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전에 읽은, 어떤 외국인 저자가 쓴 내용이 기억난다.
'사람들이 낙태는 찬성하면서 동물 보호와 채식주의를 선언한다.
살려고 겸자를 피하는 태아를 본적이 있는가? 사람 생명보다 동물이 더 중요하다는 뜻인가? 그들의 주장은 이상하다.'
단순한 나는 그래, 인간 생명이 얼마나 고귀한데 낙태를 찬성해? 그런데 그게 여성에게는 불리하긴 하지, 그러다 말았다.
이런 나의 무심함에 일침을 가하는 내용이 이 책 <아픔이 길이 되려면>이다.
쉽게 말해서 낙태를 불법화하면 가난한 여성들은 원치 않는 출산을 막으려고 불법 낙태 수술을 받는데 무자격자의 시술을 받다가 사망하거나 정체 모를 약물 때문에 심각한 후유증 또는 기형아를 출산한다. 그 예로 낙태 금지국인 루마니아는 1983년 주변국가인 불가리아나 체코에 비해 모성 사망이 7배나 높다고 한다(35).
또한 가난한 모성의 태아는 영양분 공급이 충분이 되지 않으면 뇌와 같은 살아남는데 필수적인 기관에 먼저 영양분을 사용하고 당장 생존에 도움이 되지 않는 췌장과 같은 기관에는 영양분을 덜 쓰기 때문에 훗날 발생할 수 있는 성인병을 감수한다(44)니 얼마나 심각한 일인가. 가난한 사람들이 질병에 더 시달리는 것에 이유가 있었다.
우리 사회의 논란이 많은 동성애자와 성전환자에 대한 저자의 견해도 주목할만 하다. 이미 세계정신의학회에서는 동성애자가 정신병이 아니라고 선언했다. 동성애는 선택의 영역이 아니라 이미 그 사람의 정체성이다. 금기시 하는 사회에서 HIV와 AIDS가 오히려 더 퍼진다고 한다. 드러내놓고 교육을 시키는 것이 질병을 막는 방법이다.
아울러 우리의 가슴 한켠에 지울 수 없는 멍으로 남아 있는 세월호와 쌍용차 해고 희생자의 유족들. 그들은 전쟁을 겪은 사람보다 더 심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지니고 있다고 의료진은 진단했다. 비를 같이 맞아줄 용기도 없으면서, 비난은 안될 일이다.
이외에도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소방관, 해고 노동자, 성소수자, 재소자 등 저자는 사회의 그늘진 곳을 찾아 인터뷰하고 연구하여 논문으로 발표했는데 사회적 편견 때문에 쉽지 않았을 길이었다고 본다.
이런 의학적 접근을 사회역학(Social Epidemiology, 질병의 사회적 원인을 찾고 부조리한 사회구조를 바꿔 사람들이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길을 찾는 학문)이라 하는데 저자는 독보적이며 이런 의학자가 있어 다행이다.
"..... 그런 경험들이 저를 살아 있게 하는 것 같아요. 저는 세상이 어떻게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생각도 하지만 제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 아파하고 기뻐할 수 있는 감수성을 간직할 수 있기를, 또 길러나갈 수 있기를, 그것이 가능한 삶을 살았으면 하는 욕심이 훨씬 커요(302).... "
20대부터 사회적 약자를 도왔고 의대를 졸업하고 미국 유학을 다녀온 후에도 그런 활동을 펼친 저자 김승섭. 조근 조근 경험담을 들려주듯 우리 사회의 아픈 곳을 짚어 주며 관심을 가지기를 희망하는 그의 이야기, 꼭 읽어봐야 할 책으로 추천한다.
김승섭 / 동아시아 / 2019 / 18,000원 / 사회역학
@dozam님, steemzzang을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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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잘 읽었습니다.
지난번 리뷰하신 '고기로 태어나서' 도 땡겨서 대여해 둔 상태입니다.
이것도 찜해둬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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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검사내전의 김웅씨는 자한당에 입당했더라구요?
정치적 소신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약간.....
아시죠? ㅎㅎ
헉! 진짜요?
정치를.. 그것도 자한당에..
솔직히 실망했습니다. 어떤 활동을 하는지 봐야겠지만요.
이 책은 훨씬 짧고 친절합니다. 강추해요. ㅎㅎ
이번에 서점가면 이거 한번 찾아서 읽어봐야겠어요!!
두껍지 않고 친절하고 정확하게 사실을 전달하는 아주 좋은 책입니다.
낙태 반대한다고 가져오는 영상 중 대표적인 것은 조작된 것이라고 하더군요..
아, 그래요? 흠...
훌륭한 의사선생님이자 저자시군요~^^
비를 같이 맞아줄 용기도 없으면서, 비난은 안될 일이다. 가슴에 팍! 하고 와 닿습니다. 저도 읽어보겠습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읽어볼만한 책입니다.
도잠님 추천 책은 하나 같이 맘에 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