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우리 엄마, 그리고 나는 못된 딸

in #kr-newbie7 years ago (edited)

눈.jpg

사진을 정리하다 보니 작년 겨울에 베란다에서 눈 오는 풍경을 찍은 사진이 있더라구요 : )
새하얀 눈이 너무 예뻐서 부랴부랴 카메라를 찾아서 한 장 찍어 뒀었거든요~

오늘 이 사진을 보는데 옛날 엄마의 모습이 생각이 나네요.

저 중학교 시절 매서운 추위에 폭설이 내린 적이 있었어요~ 그 날 강추위에 코와 볼이 빨갛게 된 엄마는 갈색 체크무늬 코트를 입고 환하게 웃으며 사진 한 장을 찍었답니다. 결혼 후 친정에 가서 가끔 앨범을 보면 우연히 그 사진을 볼 때가 있어요.
하지만 그 사진을 보면 환하게 웃고 있는 엄마의 웃음과는 다르게 저는 항상 마음이 아픕니다.

그때 엄마는 매 겨울 그 얇은 싸구려 갈색 체크코트에 회색 운동화를 신고 다녔었어요.
그리고 그 당시 중2병인 저는 엄마가 사다 준 질 좋은 옷들을 요즘 유행이 아니라서 안 입는다고 내팽개치고 친구들 만나러 나가서 놀곤 했답니다... 생활비 아껴가며 내 자식이 입으면 예쁘겠다 생각하고 고심해서 골라온 옷들이었을 텐데 말이죠..
게다가 사춘기 시절 엄마는 내 맘도 몰라 준다며, 엄마에게 이 세상 못된 말은 다 했던 것 같아요.

그쵸, 제가 생각해도 전 참 못된 딸이었어요...

그래서 그 사진을 볼 때면 그 당시 힘들었던 우리 집, 그래서 더 힘들었던 나의 사춘기 시절이 떠오르며 엄마에게 죄스러운 마음에 눈물이 납니다.

오늘따라 갈색 체크코트를 입고 환하게 웃고 있는 예쁜 엄마의 사진이 보고 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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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딸이(중학생) 요새 아내의 속을 박박 긁고 있읍니다. 어떻게 하나요? ㅠㅠ

하루에 한번은 꼭 따님과 이런저런 얘기를(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나 요즘 고민들) 자주 나누시는게 가장 중요할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 당시 부모님이 항상 바쁘시니 서로 대화할 시간이 줄면서 친구에게 말 못할 고민이 있어도 엄마나 아빠랑 얘기할 수 없어서 더 답답했던 것 같아요 ㅠㅠ
따님이 중요한 시기에 대화 많이 하시면서 사춘기 시절을 건강하게 보낼 수 있게 도와주세요!!^^

엄마의 사진보단 그냥 엄마 손 잡고 오늘 하루 뭐했어? 라고 물어보면서 이야기 해보는건 어떨까요?ㅎㅎㅎㅎ저도 이 글을 보니 괜히 엄마가 더 보고싶어지네요.

그러네요~ 사진보단 엄마 손 잡고 대화하는게 훨씬 더 좋겠네요 ^^
엄마한테 전화한통 해야겠어요~^^

부모님의 마음을 다 헤아릴수는 없을거같아요. 저도 엄마생각이 나네요..^^

그렇지요..ㅠㅠ
저도 자식을 낳으면 부모님의 마음을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헤아릴 수 있겠죠~? ㅠㅠ

그 시절은 저도 그랬던 것 같아요. 엄마한테 모진 말하고 ㅠㅠ 요즘도 친정에 자주는 가도 영 무뚝뚝한 딸이라... 그래도 엄마는 이해해주시지요. 이때까지 그래왔듯. 저도 그런 엄마가 되고 싶습니다. ㅠㅠ

맞아요 부모님은 자식이 어떤 상황이든 뭐든지 이해해주시죠~ ㅠㅠ
한밀리님은 한떵이와 한껄이에게 정말정말 좋은 엄마랍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아요!^^
저도 나중에 좋은 엄마가 되고 싶네요~^^

불효는 정말 나쁜거에요! 정말! 정말!
알지만 매번 불효녀가 되는것 같아 속상하기만 하네요 ㅠㅠ
저희집은 자식이 둘이지만 제가 아들같은 딸이라 어머니도
대놓고 아들이라고 부르십니다......... 글을 보니 갑자기 엄마가 너무 보고싶네요
심부름 끝났으니 얼른 들어가야겠어요^^

저도 엄마가 넘 보고싶어져서 어제 오랫동안 전화 붙잡고 있었네요~^^
아들이라고 부르시는 건~ 그만큼 제리님이 듬직한 아들 같아서 믿음직 스러움에 그렇게 부르시는게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 봅니다 !^^ㅎㅎㅎ
때로는 딸도 아들같을 때가, 아들은 딸같을 때가 필요하니까욧 ^^ㅋㅋ

전.. 브랜드 같은 걸 따지질 않아서 그냥 주는데로 입기는 했는데.
신발 만큼은 흰 운동화가 싫었죠.ㅎㅎ
근데 꼭 어머니는 흰 운동화를 사주셨어요.ㅋㅋ
근데 뭐 싫었지만 잘 신고 댕겼답니다.
그 당시에는 의외로 철이 빨리 들었거든요.
근데 지금은 그 철들이 다 어디갔는지 모르겠습니다..=ㅅ=;;;

흰 운동화가 깔끔해 보여서 그러시지 않으셨을까요~?^^
울곰님은 왠지 느낌에 굉장히 순딩순딩~ 하셨을 것 같아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