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하지는 않은데 모욕당했다고 느낍니다

in #drug5 years ago (edited)

허핑턴포스트코리아에서 저와 관련한 취재를 하고 싶다고 해서, 취재에 응했습니다. 어제 영상보도물이 올라왔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사실 이 영상을 볼 용기가나지 않아 아직 저는 재생 버튼을 누르지 못했습니다. 트라우마라는게 이렇게 오래 갑니다.

저는 아직도 저와 관련한 뉴스나 보도 등을 잘 못봅니다. 의식적으로 피하는 것도 있지만 몸이 먼저 반응하기 때문입니다. 가슴속의 잔잔한 호수에 갑자기 파동이 일고 심장이 뜁니다. 커피를 갑자기 한 열잔 들이키고 달리기하는 느낌이랄까요. 다시 차분해지려면 좀 시간이 걸립니다. 그래서 심신의 안정을 해치는 것은 웬만하면 피하고 사는데, 그게 꼭 마음처럼 안되지요.

여러분이 영상을 대신 보고 제게 댓글로 의견 주시겠습니까. 여러분이 봐도 괜찮을거 같다고 하시면 저도 보고, 보지 말라고 하면 저는 그냥 안볼랍니다.

영상에 어떻게 나갔는지 모르겠지만, 허핑턴포스트 피디님께서 제게 계속 "억울하냐"고 물었던 게 기억납니다. 아직 저는 저의 억울함을 말하기보다는 자숙과 성찰의 기간을 보내야 하기 때문에, 이런 질문에 답하는게 적절한 시기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설명을 했습니다.

"억울하신가요."
"억울하지 않습니다. 저는 마약 투약에 대한 형사적 책임을 진 것을 전혀 억울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해고된 건 억울하신가요."
"억울합니다. 저는 제가 사회적으로 중범죄를 저질렀다는 이유로 해고되었는데, 마약투약이 과연 그런 범죄인지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저는 뇌물을 받은 것도 아니고, 술먹고 운전하다 사람을 다치게 한 것도 아닙니다. 전 마약을 하다가 단속에 걸린 것도 아니고 과거의 범죄사실을 스스로 자백해 입건된 것입니다."

아마 피디님과 이런 대화를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정확히는, 저 스스로 어디까지 책임을 지고 떠나야 하는지 판단할 시간을 차분히 주지 않던 한겨레에 당황해 저항했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마약을 투약해놓고 어떻게 제가 떳떳하게 한겨레를 다닐 수 있겠습니까. 제 스스로 떠나는게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만, 회사는 너무나 거칠게 저를 몰아세웠습니다. 제 해고결정문에는 '부정청탁방지법' 준수 의무를 적시하며 기자인 저를 비난하는 문구가 들어 있습니다. 내가 이 법을 어긴 것같은 수준의 중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인가. 모욕감을 느꼈습니다. 저는 떠날 때 떠나더라도, 이 부분만큼은 바로잡고 떠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저항했던 것입니다.

이 영상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억울함을 호소하는 모습에서 오해가 없으셨으면 하는 바람에서 부연설명을 드립니다. 저는 눈을 감기 직전의 그날까지도 저의 과오를 반성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저때문에 많은 충격을 받으신 한겨레 독자님들, 한겨레 동료 선후배님들께 송구한 마음을 다시 한번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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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잘 보고 갑니다.이 영상도 보는이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이 있네요..즐거운 오후 되세요~

그런식으로 표현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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