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를 읽고 만드는 이유' - 《아무튼, 잡지》

in #dclick6 years ago (edited)


어릴 적 잡지를 본 적이 있나요? 집에서 <내셔널 지오그래픽>을 정기구독하였지만 저는 별로 관심이 없었고, 가끔 <과학동아>를 사면 훑어서 읽는 편이었습니다. 가장 집중해서 읽었던 예방접종에 대한 기사는 아직 기억에 남긴 하네요 :) 컴퓨터 관련한 잡지는 꽤나 좋아했습니다. <피씨라인>을 많이 좋아했었는데, 이제는 다 없어졌죠.
많은 잡지가 사라졌습니다. 인터넷으로 정보를 빠르고 쉽게 골라 찾을 수 있는데, 굳이 잡지를 읽을 필요가 없어진 것입니다. 잡지(雜誌)의 위상은 한자 그대로 잡스러운 글을 모아놓은 종이에 불과해졌죠.

나는 '그게 꼭 있어야 돼?'라는 말이 인생에서 많은 부분을 망친다고 생각한다. 그게 없어도 살 수 있다. 그러나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무언가는 아니지만, 굳이 하지 않아도 사는 데 지장이 없지만, 다만 있으면 더 좋은 것들, 더 알면 더 재미있는 것들이 많다. 그런데 왜 기본만 챙기면서 살아가야 할까. '가성비'의 세계에서 벗어나 반드시 필요한 게 아닌 무언가를 보고, 사고, 해보며, 우리는 조금 더 제대로 살아갈 수 있게 되는 것 아닐까.

하지만 조금 다르게 생각해볼 필요도 있겠습니다. 우리는 미용실이나 병원의 로비에서 대기하다가 탁자 위에 놓인 잡지를 자연스럽게 뒤적이면서 보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괜찮은 글과 기사가 있으면 사진으로 찍어서 직접 찾아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되지만 옆에 있고 눈에 띠니까 보게 되고, 거기서 우연히 재미있는 것을 찾아내는 경험을 하는 것. 그것을 '효율적이지 않은 경험'이라고 평가절하해야 하냐는 의문이 듭니다.

잡지에서 문득 대단한 교훈을 발견하고 단박에 인생이 바뀔 리는(적어도 내 경우라면) 없다고 생각한다. 노트 한 구석에 몰래 적어두고 싶을 만큼, 떠오를 때마다 펼쳐보며 감동할 만큼 마음을 때리는 글귀 역시 잡지보다는 책에서 찾는 게 더 빠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야말로 잡지의 훌륭한 점이다. 보는 이를 가르치려 하거나 거창한 이야기를 하려고 들지 않는다. 그야말로 실용적인 태도로 슬쩍 말을 건넬 뿐이다. '이거 어때?

사실 인생의 모든 과정을 지름길을 통해 빠르고 효율적으로 갈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알다시피 인생은 그렇게 만들기 어렵습니다. 효율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주변에 사라지는 가치에 대한 생각을 해봅니다.

제가 잡지를 만든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만드는 과정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잘은 모르지만 교정과 교열도 하고, 잡지의 전체적인 틀을 만드는 데에도 기여하고 있죠. 온전한 의미의 편집자는 아닌 것 같지만 비스무리한 일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잡지가 많은 이들에게 잘 읽히고 있지 않고, 유명하게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잡지를 만드는 과정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나에게도 물어봅니다. "너는 왜 잡지를 만들고 있니?"

다시 생각하니 나는 잡지를 만드는 행위 그 자체보다 다른 걸 좋아하는 것 같다. 그러니 잡지를 계속해서 만들지 않아도 상관 없다. 나는 취향과 관심사가 다르고 특성도 서로 다른 사람들이 만나는 일을 사랑한다. 그렇게 만나 각자의 개성을 굳이 깎아내리려고 하지 않는 태도를 사랑한다. 그 불균질함을 동력 삼아 매력적인 잡지를, 느슨한 모임을, 또 다른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일을 사랑한다.

몇몇 잡지를 만들어냈지만 돈을 벌지도 못하고 매순간 글을 쓸 때마다 고민인 저자는 잡지를 만드는 일의 의의를 이렇게 설명합니다.저자만큼 정도의 불균질한 집단에 있지는 않지만, 저 또한 서로 다른 사람들이 만나 같이 일하는 '협업'을 좋아해서 잡지를 만드는 일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가끔은 때려치고 싶을 때도 있지만 말입니다^^


아무튼, 잡지
저자: 황효진
출판사: 코난북스
출간: 2017-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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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diatrics 님 주 1회 독서 후 서평쓰기 챌린지 #13 미션 완료입니다. 이 글에 3/3만큼 보팅하고 갑니다 고생많으셨습니다 :)

잡지하면 미용실, 은행 등이 생각나고 한 때 시사저널 잡지를 구독한 경험이 있네요
말씀대로 꼭 필요한 건 아니지만 있으면 좋은 매체라 2년 정도 구독하고 그만뒀던 것같아요
그 후로 정기구독 요청이 여러 번 와서 잡지사 사정이 많이 안 좋겠다는 생각도 했죠

새로운 독자 유치보다도 기존의 가입자를 유지하는 것조차 힘들어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개똥도 쓸데가 있다
라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니게 만드는 포스트네요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없어도 괜찮지만 있으면 더 좋은 책, 잡지....

@dozam 딱 맞는 말씀인 것 같습니다!

디클릭타고 왔습니다:]
디클릭 가즈아!

@cine 감사해요 :) @cine 님 영화 글 잘 보고 있습니다!

갑자기 든 생각. 스팀잇에 대한 잡지가 있어도 좋을 거 같네요. 1년에 2번 혹은 4번. 길지 않게. 그때그때 현황도 알려줄 수 있고요.
흠..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인가요? ㅎㅎㅎ

@bree1042 흠, 이 공간에도 워낙 여러 집단이 있기에 통합된 잡지를 만들기란 참 어려운 것 같아요^^; 있으면 참 좋을 것 같긴 하지만요!

잡지.. 출판.. 참 할 말이 많지만, 묵묵히 만들기만 하고 있네요.

@buglife 마이크로소프트웨어를 담당하시는군요! 어릴 적부터 독자는 아니었지만 봐오던 잡지인데- 반갑습니다. 오랫동안 명맥을 유지해오고 있는데, 정말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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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좋은 잡지도 많은 것 같아요. 읽을거리가 퇴색되고 광고로 가득찬 잡지는 사라지기도 하지만요. 전 b매거진도 브랜드 선정에 따라 읽을 거리가 좋고, 뉴필로소퍼를 열심히 읽고 있어요.

뉴필로소퍼! 저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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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는 보이면 봅니다. 보면 좋은 정보도 많고 유익하지요. 하지만 정기구독은 안 해봤어요. ㅡ.ㅡ

군대 있을 때, 마음이 따뜻해지는 "샘터"라는 잡지를 접하게 되었고, 지금도 정기구독 하고 있습니다. 아내와 아이들에게도 따뜻함이 전해지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