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20. 한 걸음 나아가다

in #kr-diary6 years ago (edited)

나는 개발자였다.
10년 가까이 일했고 어느 정도 미래도 보장되어 있었기에 갑자기 퇴사를 선언했을 때 주위 대부분은 내가 이직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거나 무시당하고 싶지 않았던 나는 무슨 일이든 열심히 해낼 수밖에 없었고, 결과가 좋아서인지 일이 끊임없이 쏟아졌다. 인정받는 것은 좋았지만, 차츰 내 삶이 없어졌고 건강은 당연히 뒷전으로 미뤄졌다. 몸이 건강해야 마음도 건강할 텐데, 계속 일만 하다 보니 번아웃 증상이 왔다. 작은 소음에도 예민해져 대형 마트에 가는 것이 꺼려졌고, 어린아이들 목소리만 들려도 신경질적으로 반응하게 되었다. 불면증에 시달리며 전화벨 소리만 나도 무슨 일이 터졌을까 노심초사했던 나는 결국 퇴사를 선택했다.

어제는 선택의 기로에 섰던 날이었다. 그리고 기존에 하던 일에 더는 미련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일할 당시 내 주위엔 틈틈이 최신 기술을 찾아보고, 집에 와서도 개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진정으로 일을 즐기는 그들을 보며 만약 나도 퇴사 후 스트레스가 줄어들면 그렇게 살 수 있을까 싶었지만, 지난 2년을 돌아보건대 나는 그간 전공 관련 그 어떤 글도 읽지 않았다. 더는 좋아하지 않는 일로 일과의 대부분을 보내고 싶지 않다.

원래 스팀잇을 시작하면서 생각했던 나의 주제는 여행과 요리였다. 그런데 대부분의 이야기가 일상, 고양이, 사진으로 채워지고 있다. 운 좋게 마나마인에 작가로 동참하게 되었는데 이 주제를 모두 다 쓰기에는 너무나도 나라는 브랜드에 대한 일관성이 없게 느껴진다.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많은 사람이 준비한 프로젝트에 폐를 끼치지 않을 수 있을지, 첫 글을 어떤 주제로 시작해야 할지, 어떻게 해야 내가 계속 즐거울지 고민이다.

나는 아직 새로운 진로를 정하지 못했다. 하지만 어떤 목적지에라도 한 걸음 더 다가가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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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님이 해오셨던 그대로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너무 고민해도 안되니... 일단 어떤 글이든 먼저...

감사합니다 :)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마음이 편해요!! 그래도 뭔가 여행기 같은건 다시 순서를 재구성하고 싶어요. 처음에 스팀잇을 아무 것도 모르고 시작해서(박제되는 것도 한달 후에 알았습니다 ㅠㅠ) 아쉬움이 많았거든요.

정말 뭐가 즐거울 지만 생각하셨으면 좋겠어요~~~~
마나마인에 참가하셨다고 뭔가 진중한(?) 글을 써야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
그냥 즐겁게 스팀잇에 오래 글 써주세요~~~
이렇게 고민하시니.. 분명 좋은 방향으로 나가실 거라 믿습니다 응원해요~~ ^^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첫째 고양이 컨디션이 좋아진 후에 이런 기회가 생겨서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 스팀잇도 오래 할게요!!

제일 유니크한 주제가 본인 자신의 얘기던데요 ? :D

ㅋㅋㅋㅋㅋ 그건 유니크한 경험을 뽑아서 쓴거니까요.

퇴사를 결정하시는 과정 하나하나에 너무 공감을 했네요. 저도 요즘 전혀 다른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이 깊네요. 작가님으로 참여하시는 프로젝트도 기대하겠습니다. :)

감사합니다. 어릴때부터 좋아하며 잘하는 분야를 찾는 사람은 진짜 복 받은 사람인 것 같아요. 선택의 기로는 항상 어렵더라고요. 이 길 끝에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니까요. 그래도 어떤 선택을 하던간에 선택한 후에는 가지 않은 길에 대해 후회하지 않으려합니다.

하시던대로 쭉 하셔도 좋겠는데요. 마나마인이 뭔가 찾아봐야겠네요.

https://steemit.com/kr/@wony/2s5peq 여기에 마나마인에 대한 설명이 있어요. 아직 초반이라 저도 거의 여기 쓰인대로만 알고 있고요 :)

기존에 쓴 글들을 좀 수정하거나 순서를 변경해서 올려보려고 해요. 뭔가 여기서 수정하고 싶지만 박제되어버린 글들을 신분 세탁하는 느낌으로요. ㅋ

멈출 수 있다는 것... 멋지십니다. 마음의 행복과 건강은 잘 보이지 않지만, 언제 어디서든 최우선 순위가 되어야 함을 저는 뒤늦게 깨달았지만요. 써니님이 행복해지는 글이면 보는 사람도 행복해질 듯 합니다 :)

퇴사를 고려한건 오래됐는데, 수입이나 주위의 기대치 등을 생각하니까 쉽게 결정할 수가 없었어요. 하지만, 모든 것을 다 가질 수는 없으니까요. 수입과 직함은 사라졌지만 마음이 여유로워져서 지금은 이 생활에 만족해요.

써니님이 개발자셨군요~ 오 신기 신기합니다.ㅋㅋ

ㅋㅋㅋㅋㅋㅋㅋ

첫째가 아파서 생각이 많으시고 마음이 편하지 않을것 같아요.
빨리 좋아져야 모든것이 정리가 될것같아요.
첫째는 스스로 밥을 먹을수 있는지 궁금하네요 ?

신장용 사료 중에 가급적이면 습식캔을 먹이고 싶은데, 습식은 맛이 별론지 혼자서는 안먹어요. 건사료는 두면 먹긴 하지만 진짜 조금만 먹어서 하루 그냥 지켜봤더니 일일 권장 섭취량 1/5쯤 먹더라고요. 그래서 강제급식 하고 있어요.
비타민 B가 식욕증진에 좋다고 하고, 슬리퍼리 엘름 파우더가 메스꺼운데 좋다고 해서 먹이고 있는데 효과가 나타났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강제급여를 해서 제가 메여있긴 하지만, 요새 좀 상태가 호전돼서 기분은 좋아요 :)

반가운 소식이네요 ^^
강제급여 로 영양분이 체워져서 좋아졌나봐요.
혼자 먹을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

감사합니다. 저도 그랬음 좋겠어요. 요샌 강제 급식이 싫을 때 도망가는 모습을 보면 진짜 빨라져서 따라다니느라 힘들긴 한데 기분은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