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광복절을 역시 좋아할 순 없다.

in #kr-life6 years ago

오늘은 광복절 815다.
역사적으로 영광스러운 날이지만 별다른 감흥은 없다.
여름을 좋아하지 않는데 햇빛이 늘 강하다.
815 콜라마저 좋아하지 않았다.

아침에 자고 일어났는데 온방이 냉골이다.
이상하다.
난 취침모드로 에어컨을 맞춰났고 새벽 2시쯤 에어컨은 꺼져있어야 했다.
그러다 18도 풀파워로 돌아가는 리모콘을 봤다.
리모콘은 내 베게 옆에 엎드려 있었다.
자다 눌렀나보다. 피곤했는지 추운지도 모르고 잘 잤다.
냉방병 극복한지 3일만에 또 다시 감기에 걸릴 수 없으니 남은 목감기약을 집어삼킨다.

햇빛이 강렬하다. 올해 여름은 유난히 덥고 비가 오지 않는다.
내게 별 감흥이 없던 광복절을 바꿔준 존재가 있다.

회사다.

오늘 난 출근해야한다.
평소 지옥철은 앉아갈만큼 한가했다.
'와~ 남들 놀 때 일하러 가니 너무 좋네요. 하늘이 상을 주나봐....'
얼마 안되는 사람들이 역에서 내렸고 나를 제외한 모두가 등산복을 입고 있었다.

눈을 뜨니 기프티콘 선물과 메세지가 와있다.
발랄한 척 해본다.
아 우울하다.

뭐 특별히 먹고싶다거나 하고싶다는 게 있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 회사를 다닌 후로 생일날도 일하게 되었다.
그리고 회사에서 '생일'이란 단어는 금기가 되었다.
(너무 유치하고 남 부끄러운 이야기니 하진 않겠다.)
그런건 아무래도 좋다. 그래도 광복절은 쉬었으면 좋겠다.
(의미없는 대체 휴일이 있긴 하다.)

이 밀려드는 쓸쓸함은 왜일까.

나이가 드는 건 두렵지 않다.
나이에 걸맞게 내 인생이 진화했는지 알 수 없는 게 두렵다.
뭘 하고 살아왔는지 내가 누군지 제대로 대답할 수 없이 나이만 먹어가는 삶이 두렵다.

아직 어떻게 살고 싶은지 잘 모르겠다. 여전히 방황중이다.
깊게 생각하면 우울해져버린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친구말을 떠올린다.

나이는 허투로 드는게 아냐.
그대로 인 것 같아도 분명 하루하루 소중한 경험들이야.
그리고 그런 너의 경험을 특별하게 생각해주는 사람이 있을거야.

거짓이라도 그런 말을 해주는 네가 있으니 행복하다.
직장동료가 건네는 라떼 한잔, 상어바 하나에 행복하다.
끝나고 롤케이크 하나 먹기로 했으니 또 그럭저럭 좋은 날이 될거다.

생일날 꼭 행복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면 그럭저럭 좋은 날이다.
내 감정기복은 한결같고 조금 다른 생각을 하다보면 기분이 아무렇지 않아진다.
그러나 역시 광복절에 일하는 걸 좋아할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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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광복절에도 출근하셨다니... ㅠㅠ
제가 전직장 다닐 때 그만둬야겠다고 마음먹은 게 '어린이날'이었죠.
어린이날 출근하려니 정말 기분이 더럽더라고요.
나중에 퇴사한 사람과 통화하다가 알게 된 것 중 하나가, 그 분도 어린이날 출근하며 퇴사를 결심했다고...

ㅠㅠ 중이 절을 떠나야죠. 참고로 저 또한 어린이날에 ㅋㅋ 근무합니다.ㅋㅋㅋ
이게 처음엔 괜찮을 것 같았는데 막상 해보니 괜찮지 않고 불편하더라고요.

가정이 있으신분들은 어린이날에 더 속상하실 것 같아요.
어린이날은 소중한데 말이죠 . ㅠㅠ
으어 저도 언제나 탈출 준비중입니다.(?)

초딩 이하의 자녀를 둔 아빠들은 어린이날 출근이 지옥스럽습니다. 어린이날 출근하라는 사장은 머리가 참 나빠요.

그러니깐요 멀리보면 절대 어린이날 출근하게 시키지 않을텐데요. 비밀이지만 저희 사장님은 광복절날 출근하지 않았답니다. ㅋㅋㅋ

ㅠㅠ 광복절에 일하셨다니... 회사 너무하네요
곧 주말이니~ 조금만 더 힘내세요!!

으어 맞아요. 너무합니다. 하지만 회사는 제가 너무하다고 생각하겠죠 ㅋㅋㅋㅋ
네네 매일 금요일만 바라보면 일하는 것 같아요 noisysky도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당 +_+!

어제 출근 하셨군요...저도...ㅋ
저운 나날의 연속, 말복핑계로, 맛있는거라도 사먹어야겠습니다.
fgomul님도 오늘 하루 잘 보내시고, 주말을 기다리며 화이팅입니다. ^^

... 동지셨군요 . 오늘 말복인데 맛있는거 드셨나요?
저는 점심에 거나하게 먹었습니다~. 꼭 맛난거 드시고 힘내시길 바라요 :D

탈출구는 항시 마련해두는 게 좋아.
탈출구가 없다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몸과 마음은 피폐해지니 조심을...

맞아. 탈출구가 없다고 생각하면 늪에 늘어가는 기분이야 사실 아직 문이 안열려서 걱정중 댓글 고마워!

이제 주말이니 좋은 날씨와 함께 쉼을.. :) 날씨도 좋아졌네요.
직장인은 역시 .. 주말이죱~

날씨덕인지 기분좋운 주말입니당! 즐거운 주말 되세요 ㅋㅋㅋ 단순해서 다시 기분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