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아버님께서 폐암으로... 사실 제 아버지도 폐암으로 돌아가셨어요. 평생 하루 세갑의 담배를 (피우려면.. 아실듯 하지만 거의 눈뜨자마자부터 잠자리에 들때까지 입에 물고 있게 됩니다;;) 피우셨었지요. 담배 뿐 아니라 술도 많이 드셨는데 하루에 소주 2병은 늘 드셨던것 같습니다.
어머니가 늘 아버지 건강을 걱정하셔서 해드리는 음식에 무척이나 신경을 쓰셔서 그랬는지 아버지는 참 건강하셨어요. 지병도 없으셨고 일년에 감기한번 정도 드시는 수준이셨거든요. 조금 이상하다 싶어 검사를 받으셨을때는 이미 폐암 4기로 판정을 받으셨고, 2년 정도 술담배 없는 병원생활을 하다 일흔도 채우지 못하고 돌아가셨습니다.
흡연자를 범죄자 취급하는 요즘엔, 남들한테 이런 이야길 하면 아버지가 알콜중독자에 줄담배를 피우는.. 소위 인생 포기한 사람처럼 생각하지만 사실 저희 아버지는 정말 성실하고 강직한 분이셨지요. 매일 술을 드셔도 다음날 아침 7:30이면 어김없이 일어나 출근하셨고, 주말이면 늘 등산을 가셨었어요. 그래서 저는 아버지가 술 담배에 영향을 받지 않을만큼 건강한 분이라고 생각했었고 어머니가 걱정하시느라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계신다고 생각할 정도였거든요. 하지만 역시 과도한 술 담배엔 장사가 없나봐요 ㅠㅠ 아무튼 그런데도 불구하고 담배를 많이 피우셨던 아버지를 원망하진 않았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를 사랑한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지만 아버지를 존경했었어요. 그래서인지 술 담배에 대해서도 나쁜 감정이 없습니다. 그저 조용한 성격이셨던 아버지에게 평생의 친구였을거라는 짐작을 해 볼 뿐이지요.
김작가님 글은 언제나 저를 생각속으로 이끌어 주시네요. 아버님 기일에 이렇게 당신을 기억하는 글을 쓰셨단 사실을, 그리고 당신을 이해해 보기 위해 아들이 파이프를 피우시는 사실을, 아버님이 먼 곳에서 아신다면 어떠실까요. 뭔가 마음이 애틋하실거 같아요.
아니, 사실은 제가 아버지 기억에 애틋한 마음이 드나 보네요. 아버지가 돌아가실때 제가 철이 덜 들어 그냥 슬프기만 했지 아버지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들면서 종종 아버지를 떠올리면 아버지와 있었던 이런 저런 일들이 떠올라, 그때 내가 왜 그랬을까 하면서 마음이 아프거든요.
이궁 잠시 들러서 인사드리고 가려고 블로그를 찾았다가 오늘도 이렇게 댓글을 달고 가게 됩니다. 김작가님 요즘 뉴비들에게 보팅 나눠주시느라 바쁘실텐데, 마음을 울리는 글도 남겨주시고 감사드려요. 괜히 저땜에 우울 추가 안하셨길 바래 봅니다 ^^;;
p.s. 파이프+미니시가는 멋지십니다만.. 즐거운 스팀생활 오래오래 하시길 바라는 맘에 적당히만(이미 그러신것 같긴 해요^^) 피우시길요! ㅎㅎ
아아..ㅠㅠ 저희 아버지도 발견 당시 4기셨어요. 이미 연로하신데다 지병이 있으셔서 수술도 안 되고 길어야 3개월이라고 하더군요. 치료해도 소용없을 거라고 했는데 이후 5년을 더 버티셨네요. 아버지 인생에서 유일하게 일을 안 하고 지내신 기간이었죠. 마지막 1년을 정말 힘들어 하셨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못 찾아뵌 게 제일 후회됩니다. 아버지는 절대 죽지 않을 거란 어리석은 믿음이 한구석에 있었던 것 같아요. 예정된 죽음을 부정하고 싶었던 거겠죠.
전혀 우울하지 않으니 걱정 마시고요. 적당히 즐기면서 아버지 몫까지 더 오래 살다 가겠습니다 :) 감사합니다!
아 그러셨군요 ㅠㅠ 저희도 수술은 안된다고 했었는데.. 나으실 수 있을거라는 믿음으로 항암치료를 넘 과도하게 받으셨던게 더 빨리 돌아가시게 한 화근이었단 생각이 듭니다. 병원에서는 체력을 넘어갈 정도의 약물과 방사능 항암을 권했고.. 벌써 20년전 일이니.. 주변에 암환자가 없어 암에 대해 무지했던 저희는 다 해야하는줄만 알고 권하는대로 따라갔는데요...
나중에 알고보니 연세드신 분들은 어차피 진도가 느려서 그런 과도한 치료때문에 체력이 견디지 못해 돌아가시는 경우가 많더군요. 결국은 과도한 방사선으로 식사를 제대로 못하시고 암세포는 괴멸되었다고 했지만 직접사인은 폐렴, 응급실 실려가셔서 호흡기도 못떼고 돌아가셨어요 ㅠㅠ
하지 않는 것이 하는것보다 해가 될 수 있음을 처음 느꼈던 사건이었습니다. 너무 충격이 컸지만 이미 늦어버렸고... 그 이후로 저희 가족은 병원의 치료 권유는 반 정도만 따르는 사람들이 되어버렸지요 ㅠㅠ
5년이면 그래도 오래 버티신것 같아요. 치료를 안받으셨으면 정말 괴로우셨을텐데 마지막 일년은 ㅠㅠ
그나마 저는 다른 형제들이 다 외국에 있어 본의아니게 제가 병원뒷바라지를 오래 했었어요. 엄마가 병원에 계시며 간호하셨지만 모든 잡심부름을 도맡아서;; 그래서 나중에 지켜드리지 못했다는 죄송스런 마음은 덜었지만(물론 그러려고 했던건 아닙니다만)저도 끝까지 아버지가 돌아가실줄은 몰랐고 충격이 컸지요.
아버님 말씀 듣다 제 생각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다 보니 정작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할지 난감하네요;; ㅎㅎㅎ 음음.. 아무쪼록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ㅎㅎ