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박근혜 때문이다.

in #corn7 years ago (edited)

버스정류장을 향해 걸어가는길

아무 생각없이 앞만보고 걷는데

몇년동안 보지 못햇던 친구가 맞은편에서 걸어온다.

벙거지를 뒤집어쓴 새까만 얼굴

무슨일이 있었나? 그새 많이 늙어 보인다.

친구가 사는 동네도 아닌데 이렇게 마주친다는게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 대박이다!


반가운 마음에 달려가 손을 꼭 잡고

이름을 부르며 얼굴을 쳐다 보는데

그다지 반갑지 않은 얼굴

아니 조금은 불쾌한 얼굴이다.

서둘러 잡은 손을 빼내며

바쁘다고 종종걸음으로 시아에서 사라지는 친구를 바라보며

한참을 넉이 나간듯 서 있었다.

도대체 뭐가 잘못된 것일까?


몇년전만 해도 한달에 두어번은 만나서

소주를 한잔씩 했고

가끔은 사우나에 같이가서 서로의 등을 밀어 주기도 했던

그를 빼고는 내 인생을 이야기 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했던 친구다.


박근혜의 탄핵을 위해서 서울광장에 사람이 모이던 그때

내차 옆자리에 앉아 사우나를 향해가던 그때

우리는 왜 정치적인 논쟁을 했을까?

모두가 박근혜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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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세요!! 너무 안타깝습니다.

정치... 힘내세요! 다시 같이 사우나가실날이 오실거예요.
콘님

틀림없이 그것은 당신에게 귀중한 경험입니다.
그래서 그 단어에 대해 나를 알아 차린다.
친구 매우 넓은 의미

매우 유용합니다.

고마워.

나는 우리가 친구가 될 수 있는지 물었다.

저도 친구들과 정치얘기가 나올때 성향이 맞지 않아서 논쟁을 벌인적이 몇번 있었는데.. 그 뒤로 친구든 가족인든, 다른사람과 정치성향이 드러나는 얘기는 무서워서 못하겠더라구요.. '모두가 박근혜 때문이다'는 인정하고 갑니다!

어떤 사연이 있는지는, 제 머리로는 추출이 잘 안되지만...확실히 박근혜 때문인 일들이 많지요...

저희는 가족 친척 모임에서 공식적으로 정치 이야기는 금지시켰어요. 진짜 친구끼리도 정치 이야기는 하지 않는 게 좋죠.
그들은 언제 다른 얼굴을 할지 모르는데
되도 않은 정치인들 때문에 싸울 필요가 뭐 있겠어요.
더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예요.
진짜 친구였다면 말이죠.

저도 대학시절부터 정치적 견해 차이로 치열하게 싸운 친구가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가끔 연락하고 가끔 얼굴은 보고 지내지요.
나이가 들어가며 정치적 견해 차이는 좁혀졌고, 오히려 근래에는 비슷한 정치성향으로 가까워지기까지 했습니다.
박근혜 때문에요...

제 짧은 소견으로 친구분과의 거리는 시간이 지나며 다시 좁혀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안녕하세요 콘님, 이제는 그런일은 없어야 할 것 같습니다~~ 좋은 밤 되세요^^

저도 최근에 교회의 어느 나이드신분의 집에 초대가 되어 갔었는데~ 영화 이야기가 나왔었어요~ 택시운전사란 영화로 광주학생 운동 이야기였는데요~ 제가 너무 안타까운 이야기에요~~ 라고 했더니 그분 말씀이~ 그거 다 빨갱이들 짓이라고 ㅜ.ㅜ 그래서 그 뒤로 다른 화제로 돌렸지요~ 아직도 주변에는 그런 분들이 많이 있더라구요~ 그래서 말 조심 !! 깨달았죠 ^^

정치적 논쟁은 친구와 친척들 사이에서도 하면 안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다시 옛 우정 찾으시길 바래요^^

정말 박근혜 하나 때문에 너무 많은 것이 바뀌었네요 ㅜㅜ
당장 집에서도 부모님과 으르렁거렸고...
제가 있던 스타트업 단지 지원 싹 끊기고
ㅜㅜㅜ

정치적인 문제는 친구사이에도 가족간에도 참으로 민감한 문제인거 같습니다.
그래도 예전처럼 잘 풀리길 기도합니다.
어느날 눈 녹듯 풀리겠지요.

잡았던 손 화장실 가서 씻으세요.
그리고 다시는 만나지 마세요.
어쨌거나 오랜만에 손 내민 친구에게 그럴수가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