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가출? 출가?

in #kr-diary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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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요일 점심, 아버지께서는 나와 단둘이 레스토랑에 가자고 하셨다. 아버지와 아들이 마주 앉아 어색함이 흐르는 식탁이었다. 주문했던 인절미 피자와 치킨 샐러드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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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먹기에는 많은 양이다. 특히 인절미 피자는 떡이라서 포만감이 더 크다. 왜 이렇게 많은 양을 시키셨을까?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스쳐 지나간다. '일단 생각하지 말고, 먹고 보자.'
#2
"한손아, 아빠가 보기에 한손이는 절실함이 없어 보여. 5년이고 10년이고 계속 시험을 치르면서 낭인이 될 생각은 아니잖니?" (낭인(浪人): 일정한 직업이 없이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며 빈둥빈둥 노는 사람.)
"그럴 생각은 없어요."
"작년에 공부 시작할 때, 애인과 헤어진 것 말고 달라진게 뭐가 있니? 너는 하나도 버리지 못하고 모든 걸 손에 쥐고 있으려고 하는 거야. 지금은 시험공부 이외에는 전부 버려야 해. 아침에 눈을 뜨고 밤에 눈을 감을 때까지 오로지 공부만 생각해도 합격을 할까말까인데, 왜 버리지 못하는 거니. 스트레스? 그런 생각도 할 틈이 없어야 하는 거야."
"..."
(참고로 저는 취미가 다양한 편입니다. 손글씨는 그 중 하나일 뿐입니다.)

#3
월요일 점심, 어제부터 머릿속으로 되뇌던 말들을 정리해본다.
"아빠, 말씀드릴게 있어요. 사실 일방적인 통보에 가까워요. 저는 오늘부터 집을 나갈 거에요. 처음에는 말 없이 나가려고 생각했지만, 어차피 아시게 될 테고 반항심에 가출하는 것처럼 보일까봐 말씀드리고 나가려고 해요. 제가 어디를 갈지, 어떤 것을 할지는 정했어요. 하지만 구체적으로 말씀드리지는 않을 거에요. 제가 공부를 계속하든, 사업을 하든, 취업을 하든 주도적으로 선택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제가 살아왔던 과거를 돌이켜보니 크게 고생해본 적 없이 무난하게 흘러왔던 것 같아요. 제 통장으로 용돈을 보내지도 마세요. 제가 선택한 것에 대한 책임감, 절실함을 깨뜨리고 싶지 않아요. 마지막으로 지금 제가 말씀드린 것에 대해서 조언도 하지 마세요. 무의식적으로 간섭을 받고 싶지 않아요."
"그래, 아무것도 묻지 않으마. 다만, 너무 많은 고민을 하지 말고, 네가 선택한 것에만 몰두해라. 그리고 세상 모든 일에 쉬운 것은 없다는 사실만 기억해둬라."
"(고개를 끄덕이며) 다녀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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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옷과 필기구 그리고 기타 생활용품 정도만 간단하게 챙겨서 나왔습니다. 필기구가 있으니 손글씨는 쓸 수 있겠네요. 저는 극단적이고 충동적인 선택을 한 것이 아닙니다. 제 인생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결정을 했을 뿐입니다. 저를 응원해주시는 모든 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대략 2개월 전에 손으로 썼던 문장이 생각나는 밤입니다.
[손글씨]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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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집에서 가장 먼곳으로 떠나세요
가능하면 비행기를 타고 제주로 가셔서
오토바이를 한대 빌리시구, 근처 바닷가로 가셔서 지는 태양을 바라보세요.

차가운 바람을 맞으세요. 밤길을 혼자 걸어보세요. 밥을 혼자 드셔보세요. 이어폰을 귀에 꼽고 힘이되는 노래를 들으세요.

한손님의 인생에 가장중요한 순간이 될것이이라고 생각합니다.

잘 극복하세요 화이팅

나오셨군요~ 응원합니다~~~ 본인의 인생이니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가시길 응원해 드립니다^^

진짜 멋진 새가 되려고 알을 깨셨군요. 응원합니다!

주도권을 쥐기 위한 떠남이라니. 멋져요. 응원합니다!
마치 순례를 떠나는 길과 같을 것이라 예상해봅니다. 그 길에서 원하는 답을 찾으시길

독립을 함부로서 어려움도있지만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땐 너무소중한공간인것같아요.아버님도 많이 걱정하시겠지만 그래도 조금씩 성장하고있음에 대견해하실거예요^^

....
님이 가는 여정에
후회가 없기를...

한손님 화이팅하세요~ 으랏차차:]

얼마전에 데미안 읽어서 더 반가운 문장이네요! 한손님의 결정 응원하겠습니다 :)

많은 고민끝에 선택한 결정에 밝은 빛이 있기를 바라며, 그 결정을 존중해주신 아버님 또한 멋지십니다 ^^

그래도 스팀잇이 있으니 조금 안심이 됩니다~ㅎㅎ 한손님이 굶으실 일은 없을테니까요 ^^

아버지는 우리아버지께서 하시던 말씀같고 한손님의 행동은 저와 같네요^^
지금 고민이 많을 시기이시고 상처받기도 쉬운 상황일수도 있겠네요^^
그냥 지켜보겠습니다^^~ 나중에 좋은 소식있으면 들려주세요^^

멋있네요... 결과가 어떻게 되든 지금 이 선택이 결코 헛된 것이 아니었음을 간직하시길 바라며! 화이팅!

한손님 멋지세요... 용기가 부럽네요 :)
당당하게 새롭게 시작하는 한손님의 삶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화이팅 ^^

좋은글 잘봤습니다!
보팅하고 가요~!

한손님의 독립을 격하게 응원합니다!

저렇게 배려하는 말씀을 해주시다니 멋진 아버지를 두셨네요.

힘차게 앞으로 나가시길 기원드리겠습니다.

집에서 지원 하나 받지 않고 떠날 결심을... 그런 결심을 하신것만으롣 대단하세요.. 저라면 생각치도 못했을텐데...

힘든 결정을 하셨네요.. 결정한 한손님이나 묵묵히 응원해주시는 아버님이나 대단하시네요..
힘들게 결정하신 만큼 큰 성과 있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그냥 한손님이이 잘하시리라 믿어요.
당연히 많은 고민끝에 결정을 내리셨을테니 그 뒤에 고난과 역경이 있더라도 이겨내시리라 믿습니다!!

그 용단에 경의를 표합니다!~^^
근데 거처는 정해두고 나오신건가요? 집나오면 고생이긴한데 인생에 한번쯤 가출?? 출가?? 는 꼭!~ 필요한 법이죠 !~ㅎㅎ

고민 끝에 내리신 결정. 잘 하셨다고 이야기드리고 싶어요.
자립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면 부모님도 인정해주시고 한손님을 더 응원해주실거에요.

한손님의 결정에 따른 한걸음 한걸음을 응원합니다.

아들의 선택을 묵묵히 응원하시는 아버지도 멋지시고 독립을 선택한 한손님의 용기도 멋집니다. (그런데 저 인절미피자 체하셨을 것 같아요.ㅎㅎ)
한손님의 용기 응원합니다!!

이런 마음가짐이니 무엇을 하든 즐겁게 하실테고 한손님은 행복하실거라 믿습니다.

저도 응원합니다.

한손님도 대단하시고,
그 결정을 존중하고 아무것도 묻지 않으시는
부모님도 멋있으시네요 ^.,^
응원 드립니다 ^.,^)b

응원합니다. 주체적인 자아의 한명한명이 되시길...

하기 힘든 결정을 하셨네요.
멋진 날들만 기다리고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아.. 어려운 선택을 하셨네요.
한손님을 응원합니다!!

쉽지않은 결정이셨을텐데요 대단하십니당~
언제나 응원합니다~!!!

응원하겠습니다 한손님
어려운 결정 내린거 잘 되길 바랍니다.

전체적으로 슬픈 내용이지만
애인과 헤어진거 말고
이 문장이 특히 슬프네요;;;

한손님의 선택과 용기있는 행동을 응원합니다

지난 글들을 다 읽고 왔는데....너무 와닿네요.
하고 싶은 것과 잘 하는 것과 돈이 되는것 사이의 어느 중간쯤.
부모님의 바람을 저버리고 싶지 않은 마음도 너무 공감됩니다.
하고 싶은 것만 하기에는 그동안 받아온 부모님의 도움이 너무 커서 부모님의 바람을 충족시켜드려야 할 것 같은 의무감도 들고요.
부모님들은 기성세대로서 저희를 걱정하는 마음이겠지만!
요즘들어 생각이 많아지네요.
용돈도 받지않겠다는, 독립해서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그려보겠다는 그 의지가 너무 멋지네요 .

독립과 주체적인 삶에 대한 선택을 응원해요! 너무 멋진 말을 해서 아버니께서도 크게 걱정 안하시겠어요! 화이팅!!

선택응원할께요!! 한손님 출가하셔도 밥은 챙겨드셔야해요!!!

아고; 힘든 결정을 하셨군요! 힘내세요!! 정말 용기가 대단하시네요:)!! 응원합니다!!

인절미 피자가 든든하셨으리라 믿고 응원합니다 !!

대단하세요
주도적인삶...
그 삶 안에 책임감과 절실함을 균형있게 녹아나길 바랍니다
화이팅

인절미 피자 신기하네요.
새로운 도전으로 한 걸음 더 발전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 파이팅!

진짜 이름이 한손님이셨군요...ㄷㄷㄷ
근데 궁금한게 한손님 글은 왜 굵은 신문 헤드라인 글씨체죠??... (평소에 궁금했어요)
가독성이 초큼 떨어지긴하지만, 마치 옛날 탈무드 동화책을 보는 것 같아서 좋아요~

전 한때 찜질방 투어리스트였죠..ㅋ

한손님께 '무슨 공부하시는 중이냐고' 여쭤봤을 때부터
간간히 자기 이야기를 쓰실 때 슬쩍 훔쳐보기도 했어요
과거의 제 이야기 같기도 해서요 ㅎㅎ
음..전 뭐 글재주도 없고 말재주도 없지만,
일단 아버지께서 한손님을 믿고, 일방적 통보를 받아들여주신 점이
한손님께또 꽤나 다행스러워보여요 ^-^
그러니 이제는 꼭 한손님이 하고 싶은 것, 그리고 지금 해서 행복한 것을 하시기 바랍니다 ^-^
(어차피 선택하지 않은 길의 미래는 그 누구도 알 수 없으니까 지금 행복한 것에 몰.두.! ㅎㅎㅎ)

응원합니다.

한손님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오늘 글을 읽고 나니 확 와닿네요. 부모님이 한손님에게 너무 많은것을 버리라고 하셨네요.

독립하기로 한 결정은 잘하신것 같아요. 힘들겠지만 정말 원하는것을 위해 하루하루 잘 준비해 가시기 바랍니다.

한손님 ㅠㅠ 자세한 정황은 알지 못하지만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 공감이 됩니다. 밥 꼭 잘 챙겨드시고, 응원하겠습니다.

아. 깜짝이야!
무언가 대단한 결심을 하신 것 같군요.
응원을 하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겠네요.

제가 좋아하는 코코 샤넬의 말을 한 마디 남기고 가겠습니다.

The most courageous act is still to think for yourself. Aloud.

인터넷에 많은 번역이 있지만 제가 한손 님을 위해 저의 말로 번역해보겠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용기있는 행동이 있다면 그것은 분명 자신의 힘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한손님! 알을 깨고 나오셨군요~ 오롯이 스스로가 선택하는 내가 주인인 인생의 힘찬 출발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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