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 길을 걷고있는 이들에게...

in #kr-mindfulness7 years ago (edited)

지금에야 천리라 봐야 고작 400키로. 버스전용차로롤 달리면 4시간 남짓. KTX면 두어 시간 밖에 안 걸리는 길이지만, 걷는다면 보통 일이 아니죠. 고개 넘고 물 건너 훠이훠이 간다고 해도 족히 열흘은 걸릴 길입니다.

막내가 천리행군을 하고 있을 시간입니다. 무릎과 발목이 아프다하여 지난 주일 날, 부랴부랴 보호대를 가져다 줬죠.

오늘 새벽, 방석에 앉아 모처럼 자세를 잡았는데 아내의 전화기로 딸애의 울먹이는 소릴 들었습니다. 타국 땅, 구석에서 힘이 많이 드는 모양입니다.

그러고 보니 3남매가 모두 천리길을 가는 중이더군요. 뿐이겠습니까? 우리 모두 걷는 중이죠.

생각이 여기에 미치니 모든 이가 다 걷는 중이더군요. 저야 어쩌면 뉘엿 뉘엿 산등성이에 걸린 해를 보며 내려가는 중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고만고만한 고갯길이 많이 남았는지도 모릅니다. 아니 모르지요. 갑자기 길은 끊어지고 수직의 벽이 떡하니 가로막을지도요.

여튼 젊은 분들은 고갯길을 힘겨워하며 오르고 계실 겁니다. 햇살은 따갑고 목은 타들어가고 다리 힘은 다 풀려서 발이 놓일 곳을 제대로 찾지 못 할지도 모릅니다.

쉬엄쉬엄 가라고 함부로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딸아이에겐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그러라고 했습니다. 생각해보면 늙어서 뒤엉키는 팔자보단 그래도 기운 팔팔할 때 고생이 나은 듯 해서요.

이곳 스팀잇에도 젊은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웬만한 모임에서도 그리 노땅 축은 아닌데 여기서만큼은 젊은 척 하기가 떳떳하진 않습니다. 해서 내친김에 꽤 산 사람 척을 해보자면

'쉬엄쉬엄 가세요.'

그 어떤 것도 최선입니다. 자아가, 의식이, 습관으로 나로 알고있는 걔가 아무리 나무라고 설레발을 쳐도, 아닙니다. 모든 게 최선입니다. 느낄 수 있는만큼 만끽하세요. 고통도, 어려움도, 슬픔도. 나라고 알고 있는 걔가 하는 소릴랑, 나무라고 질책하는 소릴랑 무심히 들으시고 쉬엄쉬엄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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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로는 늘 천천히 즐거이 행복하게..라고
생각하면서도 정작 조급하게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걸 보면 무엇이든지 쉬운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든답니다 마음의 깊이를 느끼고 갑니다..

딸에겐 그렇게 말해놓곤 정작 제가 흔들렸습니다. 부끄럽게도.

"모든 이가 다 걷는 중"...잘 읽고 갑니다!

며칠 전부터 다시 걷고 있습니다.

쉬엄 쉬엄 걷겠습니다.

함께 걷고 있습니다.

그래요.
쉬엄쉬엄 갑시다^^

그러죠

형님 쉬엄쉬엄 가려고 하는데, 주위에서 너무 빠르네요. 신경 안 쓰려고 하는데 그래도 뒤쳐지는 것은 아닌가 해서요.

막내가 천리행군을 한다니 힘들겠습니다. 저는 큰 놈이 통신이 보직이라서 그런지 행군을 안해서 덜 걱정이네요.

부모가 되니 참 위 아래 모두 걱정이고 가운데서 하소연도 못하고 답답할 때가 많습니다. 스팀잇에서 사람사는 냄새 맡으면서 하루 하루 즐기려고 하네요.

향기를 드리진 못 하고 향기만 맡고 있었습니다.

평창 살이는 준비하는 제게 저희 아버지가 항상 하시는 말씀은...

천천히 해라.

형님과 비슷한 말씀이네요.^^

댓글이 넘 늦었죠?

올려주신 글은 잘 보고 있었습니다. 영어는 빼고.

예, 쉬엄쉼엄 천리길을 간다는 마음으로 살아가는게 좋겠습니다.

시종일관은 제게 넘 어렵군요. 그래도 다시 걸어보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