 공부하지 않으면 역량이 늘지 않는다. 공부에 왕도가 없다는 오래된 진리처럼 스스로 글을 쓰고 수정하고 저자와 작가의 책과 작품을 읽으면서 끊임없는 반복과 경험을 거치지 않고는 글쓰기, 즉 문장 창작 역량은 성장하지 않는다.

세계적인 지식 이론가인 노나까 이꾸지로(Nonaka Ikujiro)는 지식과 노하우를 명시적 지식과 암묵적 지식으로 구분했다. 표준과 효율 중심의 대규모 제조업 중심 산업 시스템에서 구체적 언어로 설명되는 명시적 지식(explicit knowledge)이 큰 역할을 해왔지만, 혼돈과 불확실성이 일상화된 산업 시스템에서는 암묵적 지식의 역할이 더 커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암묵적 지식(tacit knowledge)이란 언어로 설명하여 전달하기 힘든 지식을 뜻하는데, 경험에 내재된 신념, 생각, 통찰력, 영감, 직감, 가치체계 같은 무형적 요소들을 포함한다. 집단적 인간 행위의 필수 요소이지만 개인의 행동과 경험, 사상, 가치, 감정 등에 뿌리 내리고 있기에, 다른 사람들과 교환하거나 공유하기 힘들다. 따라서 암묵적 지식을 확실하게 학습하는 방법은 직접 경험과 상호작용으로, 배우려는 사람이 학습을 위한 모방과 오랜 반복, 경험을 통해 전달되고 재창조되는 것이다.

우리가 글과 강의를 통해 또는 다른 사람들의 조언을 통해 배우고 익힐 수 있는 영역은 명시적 지식이다. 암묵적 지식은 오롯이 자신만의 몫이며 직접 경험과 실패와 좌절, 그리고 반복적인 끊임없는 도전으로 이루어진다. 어쩌면 보물 지도와 같다. 어느 정글과 폭포를 지나 숨겨지고 없어진 길을 걸으며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괴물들과 씨름하며 희미한 단서들이 의미하는 바를 깨달으면서 목표 지점에 가야 한다. 목표 지점에 가까워질수록 어려움과 위험은 커지지만 결국 누구도 미지의 탐험을 대신해주지는 못한다. 보물 지도는 그저 명시적 지식일 뿐이다.

 

좋아서 하는 취미에도 학습과 좌절이 필요하다

자신이 좋아서 하는 취미에도 학습과 좌절이 필요하다. 좌절은 노력하는 개인에게 낭패감, 체념, 절망감을가져다 준다. 글쓰기에서도 좌절은 피할 수 없으며 언제 어느 수준에 도달하더라도 다른 형태의 좌절을 경험할 수 있다. 하지만 기억하자. 소중한 것은 언제나 굴러들어와서 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안타깝게도 그것이 인생이다.

탁구를 배울 때도, 기타를 배울 때도, 피아노를 배울 때도 처음에는 적절하게 어려운 과제가 주어진다. 좌절과 자신에 대한 실망을 거듭하면서도 견디며 과제를 수행한다. 그 후 또 한 단계 높은 과제가 주어지고, 좌절하고 실망하는 과정을 겪으면서 서서히 즐거움을 느끼고 성취감을 가지고 몰입해간다. 특히 예술과 관련된 취미는 배우는 과정이 고되고 절망스러운 과정이 반복된다. 글쓰기는 가장 대중적인 예술 활동 중 하나로 엄습해오는 좌절감과 실망감 속에서도 글을 계속 써야 한다.

글쓰기 훈련을 위해 일기를 쓰는 것도, 페이스북이나 스팀잇에 짧은 글을 매일 한 편씩 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독자들은 남의 글에 대해 후하게 평가하지 않는 편이어서 소셜 미디어의 글에 ‘좋아요’와 ‘공감’을 받는 일도 좀처럼 쉽지 않다. 이 싸늘한 반응에 굴하지 말고 좌절하지 않아야 한다.

좌절과 친해지면서도 꿋꿋하게 글을 쓸 수 있는 게 중요하다. 글쓰기를 통한 경제적 이익은 창작자의 노력의 결과이지 목적이어서는 안된다. 목적이 되는 순간 경제적 이익이 주어지지 않은 현실에 더 쉽게 좌절하고 다시 일어서기 쉽지 않다. 글쓰기는 고독한 내면적 작업이다. 그 자체가 목적이며 지식과 감정과 영혼을 성숙시키는 활동이다. 자신이 첫 번째 독자라는 점을 의식하고 멈추지 않고 계속 써야 한다.

 

작가들 중 전업 작가는 1%도 안된다

국내 작가들 중에 글쓰기를 생업으로 하는 전업 작가는 1%도 되지 않는다는 통계가 있었다. 즉, 글쓰기는 돈벌이라기보다는 그 자체가 목적이고, 무언가를 창조하는 그 작업을 좋아해야 계속할 수 있다. 하지만 취미로 글쓰는 사람도 목표를 원대하게 잡고 작가와 저자를 목표로 하는 게 좋다.

초기에 존 레논, 폴 매카트니, 조지 해리슨, 스튜어트 섯클리프, 피트 베스트로 구성되었던 비틀즈(The Beatles)는 1960년부터 3년 동안 리버풀과 함부르크의 클럽을 전전하며 연주를 했다. 1962년에 비틀즈가 처음 데카 레코드(Decca Records)의 오디션을 봤을 때, 데카의 신인 발굴 런던 책임자였던 딕 로우(Dick Rowe)는 비틀즈의 매니저 브라이언 엡스타인(Brian Epstein)에게 “기타 그룹은 한물갔다”며 거절했다. 하지만 브라이언 엡스타인은 비틀즈의 이미지를 갈고 닦아 전문적으로 변모시켰고, 프로듀서였던 조지 마틴(George Martin)을 만나 첫 싱글 [Love Me Do]로 큰 성공을 거뒀다. 이듬해 영국에서 비틀마니아(Beatlemania) 붐을 일으켰고, 1964년부터 북미 활동을 시작한 후 미국에서도 최고의 인기를 누리며 세계적인 스타가 되었다.

비틀즈의 성공사례에서 봤듯이 훈련 과정에서 좌절은 필수적인 과정이다. 실패를 보람으로 받아들이면 실패는 성공보다 더 많은 노하우와 학습을 제공한다. 적어도 글쓰기 같은 예술 활동에서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다. 좌절을 두려워해서는 시작조차 할 수 없다. 그런 면에서 초보자에게 가장 무서운 적은 두려움이다. 글쓰기를 시작하면 맞춤법과 오탈자의 문제에 부딪히고 부자연스러운 표현을 고쳐야 하는 과제를 떠안으며 자신이 지닌 지식의 부족한 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3억 5천만 부가 넘는 판매부수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호러소설 전문작가 스티븐 에드윈 킹(Stephen Edwin King)의 첫 번째 성공작인 『캐리(Carrie)』는 스티븐 킹이 처음에 구상한 아이디어대로 전개되지 않아 좌절해 쓰레기통에 버린 원고 더미였다. 하지만 그의 아내 태비타 스프루스(Tabitha Spruce)가 설득하여 마무리하게 된 작품이다. 그를 홀로 키운 어머니는 이 작품이 출간된 직후 돌아가셨고, 이로 인해 그는 심각한 알콜 중독증에 빠졌다. 코카인, 발륨, 마리화나, 알프라졸람, 기침감기약 등에 중독되어가던 그를 설득한 것은 그의 가족과 친구들이었다.

이렇듯 모든 예술은 고달프고 좌절을 통해 훈련된다.

스티븐 에드윈 킹은 첫 장편소설 『캐리(Carrie)』를 성공시키며 세계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로 등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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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해서 좌절하는 인간이 여기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매일 1일 1포스팅을 하려고 노력중입니다.^^

ㅎㅎ 저도 늘 그래요. ㅎㅎ

"what does not kill me makes me stronger."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

실패와 좌절이 찾아오더라도, 그것을 교훈과 발판삼아 다음 단계로, 더 높은 곳으로 도약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지녀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

좋은 글 감사히 잘 읽고갑니다. ^^

감사합니다. 자주 교유하기 바랍니다.

고통없는 성장은 없다고 하더라구요. 재밌게 읽고 갑니다.

ㅎㅎ 인생이 원래 소중한 것에 댓가를 요구하잖아요.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라는 '진부'한 격언이 떠오르네요.
진부라고 표현한 것은 아주 오래전 듣고 잊고 있었는데 불연듯 @hobbits84님의 글을 보고 "역시 진리는 단순하구나"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진부하지만 진리인것같은 말이다.

나는 언젠가 '망'이라는 글을 쓴적이 있다.
정확히 말하면 '거름망'이었다. 요지는 이렇다.

세상에는 커다란 여러개의 ''이 있다. 그망을 통과해야만 다음 망으로 갈 수 있다. 말하자면 '거름망'에서 한번씩 걸러져야하는 데 이것이 바로 실패, 좌절, 고통, 절망같은 것들이라고.

이런것들을 이겨내야만 비로소 '성공'으로가는 하나의 망을 통과하는 것이라고.

'성공'은 쉽게 자신의 자리를 내어주지 않는다. 여러개의 망을 설치해 여러번 거르고 걸러내 비로소 자신의 자리를 내어 주고 떠나는 것이다.

댓글을 적는 다는게 장문의 잡설을 달았네요.
@hobbits84님 글 보고 또 한번 깨닫는 시간이었습니다.

좋게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겁고 소중한 모든 게 다 힘들기도 하지요.

저도 요즘 계속 좌절 중 ㅠ 힘내서 꾸준히 써야할텐데 말이에요ㅠ

그러게요. 마음을 비우고 과정 자체를 즐기는 게 필요한 것 같아요.

정말 좋은 글이네요. 팔로우해서 좋은 글 받아볼게요. 감사합니다.

대역폭 때문에 글을 못쓰게 되어 있어서. 이제 쓰네요.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페북에서 항상 좋은 글들 잘 봐요!! 팔로우 하고 갑니다~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글쓰기에 요새 관심이 많아져서요,. ^^

네에. 글쓰기는 궁극의 취미인지도. ㅎㅎ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즐겁고 행복한 글쓰기 하세요.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